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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의 법으로 세상읽기

검경수사권 조정, 국민에게 무슨 이익 줬나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7-28 10:13:29

 
▲이동호 변호사
/수사권 조정에 따라 ‘형사의 민사화’ 부작용 증가
/경찰은 업무량 증가로 피로 호소, 사건 처리 지연
/검찰은 유능한 수사자원 두고도 팔짱낀 채 무기력
/경찰과 법무부, 자체 해결 없이 인력 증원만 요구
/인력 충원 앞서 국민에 무슨 이익 줬는지 답해야
 
최근에 한 상담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 강원도를 기반으로 하는 어떤 사업의 수익성이 밝아 보이고 사업자도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인맥이 좋아 보여서 2억5000만원을 투자했다는 것이다. 수익금은 절반씩 나누고, 투자금은 오직 사업 목적에만 쓰고, 담보도 설정받기로 하고 계약서까지 썼다. 그런데 돈이 투자되고 나자 담보 설정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수익금도 딱 1번밖에 안 들어왔는데 투자금은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현지 경찰서에 사기죄로 고소를 했는데 ‘불송치 결정’이란 것이 내려졌다. 불송치 결정이란 올해부터 시행된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생겨난 것인데 경찰이 수사한 결과 범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된 경우에 수사를 종결하는 처분이다. 경찰에 1차적인 수사종결권이 부여됐다는 것이 바로 이 제도를 두고 하는 말인데 경찰은 담보 설정 약속을 지키지 않은 민사사건이지 형사 사기사건은 아니라고 보고 불송치 결정을 했던 것이다.
 
피해자를 대리하는 변호사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컸다. 2억5000만원이면 작은 돈이 아니라서 예전 같으면 경찰이 일단 계좌추적을 해서 투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정도는 확인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찰이 안 하면 검사가 수사지휘권을 행사해서 경찰에 계좌추적을 지시할 수도 있고, 아니면 자기가 직접 할 수도 있었다. 수사지휘권 행사 기간이나 횟수에 제한도 없었는데 이제는 검사가 직접 수사도 못하고 90일 이내에 딱 1회에 한해서만 재수사 요청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은 소위 ‘민사사건의 형사화’라고 해서 금전 피해 사건을 일단 사기나 횡령죄로 형사 고소해 놓고 그 결과를 갖고 민사 소송을 제기하거나 형사 절차 중에 얼마라도 합의금을 받아내서 피해를 회복하는 방식이 많이 이용됐었다. 그래서 고소가 많아 수사기관에는 부담이었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피해를 빨리 회복할 수 있어서 확실히 도움이 됐었다. 그런데 이제는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하면 검찰 단계에서 구제도 쉽지 않아 결국 더 많은 사건이 처음부터 민사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법률신문 7월 19일자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형사 사건의 민사화 기현상’ 기사는 바로 이를 지적한 것이다.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업무가 폭증한 경찰이 어렵거나 복잡한 사건은 기피하는 ‘체리피킹’, ‘사건 골라 받기’현상이 생기고 민사소송을 제기해서 증거를 확보한 다음에 고소를 하면 받아주겠다고 해서 민사소송이 증가하는 ‘형사사건의 민사화’가 증가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법원에 소장을 제출할 때부터 각종 증거신청서를 왕창 제출하면서 제발 허가해 달라고 읍소한다는 것인데 그런다고 법원이 쉽게 받아 줄 리가 없다. 결국 고소인들이 경찰과 법원 사이에서 소위 ‘뺑뺑이’를 당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겨레신문도 7월 6일자 ‘수사권 조정 6개월 민원인 반발, 내부 불만에 고심하는 경찰’이란 기사에서 “경찰에서 고소장을 받고 반려하는 일도 있는데 무성의하게 일한다는 생각이 든다”는 어느 변호사의 지적을 보도했다. 수사권 조정으로 많아진 업무를 적절히 조절하려고 고소 건을 미리 쳐내려다 오히려 민원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업무량 증가로 수사 경찰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수사 부서를 탈출하려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 한다. 중앙일보 7월 14일자 ‘수사권 독립만세 소리는커녕, 수사부서 탈출하는 경찰, 왜’라는 기사를 보면 “수사권이 조정되면서 고소, 고발도 늘고 서류 작업도 많아져 업무량이 5배는 늘어난 것 같다”는 현직 경찰의 하소연이 나온다. 업무량 증가에 대해서는 필자도 소문으로 들었는데 검찰의 직접 수사가 줄면서 경찰이 수사해야할 사건도 당연히 늘었지만 내부 결제 또한 늘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복사 일도 늘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갖고 있는 기록을 그대로 검사에게 보내면 되었지만 이제는 예컨대 하나의 사건에서 일부는 기소(즉 송치), 일부는 불기소(즉, 불송치) 의견인 경우 기록을 분리해서 따로 보내야 하기 때문에 복사량이 대폭 늘어났다는 것이다.
 
반면에 검찰은 일이 많이 줄어서 편해졌다고 한다.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사건이 소위 6대 중대범죄로 줄기도 했지만 그 외 사건에 대한 수사권도 수사지휘권도 없어져서 경찰이 보낸 기록만 보고 보완수사나 재수사 요구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전 같으면 수사에 대한 모든 책임이 검사에게 있기 때문에 경찰 수사가 진전이 없으면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해서 사건을 종결시키기도 했지만 이제는 검사가 수사를 안 하고 놀아도 누가 뭐라고 비난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검찰은 유능한 수사 자원이 있음에도 팔짱끼고 구경만 하는 반면 경찰은 일더미에 허덕이는 사이에 사건 처리만 하염없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국경제신문의 7월 6일자 ‘수사권 조정 후 반년, 고소 사건 처리 하세월’ 기사도 바로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럼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수사권 조정은 경찰의 숙원이었고 법무부가 파트너였으니 이 두 기관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경찰은 가장 안이한 해결책을 제시하였는데 바로 인력 증원이다. 연합뉴스 6월 21일자 ‘경찰, 여당에 수사인력 대폭 증원 요청 요구키로’라는 기사를 보면 경찰이 여당에 무려 2000명 넘는 수사 인력 증원을 요구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수사량이 늘었으니 인력이 더 필요하다는 점은 이해가지만 그럼 검찰 인력은 그냥 놀게 놔두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그 인력을 경찰로 전환시키려는 노력도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 법무부조차 이상한 논리로 공무원 증원에 나섰다. ‘형사공공변호공단’ 설립 추진이 그것이다. 기존의 국선변호인제도를 경찰 수사 단계부터 확대시키자는 것인데 취지는 물론 좋다. 하지만 법률구조공단이나 대한변협에 운영을 맡기는 것도 방법인데 굳이 별도의 공단을 설립하겠다는 발상은 법무부 산하 공무원 숫자를 늘리겠다는 꼼수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그 명분으로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른 수사 환경 변화까지 언급하는 것에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경찰이 수사를 많이 하면 그만큼 인권 침해가 늘어나니 이에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 같은데, 그럼 검경수사권 조정을 대체 왜 했는지 따져 묻지 않을 수가 없다. 경찰과 법무부는 공무원 증원에 앞서 검경수사권 조정이 국민에게는 대체 무슨 이익이 되었는지부터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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