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대한민국은 헌법을 최상위의 가치로 두는 실질적 법치주의 국가다. 헌법 아래 모든 법률, 명령, 조례, 규칙 등은 헌법 정신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지만 최근 이 같은 헌법정신이 무너지고 있다고 하는데.

 

[원문] 인간의 신성이 자유이기에 인위적인 정의는 그 자유를 제한한다. 고통과 두려움을 본질로 하고 있는 자유 자체에 심판의 정의가 깃들어 있다는 것을 간과하면 심판을 불러들이고 만다. 인위적인 공산사회는 그 정의보다 훨씬 중요한 자유의 사지를 묶어 절대 공산화(평등화) 될 수 없는 결실의 생산을 막아 버린다. 편향적 믿음으로 한 쪽만을 바라보는 이데올로기의 본질은 결과적으로 정의의 반대편에 선채 펄럭이는 깃발을 보게 된다. 가공된 정의는 이런 원리로 화를 불러들여 스스로 형을 집행한다. ▶부의 열쇠 - 그로테스크 노트 : 그림자 없는 생명(2)

 

A. 법은 만능이 아니지만 특정권력이 법의 만능을 앞세워 오히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 온 역사가 자주 있어 왔다. 독재정치였다. 법은 형식가치보다 실질가치가 그래서 중요하다. 형식을 갖추되 그 형식이 권력의 수단이 돼서는 안 되는 정신이 바로 법의 실질가치다. 이것이 우리의 헌법정신이다. 문재인 정부가 법의 실질가치를 위해 노력해 온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 방법들이 헌법가치를 위배하고 있으니 아이러니다. 헌법 위에 국민의 여론을 임차한 다양한 직접민주제 형식이 헌법 위에서 만능의 보검이 됐다. 자연스러움을 내건 작위적이고 인위적인 모순된 모습이다. 과거의 군사독재와는 또 다른 방식의 인공적인 반(反)법치주의 행태다. 절대 도덕심을 앞세운 여론은 다양한 상황에 의해 그 얼굴이 바뀔 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들도 그 도덕의 모습을 다양하게 판단한다는 것을 모르거나 고의로 간과한 것이다. 헌법 위에 이른바 여론법을 무소불위로 두면 사회가 극도로 혼란해지고 분열되는 부메랑을 맞는다. 헌법정신이 무너졌다는 것은 이를 뜻한다.

 

 

[원문] 사랑의 이중성은 대상성의 존재 및 부존재와 맞물린다. 대상이 존재할 때 아름다움이 빛나고 대상이 부존재할 때 추함이 드러난다. 사랑의 대상성이 부존재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자가발전이 인간의 조건에 자유와 책임의 가치로 역동하고 있다. 미학을 추구하는 모든 역동성이 곧 존재의 대상성을 만드는 책임의 과정이다. ▶부의 열쇠 - 제5부 돈의 미학 : 인간의 조건(2)

 

A. 여론이 신성의 가치처럼 절대적인 도덕성을 갖고 있으면서 항상 선한 결과를 만들어 내고 모든 것을 포용(또는 사랑)한다면 여론정치 메커니즘은 필요하다. 이 경우 법은 공화정의 부속품으로 전락하거나 필요 없는 상황까지 간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인가. 법은 인간 속에 내재한 선악의 이중성에서 악의를 관리·통제하고 선의를 상호 교류하게 하는 합의에 의한 상호 간 사랑과 책임의 안전장치다. 법은 곧 선의의 여론을 합의하는 항시적 진행형의 생명체 같은 것이고, 이를 늘 명문화 하는 도덕성 네트워크라고 정의할 수 있다. 상호 절제의 자유를 인정하는 속에 무한 자유를 만들어 가면서 동시에 책임을 통한 사랑의 실현 과정이 법 정신 속에 깃들어 있다. 법은 가장 이상적인 여론이란 점이다. 이는 다른 상대를 인정하고 조화하는 모습이다. 이 법치 속에 있을 때 상호 안전과 선의를 최대한 보장받는 것이 가능해진다. 반면 여론은 외견만 보면 옳은 듯 보이지만 변화무쌍한 이기적 내면이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아 사실은 개인적인 욕망의 분출일 경우가 다반사다. 그로인해 상대 또는 상황에 일관되지 않고 예측불허일 뿐만 아니라 갈등, 분열, 싸움, 미움, 증오를 불러들이는 경우가 많다.

