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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무역협회 소유의 트레이드타워는 올림픽을 앞둔 1988년 8월 문을 열었다. 하지만 건물의 소유권보존 등기는 1990년 5월에야 이뤄진다. 54층이나 되는 대형건물이 2년 가까이 미등기 상태로 있었던 이유는 올림픽 전에 문을 열기 위해 준공검사를 받기 전 ‘가사용승인’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기부채납을 완료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서울시가 준공검사를 미뤄 등기가 더욱 늦어졌다. 하지만 트레이드타워를 둘러싼 최대 스캔들은 역시 희대의 1원낙찰 사건이다. 트레이드타워는 극동건설이 1985년 수주해 시공했다. 당시 무역협회는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해 코스트피(cost fee) 입찰방식을 도입했다. 이는 예정 공사비가 먼저 제시되고 시공사가 챙겨갈 이윤을 두고 경매를 벌이는 방식이다. 이윤을 더 적게 써낸 업체가 낙찰 받게 된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예정 공사비는 건물이 513억원, 토목공사비와 이윤을 합쳐 87억여원으로 총 600억원 규모였다. 토목공사비 규모는 40여억원 수준이었으며 나머지는 이윤 몫이었다. 다른 업체들은 30억~70억원을 제시했고 한 업체는 10억원에 투찰했으나 낙찰은 1원을 제시한 극동건설에게 돌아갔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신인 경제기획원 공정거래실이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기도 했다. 결국 덤핑이 아니라는 결론이 낫고 극동건설은 예정대로 트레이드타워를 지을 수 있었다. 트레이드타워 건립 당시 무역협회의 수장이었던 남덕우 회장과 공사를 수주한 극동건설의 김용산 회장은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 시절 승승장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1986년 남덕우 회장이 초대 경기도민회장을 맡을 때 김용산 회장이 부회장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희대의 건설스캔들이었던 트레이드타워 1원 낙찰 등에 대해 스카이데일리가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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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역협회 소유의 트레이드타워(사진)는 시공사 선정 당시 이윤 1원에 낙찰돼 논란이 됐었을 뿐만 아니라 아직도 희대의 화제거리로 오르내린다. ⓒ스카이데일리 <그림=최은숙>
삼성동에 있는 무역협회 소유의 트레이드타워는 올림픽을 앞둔 1988년 8월 문을 열었다. 하지만 건물의 소유권보존 등기는 1990년 5월에야 이뤄진다. 54층이나 되는 대형건물이 2년 가까이 미등기 상태로 있었던 것에는 사연이 있다.
건물을 새로 지을 때 소유권을 확인하는 소유권보존 등기는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하지만 미등기 부동산은 매매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되는 등 제재가 따르기 때문에 보통은 건물이 지어진 이후 등기를 마친다.
이 때 필요한 것이 건축물 사용승인이다. 과거에는 현재의 사용승인과 유사한 준공검사 제도가 있었는데, 트레이드타워는 준공검사를 받기 전에 가사용승인 상태에서 먼저 문을 열었다.
준공검사도 하기 전에 건물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올림픽이 개막되는 1988년 9월 이전에 문을 열어야 했기 때문에 서울시가 특혜를 제공한 것이다.
하지만 올림픽이 끝난 뒤 1년이나 더 시간을 끈 것은 또 다른 사연이 있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무역협회 측이 도로 관련 기부채납을 완료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서울시가 준공검사를 미룬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건물은 준공검사를 받지 못할 경우 사용할 수 없지만 트레이드타워는 이미 사용에 들어가 제재가 유명무실한 웃지 못 할 상황이 발행했다.
하지만 이것은 트레이드타워를 둘러싼 스캔들 중 극히 작은 부분이다. 가장 유명한 것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발생한 초유의 ‘이윤 1원 낙찰’ 사건이다.
정부까지 나선 ‘이윤 1원 낙찰’ 덤핑 논란
트레이드타워는 극동건설이 1985년 수주해 시공했다. 극동건설이 공사를 낙찰받기 위해 ‘이윤 1원’을 투찰한 것이 덤핑행위인지를 놓고 정부가 판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시공 당시 무역협회가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해 도입한 입찰방식부터 남달랐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코스트피’(cost fee)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 지난 1970~80년대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승승장구 했던 극동건설은 1985년 트레이드타워 수주를 위해 이윤 1원을 제시해 낙찰받았다. 극동건설은 이후 부도, 법정관리, 론스타 인수, 웅진홀딩수 인수 등의 부침을 보여왔다. 사진은 웅진 인수 이후의 빌딩 전경. ⓒ스카이데일리
일반적인 입찰방식은 총공사비를 가장 낮게 써낸 업체가 낙찰 받는 최저가낙찰방식이나 시공계획과 그에 따른 공사비를 제출하면 이를 검토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제안을 한 업체를 선정하는 적격심사 낙찰방식이다.
