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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조경태(45, 부산 사하을) 의원의 이름을 들으면 민주당에서 유일하게 부산 지역구 3선을 한 독보적인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비교적 젊은 나이인 28세에 첫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그는 지역의 가로등 개수가 몇 개인지도 알만큼 지역구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인이라고 하면 흔히들 유력한 집안의 자녀를 떠오르기 마련이지만, 조 의원은 가난한 자갈치 시장 지게꾼의 아들로 태어나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사라진 시대에 그 신화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대통령 후보 경선 출마 이어 최근 3번째 민주당 최고위원에 출사표를 던진 조 의원. 그의 뚝심과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스카이데일리가 조경태 의원의 발자취를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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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경태 민주통합당 의원 ⓒ스카이데일리
1968년 1월 경남 고성에서 태어난 조경태 의원은 어릴 적 부모님께 ‘공부하라’는 소리 한 번 들어본 적 없는 착한 아이였다. 중학교 2학년 때 그가 매우 아파 입원을 권유하는 의사에게 ‘입원할 형편이 되지 않으니 약물치료로 해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조숙하기도 했다.
그런 그의 운명을 바꾼 것은 어머니의 현명한 선택이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던 조 의원의 부모님은 그가 2살 때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도시인 부산으로 이사를 갈 것을 결심했다.
부산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조 의원의 아버지는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지게꾼으로, 어머니는 밭일을 하며 자녀들을 키웠다. 아버지의 ‘성실함’과 어머니의 ‘결단력’을 물려받았다는 조 의원은 이를 ‘가장 위대한 유산’이라고 표현했다.
지금의 나를 만든 ‘위대한 부모님’
“부모님은 못 살아도 도시로 가서 자녀들이 교육을 제대로 받아야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신 것 같아요. 그때의 어머니의 결심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다 생각합니다. 부모님이 모두 무학이시지만 지혜만큼은 누구 못지않으셨어요. 자식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으로 살아온 터전을 모두 버리고 삶의 터전을 이전할 만큼 결단력이 있었던 거죠.
아버지는 가장 위대한 유산인 성실함을 주셨습니다.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성실하게 살라는 교훈을 주셨죠. 아버지가 자갈치 시장에서 지게꾼을 하시면서 하루 임금에서 일부를 떼어 우리보다 더 가난한 사람들에게 손수 연탄을 사셔 드렸다는 사실을 돌아가시고 나서 알게 됐습니다. 또 경로당에도 어르신들에게 막걸리를 사다주시는 것도 일상이셨다고 하셨어요.
저는 지금 생각해도 참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온갖 짐을 지어가면 버신 돈으로, 그것도 일용직이 나눔을 실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이런 정신을 물려주신 아버지를 존경 합니다”
이러한 부모님의 정신을 이어받은 조 의원은 현재 ‘너무 올곧다’는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원칙을 버리지 않으려고 하다보니까 때로는 쓴 소리도 하게 되고 쓴 소리가 약간 거북하게 들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의를 참지 못 하는 열혈청년, 현실정치에 도전
조 의원은 당초 집안에 보탬에 되고자 이공계를 나와서 엔지니어를 하려고 했다. 빨리 성장해서 ‘돈을 벌어야 겠다’는 생각에 공대를 나와 취직하는 길을 택한 조 의원은 공대 중에서 토목공학을 택해 건설현장에서 일 할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공부에 미련이 남은 조 의원은 바로 취업의 길로 가지 않고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마련하며 전공을 한 토목공학의 석·박사 과정을 밟았고, 한 대학의 강사로 일하게 됐다.
“아버지는 자갈치 시장에서 지게꾼으로 일용직 근로자였고, 저는 집안에서 대학을 나온 유일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있었고 형제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앞섰죠. 항상 어머니께도 빨리 사회에 나와서 어머니의 짐을 덜어들이겠다고 말을 하곤 했어요”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던 정치에 입문하게 한 운명적 사건이 발생했다. 강의를 위해 부산 구포시장 5일장 앞을 지나가다, 구청 단속반들이 노점상의 물건들을 완력으로 압수하는 현장을 보게 된 것.
노점상이 불법이긴 하지만 노점상 주인들이 저항을 하며 통곡을 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움이 느껴진 조 의원은 단속반에게 ‘너무 심한 게 아니냐’는 항의를 했다. 그러나 이런 말을 들은 단속반은 그에게 “당신이 뭔데 공무집행을 방해하냐”고 대꾸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일개 대학강사 주제에 할 수 있는 역할이 없구나. 내가 정말 무기력하구나’라는 것을 느꼈어요. 그 당시 아버지 연배의 노점 상인이 그 상황을 지켜보며 말없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이때 우리 사회가 이런 약자들을 배려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요”
▲ 28살 어린 나이에 선거 비용 100만원으로 홀홀단신 현실정치에 뛰어들었다는 조경태 의원은 세월이 흘러 3선 의원이 됐다. ⓒ스카이데일리
그 후 1996년 4월, 결혼 3개월 차에 조 의원은 겁 없이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 첫 출마했다. 당시 그가 사용한 선거 비용은 100만원 정도. 지금으로 생각하면 상상도 안 되는 일이다.