 

 

[원문] 모든 것을 해결해 줄 듯한 정치적 포퓰리즘이 허위와 기만이라는 것을 모두가 인지하면서도 기막히게 통한다. 포퓰리즘을 통한 개인의 영웅심리는 허구의 과거를 만들어 낸다. 또 허구의 미래시간에 대한 두려운 노예근성은 보호자이자 해결사로 역시 포퓰리즘을 유인한다. ▶부의 열쇠 - 제5부 돈의 미학 : 신의 돈(2)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고윤석] ⓒ스카이데일리

    

A. 민심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소수라고 해도 민심을 살피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다만 다수의 여론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세력화 될 때 정의로움이 부도덕한 행위로 변질될 수 있다. 정치적 포퓰리즘은 이 같은 민심을 유인하거나 키운다. 이 과정에서 정치는 민심을 대변한다고 하면서 정의감으로 포장하기를 예삿일로 환다. 허구의 정치적 영웅과 이들이 만들어 내는 미래의 노예가 백성으로 잘 만들어지면 결국 망국의 위험이 닥친다. 소위 떼법이 헌법보다 상위에 있다는 비판이 많이 나오는 것이 그 전조증상이다. 헌법은 모든 갈등의 최종 조정자 역할을 한다. 이 조정 위에 군림하는 떼법이 한둘이 아니거나 수시로 발생하면 민심의 선한 동기조차 악의로 바뀐다. 이 때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악의의 소굴로 바뀐다. 민심은 천심이지만 그 천심은 이미 헌법에 담겨져 있다. 헌법이 국민의 영혼이라는 말은 바로 그런 의미다. 헌법 밖에 있는 민심을 천심인척 속이면 상호 적의감을 키워 끝내 큰 재앙을 불러들인다.

 

 

[원문] 부정의 에너지를 모두 포섭하는 속에서 그것과 갈등하는 긍정의 요소를 극대화 하는 것에 대한 믿음의 척도가 도덕률이다. 이는 강한 에너지를 소유하거나 발산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약한 에너지가 도덕률의 임계치를 끌어올리려 하면 가식이 되거나 두려움의 원천으로 자가발전해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 스스로 파멸의 길을 가는 것이 그런 위선의 에너지다. ▶부의 열쇠 - 제1부 에너지 얼개 : 에너지 가치(2)

 

A. 대표적인 것이 탈원전 정책이다. 한 국가의 에너지 수급 정책은 대를 이어 국민 모두의 생명이 걸린 사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험하다는 것을 집중 부각시켜 이를 무서워하는 여론을 타고 그런 국민을 정작 ‘에너지 빈국’이라는 최악의 위험으로 몰고 가면 안 된다. 원전의 안전성·효율성은 이미 수많은 전문가들이 이야기 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한 것이 탈원전 여론에 자기도 모르게 빠진 안타까운 국민들을 진짜 위험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과연 이것이 애민정신인가. 위선이다. 또 하나는 이념에 기반한 진영 여론에 너무 한 쪽으로 치우쳐 있는 점이다. 어느 나라든 보-혁의 갈등이 당연히 있지만 건국 이래 현재 우리나라처럼 강한 분열과 반목현상이 심했던 일이 없다. 결사항전 식으로 한쪽만이 옳다는 식은 설사 그것이 옳다고 해도 민심을 헤아리는 방식이 아니다. 이 또한 위선이다. 헌법에 민심이 영혼으로 녹아 있다고 했다. 이념을 헌법과 민심 위에 군림하는 황제로 만들면 안 된다. 성군인 냥 하는 폭군과 다르지 않다. 이념의 배타적 특성은 필연적 수순으로 전체주의 성향을 낳고, 또한 그것을 가리기 위해 다양한 위선을 반드시 키운다.

 

 

[원문] 현대사회의 대부분 민주주의 국가들은 헌법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근본가치로 설정했다. 헌법은 인간의 타락을 언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지만 타락하지 않는 자유정신을 담고 있다. ▶부의 열쇠 - 제4부 부자로 남는 길 : 타락하지 않는 힘(2)

 

A. 권불십년(權不十年)이란 말이 있듯이 정치권력은 오래 못가지만 단죄권력은 영원하다는 말이 있다. 한국은 특히 판·검사의 막전막후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것을 모르는 국민이 없다. 이로 인해 전관예우 등의 불의가 일반화 돼 돈으로 얽힌 유전무죄 무전유죄 현상을 또한 낳았다. 애초 검찰개혁 명분도 그런 취지에서 나왔음을 이해한다.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이 그 연장선상에서 명분이 내걸렸다. 하지만 이 조차 헌법 정신을 넘어서면 안 된다. 특히 공수처는 앞서 본 연재를 통해 상세히 언급했듯이 위헌소지가 너무 많다. 위헌을 개혁으로 포장하는 것은 다른 말로 권력 비대화다. 정의감은 가장 큰 정치적 칼인 탓이다. 정치권력이 민심(헌법)을 전체주의 방식으로 지배하는 수순이 보인다. 나아가 살아 있는 권력을 조사하는 검찰의 사지를 전부 잘라내는 방식이 병행된 것을 검찰개혁으로 받아들이는 국민은 없다. 헌법정신의 검찰 기소권과 국가소추주의를 제한하거나 죽이는 방식은 스스로 ‘권력의 화신’을 선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 권력이 5년 또는 10년을 넘기지 못하기에 국가 사회적으로 극심한 혼란이 일어난다. 헌법을 넘어선 개혁은 임시처방을 위해 몸을 죽이는 자해행위다. 자유정신의 타락이 일어난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고도 빈대를 잡았다고 자랑한다면 가장 큰 불의(不義)다.

