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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의 성경&정치경제

민심을 외면하지 말라

정책 기조변화 필수…변화 노력 없는 인적 쇄신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4-17 14:28:24

“너는 진리의 말씀을 옳게 분별하며 부끄러울 것이 없는 일꾼으로 인정된 자로서 자신을 하나님 앞에 드리기를 힘쓰라.” <디모데후서 2 : 15>
 
 
▲ 深頌(심송) 안호원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한국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4·7재보궐선거의 민심은 오판(誤判)하기 어려울 정도로 분명했다. 서울에서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14년 만에 완패를 당했다. 국정 쇄신 요구가 그만큼 컸다. 그럼에도 현 정권은 국민의 소리를 외면한 채 국정운영 방향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한다.
 
결과로서의 의미는 여러 가지를 내포하겠지만 서울의 선거 토론과정을 지배한 유일한 단어는 ‘생태(떼)탕’이었다. 우리 선거와 정치의 참담한 수준을 절감케 한 순간이었다. 더 기가막인 건 여당의 전 최고위원이 “언론에서 내곡동 생태탕 집 추적보도를 제대로 안 해줘서 졌다”며 언론을 탓한 것이다. 지금 현 정권이 사법, 입법, 행정 삼권은 물론 국정원, 언론까지 장악한 마당에 그런 소리가 나올 수 있을까. 종횡무진으로 독주를 해온 집권당이 할 소리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정치인들의 수준이 어떤 수준인가를 절실하게 느끼는 순간이 되기도 했다.
 
“국민의힘이 승리한 것으로 착각하지 말라” 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말처럼 이번 선거의 일등공신은 누가 뭐라 해도 문재인 대통령의 실정을 꼽을 수 있다. 뻔뻔한 문 대통령식 정의에 유권자인 국민들이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필자는 감히 ‘문재인이 문재인에게 진 것이다’라고 정의를 내리고 싶다.
 
존 롤스에 따르면 정의는 평등한 자유와 공정한 기회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시민 누구나 자유의 권리를 동등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하고 모두가 특권과 반칙 없이 균등한 기회를 보장 받아야 한다. 불가피한 사회, 경제적 불평등은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 혜택이 돌아갈 때’만 용인 된다. 이를 화려하게 조합한 것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취임사였다.
 
임기 4년 동안 과연 그 말이 지켜졌을까.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국민에겐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고 내로남불의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는 여당 초선 의원 5명의 반성처럼 기회는 평등하지 않았고 과정도 공정하지 않았으며 정의마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초선의원들의 지적처럼 이제는 조국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김해영 전 최고위원 역시 “조 전 장관이 보여준 특권적 모습은 사회 격차를 줄이는 게 핵심인 민주당에서 옹호할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소득주도성장과 부동산 정책은 오히려 불평등만 키웠다. 가파른 최저임금인상과 거대노조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들로 저소득층과 청년들이 먼저 일자리에서 쫓겨났다. 정권 출범 직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그 대표적이다. 정책 시행 1년 만에 소득격차는 오히려 커졌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면서 인건비에 부담을 느낀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일자리를 줄였다. 월 급여 격차는 커지고 근로시간은 짧아지고 있다. 이들의 일자리 대부분이 일용직과 단기 아르바이트다.
 
부동산 입법 독주로 무주택자를 졸지에 벼락거지로 탈바꿈 시켰다. 각종 규제로 실수요자인 20·30대의 내 집 마련도 틀어막았다. 일자리 창출이란 미명 아래 생산성 없는 공무원들만 수만 명을 늘렸다. 문재인 정권 창출에 일등공신을 자처하는 노조들이 거대해지면서 일부 기득권을 지키는 귀족 노조로 변했다.
 
재보선에 참패한 다음 날 문 대통령이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 더욱 낮은 자세로 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다. 코로나 극복, 경제 회복, 민생 안정, 부동산 부패청산 등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실현하는데 매진하겠다”는 짧은 세 문장의 입장문을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을 통해 전했다.
 
언제나 그랬듯 상투적인 말 뿐이다. 이번 입장문에서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와 관련 야권에서 비판받았던 ‘적폐’란 표현을 빼고 대신 ‘부패’라는 단어를 썼다. 4년 간 우려 먹다보니 오히려 ‘현 정권이 적폐대상이다’라는 소리를 듣게 되면서 부패청산으로 급조된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입장문에서 부동산 실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사과를 하지 않았다. 형식적인 어투로 특유의 부동산 부패 청산만을 제시했다. 이번 선거가 드러낸 민심은 성추행도 그렇지만 부동산 실패가 부른 분노였다. 지금이라도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실패를 자인하고 부동산 대책을 바꾸라는 국민의 명령이었다.
 