하지만 무역협회가 시도한 코스트피 방식은 예정 공사비가 먼저 제시되고 시공사가 챙겨갈 이윤을 두고 경매를 벌이는 방식이다. 이윤을 더 적게 써낸 업체가 낙찰 받게 된다.
실제 시공 시 공사비를 절약하면 예정 공사비 중 절약한 부분만큼을 시공사가 가져갈 수 있는 구조다.
트레이드타워를 낙찰받기 위해 극동건설은 이윤 1원을 투찰했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예정 공사비는 건물이 513억원, 토목공사비와 이윤을 합쳐 87억여원으로 총 600억원 규모였다. 수주전은 토목공사비와 이윤을 합친 비용을 누가 더 적게 제시하느냐로 이뤄졌다.
토목공사비 규모는 40여억원 수준이었으며 나머지는 이윤 몫이었다. 다른 업체들은 30억~70억원을 제시했고 한 업체는 10억원을 투찰했으나 낙찰은 1원을 제시한 극동건설에게 돌아갔다.
▲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신인 경제기획원 공정거래실은 극동건설의 1원낙찰이 문제가 없다고 결정내렸다. 사진은 1원 낙찰 당시 언론 보도 내용(위) 및 무역센터 전경. ⓒ스카이데일리
총 500억원에 공사를 수주한 것으로 예정가격에 비한 낙찰가율은 83.3% 수준이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신인 경제기획원 공정거래실이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기도 했다. 이윤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지만 토목공사비용까지 합친 액수가 1원인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취지였다.
공정거래실은 결국 1원낙찰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낙찰가율이 80%를 넘어 덤핑이 아니라는 것이 이유였다.
극동건설은 트레이드타워 공사에 앞서 건설공제조합과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계약보증의 경우 수수료는 낙찰액에 따라 정해지는데 이윤 1원낙찰이기 때문에 최소액인 200원이 적용됐다.
하지만 예정가와 낙찰액의 차액에 대한 보증수수료는 1억3600만원에 달했다. 1원 이윤을 남기기 위해 보험 수수료만 1억원 넘게 쓴 것이다.
총리 출신 남덕우 무역협회장·70~80년대 성장 극동건설 합작품
트레이드타워 건립 당시 무역협회의 수장이었던 남덕우 회장과 공사를 수주한 극동건설의 김용산 회장 사이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발견된다.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 시절 승승장구했다는 점이다.
남덕우 전 회장은 1964년부터 5년간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1969년 재무부장관 자리에 오른다.
▲ 트레이드타워 앞에 있는 비석. ‘무역흥방’(무역이 나라를 흥하게 한다)이란 문구 아래 ‘한국무역협회 회장 남덕우’라는 서명이 눈에 띈다. ⓒ스카이데일리
이후 1974년부터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을 맡았고 1979년에는 대통령 경제담당 특별보좌관을 맡았다. 경제관료로서는 최고위직에 오른 뒤 청와대에서도 요직에 임명된 것이다.
1980년 9월에는 유신헌법에 따라 체육관 선거를 통해 출범한 전두환 정권의 초대 국무총리에 임명되기도 했다. 임기는 5공화국 헌법 제정 이후인 1982년까지 이어졌다.
남 회장이 무역협회장에 취임한 것은 국무총리 직에서 물러난 뒤인 1983년이었다. 이후 1991년까지 8년간 회장직을 수행했다.
트레이드타워와 코엑스 건립은 모두 남 회장 재임 기간 중 이뤄졌다.
▲ 2007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선경선 예비후보의 자서전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남덕우 회장(위, 오른쪽)의 모습과 같은 해 비슷한 시기에 열린 한국선진화 포럼에 참석한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 후보를 맞고 있는 남덕우 포럼 이사장.(아래 오른쪽) <사진=뉴시스
남 회장은 무역협회장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서강포럼 고문, 동북아경제포럼 한국위원회 위원장 등 다양한 직책을 맡았다. 2005년 설립된 한국선진화포럼의 초대 이사장직을 맡아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또 하나의 주체인 극동건설도 박정희·전두환 정권 시기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회사다.
극동건설은 김용산 회장이 1947년 세운 대영건설에서 역사가 시작한다. 1953년 사명을 극동건설로 바꿨으며 전쟁 이후인 1954년 남대문 시장 신축을 시작으로 서울시 시민회관 등 주요 관급공사를 수주하며 성장했다.
1969년 경부고속도로 공사에 참여했고 1970년 포항제철항 건설과 아산방조제 공사를 수주하며 핵심건설사로 자리 잡았다.
80년대에도 극동건설의 성장은 이어졌다. 트레이드타워를 수주하는 등 다양한 공사수주를 이어갔다.
1986년에는 국제종합건설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신군부에 의해 해체된 국제그룹의 계열사다.
창업주인 김용산 회장과 남덕우 회장 사이에는 조그만 접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극동건설이 트레이드타워 공사를 수주한 때로부터 1년 뒤인 1986년 경기도민회가 출범했는데, 초대 회장으로 남덕우 회장이 선임됐다. 당시 부회장단에 김용산 극동건설 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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