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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왜 정책이 반복해서 실패하는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공회전 불가피

실패가 누적되면 회복 탄성도 상실돼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4-19 10:43:27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계속 꼬이기 마련이다. 시작이 잘못되면 일이 헝클어지기 마련이다. 현 정부가 출범한 지 4년이 지나고 이제 1년여 남은 지금 정책 실패에 대한 비난으로 마치 봇물이 터지는 듯하다. 대부분 실패하는 정권에게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첫째, 지난 정권의 정책 평가와 이를 통한 취사선택엔 관심이 없고 처음부터 뒤집기를 한다. 둘째, 차별화를 명분으로 내걸면서 유난히 새로운 것에 집착한다. 셋째, 이의 실현을 위해 코드에 맞는 인사를 대거 발탁해 핵심 요직에 포진시킨다. 마지막으로는 노선을 수정해야 할 타이밍이 오지만 이를 철저히 무시하고 실기(失期)를 한다는 점이다.
 
초조해질수록 진영 논리의 함정에 갇히고, 표를 얻기 위한 퍼주기식의 포퓰리즘 남발 빈도수는 늘어난다. 백약이 무효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수렁에 빠져들게 된다. 다수의 국민을 비롯해 심지어 진영 내부에서조차 정책 전환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지만 이에 대한 탄성을 갖기가 여간 쉽지 않다. 너무 멀리 간 탓도 있지만 그만큼 복원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정권 초기 현 정부가 찍은 정책의 방점은 양극화 해소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빈부·기회·젠더 등의 불평등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우리뿐만 아니라 성장 동력의 고갈로 전 세계 국가들이 공통으로 직면하고 있는 현상이자 시대적 과제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에 대한 처방에서 엇박자가 나기 시작했다. 생소하기도 하지만 글로벌 트렌드와도 동떨어진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것을 과감하게 들고나왔다. 경제 순환의 첫 고리를 소득의 확대, 즉 임금 인상 혹은 격차 감소를 통해 소비를 늘려서 이를 기업의 생산과 투자로 연결한다는 발상이다.
 
듣기엔 그럴싸하고 이렇게만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경제에는 공짜가 없고, 이론과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 정확하게 말하면 역순환이고, 가능할 수가 없는 시나리오이다. 당연히 반(反)기업·시장이 자리를 잡게 되고, 기업은 투자를 줄이면서 국내보다 해외에 눈독을 들인다. 그래서 대다수 나라는 기업을 다독거리면서 경제의 선순환을 유도하는 노력을 백방으로 기울인다. 시행착오와 대가를 치르고 나서 얻어낸 검증된 교훈이다.
 
기업이 경제의 중심에서 이탈하면 일자리가 생겨나지 않고, 소득이 줄며 소비가 감소한다. 피가 돌지 않으니 절대 활력이 생겨나지 않는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국가 재정의 투입을 늘리지 않는 나라가 없다. 그러나 방식에 차이가 있다. 일시적으로 개인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기도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패키지 방식을 통해 반짝 효과보다는 회복 탄력성에 중점을 둔다. 정책의 한복판에는 일자리의 유지 혹은 확대가 덩그렇게 차지한다. 
 
우리도 입만 뜨면 일자리가 중요하다고 입버릇처럼 떠들지만, 과연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정권 색깔과 무관하게 미국 대통령은 일자리 만드는 일에 팔을 걷어붙인다. 미국 내에 일자리를 만들도록 외국 기업에까지 당근과 채찍을 거침없이 사용한다. 허드렛일이 아닌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실의에 빠진 우리 청년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선심성 돈이 아니고 안정적 미래를 설계해 나갈 수 있는 일이다. 결혼·출산 장려금을 쏟아부었는데도 성과가 나지 않는다는 탄식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꼴이다.
 
정책 실패 대가 국민과 미래 세대가 고스란히 떠안게 돼
 
부동산 정책은 더 가관이다. 부동산 가격은 일정 주기를 타고 등락을 거듭한다. 국가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10년, 15년, 20년 등의 사이클을 탄다.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서 비롯되기도 하고,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증가하면 부동산으로 자금이 몰려 가격을 부추기기도 한다. 최근 팬데믹 영향으로 경기 회복을 위한 유동성의 급증으로 세계 대부분 나라의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 쾌적한 환경 선호와 재택근무 등의 영향으로 도심보다는 교외의 집값이 더 올랐다는 것이 특이한 점이다.
 
우리와는 내용상으로 다소 차이가 있다. 정권 초부터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무려 25차례나 대책을 내놓은 것이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되었다. 부동산을 시장의 원리가 아닌 정치 논리와 이념의 잣대로 불균형을 시정한다는 것이 이를 더 심화시켰고,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가 동시에 불행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섣부른 대책을 꺼내 들다 보니 부정과 비리까지 다발적으로 생겨났다. 시장의 기능을 신뢰하고, 수요에 기반해 투명한 방법으로 공급량을 늘려나가면 시장은 회귀한다.
 
지난 것은 모두 잘못이고 새로운 것은 모두 옳다는 발상이 국가의 영속성을 크게 훼손한다. 그리고 불필요한 소모전으로 국론이 분열되며, 국민의 혈세가 비생산적인 곳으로 흘러들게 된다. 일부 미흡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버릴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것이 현명한 대처다. 세계 최고의 기술 보유국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원전을 단번에 폐기함으로써 발생하는 부작용과 후유증이 너무 크다. 에너지 포트폴리오로 원전의 비율을 효율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글로벌 추세다. 국내 수요가 없으니 기술과 인력이 밖으로 유출된다. 올 1분기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이 40만대에 달하지만, 한국은 고작 6000대다.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깨끗하고 저렴한 전기 공급이 중요한 관건이며, 경쟁국들은 원전의 비율을 높이는 추세다. 기후변화에 따라 수(水)자원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2050년이 되면 원유보다 물값이 더 비싸질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4대강 사업에 대한 소모전으로 헛바퀴를 계속 돌린다. 수질 개선한다고 멀쩡한 보를 허물어 수질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물의 효과적 이용과 관리는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는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이러다 보니 국내 연구기관이 발표한 글로벌 주요 20개국 중 경제 불확실성 지수 평가에서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바닥 뒤엎듯이 정책을 바꾸면 경제 주체들이 위축돼 투자할 리가 없다. 국내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기업 10곳 중 6곳이 올해 투자 계획이 없거나 작년보다 축소할 것이라는 의향을 밝히고 있어 충분히 수긍이 간다. 경제의 전후방 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재정 확대를 하다 보니 한국의 나랏빚 증가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IMF는 자체 선정한 35개국 중 우리보다 빚 증가 속도가 빠른 나라는 에스토니아뿐이다. 국민 1인당 총부채가 1억원에 육박한다. 이러다가 정부나 민간이 모두 쪽박을 차게 생겼다. 갈수록 첩첩산중이다. 큰 정부를 지향하다 보니 공무원·군인연금 적자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는 애써 국가 채무가 아니라고 우기지만 재정으로 적자를 메우는 것이 불가피하다. 연금 개혁이 없으면 국민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마침내 미래 세대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조세 저항이 국민적 운동으로 번질 조짐마저 보인다. 남은 기간이나마 정책의 전환을 통해 차기 정권이나 국민 혈세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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