 

 

[원문] 장인(匠人)의 행복은 부의 결실을 만드는 그 자체에 있다. 부를 통해 권력에의 의지에 빠지거나 오만하지 않는다. 과정의 가치는 결국 강력한 도덕성을 담보하는 시장의 다양한 윤리 기준이다. 헌법정신을 담아낸 네트워크 에너지 속에서 자신의 이타성을 끝없이 지향할 때 오는 행복감은 자유인의 가치이기도 하다. 자유인은 이타성에 거주하고 또한 그때마다 선제적 선택을 통해 이타성을 확보한다. 그 선택의 순간들이 현재의 장 에너지를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네트워크 에너지가 강해질수록 살아야 할 삶의 이유와 가치가 더욱더 분명해진다. ▶부의 열쇠 - 제4부 부자로 남는 길 : 과정의 가치(1)

 

A. 불의에 눈 감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보다 큰 이타적 가치와 네트워크 역할을 보지 않은 채 불의만 보고 그것을 확대까지 해 근본을 전부 바꿔야 한다는 선동 자체가 잘못됐다. 그 목적이 권력욕으로 이미 변질됐다면 헌법을 바꿔야 하는 수순까지 가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집권 후 헌법을 제정에 가까운 수순으로 개정하려 했다가 국민적 반발에 밀려 물러난 일이 있다. 그때 우리 헌법의 가장 숭고한 가치인 ‘자유’마저 빼려 했다. 최근에는 사유재산을 부정하는 부동산 매매허가제가 청와대 핵심인사에서 보란 듯이 나왔다. 부동산 매매시 시행에 들어간 자금조달계획서 의무화가 매매허가 시그널로 읽힌다. 헌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을 이제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시행하고 있다. 한마디로 체제 전환이다. 개혁도 좋지만 그 개혁을 빙자한 권력이 헌법까지 바꾸려는 것은 실로 우려스럽다. 열대식물을 어느 날 갑자기 냉대식물로 바꾸면 자랄 수 있는가. 자유시장경제를 사회주의식 경제로 이식하면 말라 죽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우리 모두가 늪에 빠져 아사할 수 있는 환경까지 바꾸는 개혁은 해서도 안 되고 존재할 수 없다.

 

 

[원문] 자본주의가 수많은 문제점들을 잠복하고 있는 시대는 마치 에덴의 동쪽 같지만 집단지성이 진정한 집단적 자아로 실존하는 한 그 땅에서는 선덕의 향상을 위해 살아 꿈틀거리는 시간이 흐른다. 이 때 악과 악마는 이런 환경들을 싫어 하지만 반드시 기생하고 만다. 악마는 더 타락할 것이 없는 아주 나쁨의 그 상태다. 이런 악마의 타락은 선의 극대화 속에서 자신만의 목적성을 분명히 할 때 나타나는 선의 모습이어서 선으로 위장한 반휴머니즘적 모습이다. 악마는 그 선함을 이용할 때 타락한다. ▶부의 열쇠 - 제2부 자본주의와 돈 : 악마의 타락(1)

 

A. 어렵고 혼란스허울 때 초심으로 돌아가란 말이 있다. 초심에는 악의가 자리할 자리가 없다. 악마도 없고 악마의 타락도 없다.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이는 건국 정신이다. 우리 모두의 초심이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세계 역사상 전무후무한 번영을 일궈냈다. 이 과정에서 온갖 불의가 많았다고 하지만 그것을 딛고 일궈낸 꽃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현재의 우리가 그것을 누리고 있기에 과거의 불의조차 우리는 무조건 악의적으로 대하면 안 된다. 미와 추가 상호 반추하며 존재하듯이 불의가 선의를, 선의가 불의를 상호 상관하면서 꽃을 피웠다. 결국 악덕이 아닌 선덕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었다. 반면 이에 반기를 들고 절대 선의만을 주장하면 절대 악의를 반드시 낳는다. 애매한 중도 정치인들도 그런 점에서 늘 존재감이 없을 뿐만 아니라 무책임하다. 어정쩡한 면피성 중간이 아닌 선의와 악의를 모두 아우르며 발전해 가는 강력한 의지 속에 선의를 꽃피우는 정신이 피어난다. 그것이 헌법정신에 녹아든 자유민주주의 시장질서다. 우리는 지금 피눈물과 목숨 값으로 이룬 이 질서를 억지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인위적 선의, 인공의 도덕, 권력의 정의 등은 모두 화려하기만 할 뿐 꽃을 피우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