그런 명령을 문 대통령은 부동산 부패 청산이라는 말로 돌리며 국민을 또 한 번 우롱하고 있다. 부동산 부패 청산이란 대통령의 말의 뜻은 ‘현 정부 정책이 잘못 된 게 아니고 투기에 나선 적폐 세력이 문제’라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하고 있다.
 
12일 문 대통령이 4개월 만에 주재한 코로나19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드러낸 인식은 국민들을 매우 당혹하게 만든다. 현재의 백신부족 사태를 두고 “전 세계적 백신 생산부족과 백신 생산국의 자국우선주의로 인한 수급 불확실성” 탓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다방면의 노력과 대비책으로 백신 수급의 불확실성을 현저하게 낮추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거나 “국내 생산기반을 확보한 것이 백신 수급의 불확실성을 타개해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누군가 적어준 원고를 읽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통령의 눈에는 지난해 봄 이후 K방역과 항체 치료제를 과신하면서 백신 구매에는 소홀한 전략 판단 오류의 대가를 지금 국민이 비싸게 치르고 있는 현실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또 지난 15일 문 대통령 취임 후 세 번째로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했는데 그 이유가 “국정 현안을 다 잡겠다”라는 것도 매우 우려스럽다. 경제를 직접 챙기겠다는 취지라고 하지만 그간 난맥상을 보여 왔던 경제기조를 청와대가 고수하겠다는 것으로 들려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국무총리를 비롯한 개각이 단행됐다. 인사가 메시지인데 여기서도 변화노력의 흔적은 보기 어렵다. 인적 쇄신이라고 주장하려면 전격성과 참신성이 따라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개각을 했지만 재보선 전부터 거론되던 인물이다. 대선에 임박해서 나오곤 하던 중립내각은 아예 얘기조차 없다.
 
국무총리로 지명된 김부겸 후보자에 대해 야당은 “삼권분립을 무시하고 입법부 수장을 국무총리에 앉히더니 이번엔 여당 대표까지 출마했던 전직 의원을 총리에 지명했다”며 “피해를 호소하는 고소인이라 하던 2차 가해자를 국무총리로 지명하다니 문 대통령은 국민의 분노를 조금도 느끼지 못한 것인가”며 날을 세웠다. 향후 국회 인사청문회의 결과가 관심사로 되고 있다.
 
정무수석에 비문(非文)이지만 초선 비례대표 출신을 임명했다. 검찰총장 후보군도 친정권 일색이다. 1순위인 서울중앙지검장이 기소 쪽으로 흘러가면서 다소 주춤되고 있다. 문 대통령에게 취임 시 국민에게 약속한 공약을 잊었는지 아니면 인재를 구할 수 없을 정도로 절박한 것인지 묻고 싶다. 안타깝기는 집권 여당도 마찬가지다.
 
원내대표와 당 대표 후보 경선이 여전하게 친문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한 때 초선의원 중심으로 제기되던 쇄신론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당내 강경파에 의해 제압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고대 로마 철학자 세네카는 “공직은 죽음과 같다”라고 말했다. 공직이든 죽음이든 그것이 찾아올 때 도망가는 것도 어리석고 평상 시 그것을 따라다니는 것도 어리석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직을 제안 받으면 자신이 거기에 맞는 깜냥인지 따져봐야 한다.
 
짐을 진, 천한 자가 높은 사람이 타는 수레에 앉았다. 도둑이 등짐을 보고 ‘저거 남의 물건을 훔친 게로군’ 하면서 강도로 돌변해 짐을 빼앗는다는 데서 나온 말이 ‘부승치구(負乘致寇)’다. 자기분수에 맞지 않은 자리를 차지할 땐 재앙을 자초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말이다.
 
후보들은 공직 진출로 자신들의 후반 인생이 구겨질 수도 있는데 죽는 줄도 모르고 권력에 취해 불나방처럼 죽음의 자리에 안주하려 한다. 명예와 권력, 그리고 재물의 욕망에 휘둘려 돌을 뒤집는 자들이 제발 우리 사회를 떠받치는 주춧돌까지 뒤집어 흙탕물을 만드는 짓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한 여론조사이긴 하지만 문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를 조사한 결과 긍정평가가 30%, 부정평가가 62%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3월 셋째 주 37%를 기록한 뒤 있은 세 차례 조사에서 모두 최저치를 경신했다. 그 이유를 알아야 한다. 국민은 대통령 퇴임을 두고 왜 불안해하고 있을까. 여기에도 다 이유가 있다.
 
“거짓말하는 자가 누구냐 예수께서 그리스도이심을 부인하는 자가 아니냐 아버지와 아들을 부인하는 그가 적그리스도니” <요한일서 2 :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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