홍보비는 최소한으로 줄이고 컴퓨터가 없어 선거관리위원회 제출 자료를 아내가 볼펜으로 다 적어서 냈다. 복사기도 없어 빌려서 했다. 이렇게 힘든 선거를 치룬 조 의원은 그 당시 득표율 15%라는 대단한 성과를 얻었다.
“그때 선거운동원이 아내를 포함한 5명이었어요. 그 중 4명은 후배들이었는데, 친구들은 다 도망가고 가장 어려울 때 끝까지 나를 지지해준 후배들이 숨은 영웅들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초등학교 시절 꿈이 대통령이었어요. 어쩌면 어릴 때부터 정치가 꿈이었지도 모릅니다. 성장하면서 가정형편이 어려워 그 꿈을 잊고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정치를 하겠다는 이유가 개인의 입신을 위해서가 아닌 저와 같이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순수한 마음에서였어요”
‘경상도 사나이의 속마음’ 가족은 든든한 지원군
조 의원이 궁합도 안 본다는 4살 차이 아내를 만난 것은 전공 박사과정을 하고 있을 때였다. 부산대 후배의 소개로 만난 아내 신미숙 씨는 요즘은 문헌정보학과라 불리는 사서가 될 수 있는 학과에 재학 중이었다. 두 사람의 사랑이 무르익어 갈 무렵 신 씨는 경상남도 사서 시험에 합격해 거제로 발령을 받았고, 조 의원과 1년 동안 부산과 거제를 오가며 장거리 연애를 했다.
이후 두 사람은 결혼을 했고, 신 씨는 결혼과 동시에 사서를 그만두고 내조에 전념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조 의원은 운명처럼 정치 출마 선언을 하게 되고, 그의 아내 인생 또한 변하게 됐다. 아내는 군말 없이 그의 결정을 존중해줬고, 물심양면으로 그의 첫 선거를 도왔다.
“제가 정치에 뛰어들자 갑자기 아주 가난한 환경에 처하게 돼 늘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생활비가 없어 버스를 못 타 먼 거리를 걸어 다닐 정도였으니까요. 다행히 처가에서는 싫은 내색 없이 격려를 해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 의원이 선거가 끝나고 정치권 활동을 하면 다시 무직 상태가 되자, 신 씨는 다시 사서 시험에 응시해 부산시 사서로 일을 시작했다. 6여년 후 갖은 고생 끝에 조 의원은 지난 2004년 부산 사하을에서 제17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고 아내는 또 다시 사서를 그만두게 됐다.
“아내가 두 번째 공무원을 그만두게 된 것은 ‘육아문제’ 때문이었어요. 솔직히 공무원 연금도 생각되고 아이를 어디에 맡길까도 생각했었지만 아이를 부모 손에 양육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판단했어요. 육아문제를 직접 겪은 사람으로 나라에서는 저출산 문제를 말 뿐이 아니라 아이를 안심하고 키울 수 있는 국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조경태 의원은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아내와 딸을 멀리서 지켜만 봐도 흐뭇하다”고 전했다. ⓒ스카이데일리
사서가 꿈이었던 아내에게 같은 일을 2번씩이나 그만두게 한 것은 항시 미안하게 생각하고 이해준 것에 대해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아내는 아직도 매일 영어, 일어, 중국어 등을 공부하고 있으며, 책읽기가 취미에요. 딸도 엄마를 닮았는지 ‘최초의 노벨문학상을 타서 부모님께 효도하겠다’며 글쓰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아내와 딸을 멀리서 지켜만 봐도 흐뭇하다는 조 의원의 말에 국회의원이라는 타이틀 속에 감춰진 경상도 사나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이렇게 가족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곁에 두고 있는 조 의원의 앞으로 소망은 ‘정치 아카데미’를 세우는 것이라고 한다.
“제 생각에는 정치가 좀 더 새로워져야하고 국민들이 느끼기에 정치가 희망 긍정의 신호로 다가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제대로된 정치인이 많아야 하는데, 정치외교학과가 있지만 현실정치는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아요. 작은 소망이 있다면 정치아카데미를 만들어서 그곳에서 제대로 훈련된 정치인들이 배출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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