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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휘락의 안보정론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화와 우리의 북핵 대비 태세

탈레반 축출도 아프간 재건도 모두 실패

사실상 탈레반 승리이자 미·아프간 패배

정부, 미국 의존… 억제·방어 노력 포기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7-20 11:35:47

▲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
이달 2일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던 미군이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미군은 공식 철군 행사 없이 밤중에 기습적으로 철수했으며, 철수 2시간 후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통보했다. 7000명 정도 나토군은 이미 철수했고, 마지막까지 주둔하던 미군 2500~3000명 대부분도 철수함으로써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막을 내리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대에 사실상 결정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부터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제외한 채 탈레반과 직접 협상을 했고, 그 결과 2020년 2월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방향을 계승해 올해 5월 1일 철수방침을 발표했다. 이 방침에 의하면 8월 31일 철수를 완료하는 계획이었는데 그것이 더욱 앞당겨진 것이다.
 
미군이 철수하자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급속도로 장악해가고 있다. 이미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의 90% 정도를 장악했다고 평가된다. 아프가니스탄 정규군은 인접국가로 탈출하고 있으며, 항복하는 정부군은 텔레반이 무차별 사살하는 등 보복조치가 나타나고 있다. 미 정보당국이 예상한 6개월보다 훨씬 빨리 탈레반에 의한 장악이 추진돼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붕괴는 시간 문제로 보인다.
 
과거 베트남 전쟁에서 1973년 파리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한 후 미군이 철수하자 1975년 북베트남이 남베트남을 공격해 공산화한 것과 같은 유사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평화협정=미군철수=정권 붕괴’ 공식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 당시 수많은 남베트남인이 학살과 불이익을 당했듯 이번에도 수많은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살해당하거나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다.
 
미국은 2001년 9·11테러의 주모자인 빈 라덴을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이 은닉했다는 명분으로 그해 10월 7일 ‘항구적 자유(Enduring Freedom)’라는 작전명으로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했다. 유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도 국제안보지원군(ISAF)을 구성해 지원했다. 부시 행정부 때까지 2만5000명 정도의 미군을 주둔시켰는데, 2008년 오바마 행정부는 사태를 조기 해결한다면서 10만명으로 증원하기도 했다.  미국은 2011년 5월 빈 라덴 사살에 성공한 후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병력을 점진적으로 감축해왔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은 2조1600억 달러 이상의 전쟁비용을 사용하고 2400명 이상의 군인이 사망하는 희생을 치뤘으나 탈레반을 축출하지도 못했고 아프가니스탄을 재건하지도 못했다. 20년 전쟁은 탈레반의 승리이자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패배로 결말짓고 있다. 아마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상당수 아프가니스탄인은 갑작스럽게 군대를 철수시킨 미국을 비난하고 있을 것이다. 탈레반에 의한 아프가니스탄 장악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야밤에 철수한 미국에게 상당한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20년간 미국의 막대한 지원에도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스스로를 지킬 역량을 구비하지 못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미국에 안보를 전적으로 의존한 채 부정과 부패를 단속하지 못해 국가를 재건하지 못했고, 주민들의 마음을 얻지도 못했다. 베트남 전쟁의 남베트남처럼 '스스로 돕지 않는 자(국가)는 누구도 돕지 못한다'는 격언을 입증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제는 아프가니스탄이 스스로 자신들의 미래를 계획할 때라고 말한 이유이다.
 
한국은 재래식 전력이나 경제력 측면, 그리고 정부의 역량에서 남베트남이나 아프가니스탄의 정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상당한 역량을 구비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응력 없이 전적으로 미국의 ‘핵우산’에만 의존하고 있다. 이전 정부까지는 ‘3축 체계(킬체인·미사일방어체계·대량응징보복)’를 통해 자체적인 억제 및 방어노력을 전개했으나 현 정부 들어서는 거의 포기한 상황이다. 결국 한국도 안보를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고, 미군이 철수할 경우 남베트남이나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처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핵무기 앞에서는 재래식 전력이나 경제력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정부는 말로는 자주를 주창하면서 미국 핵우산의 미제공이나 미군 철수 상황에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는 강구하고 있지 않다. 어떤 연유로 미군이 동맹공약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정부는 남베트남이나 아프가니스탄 정부처럼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남 탓으로 돌릴 것이다. 그리고 벌어지는 수많은 학살과 희생에 절규하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작금의 아프가니스탄 상황을 남의 일로만 볼 수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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