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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의 성경&정치‧경제

정부는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해라

모더나 공급 차질에 접종 계획 엉켜…실효성 있는 방역 필요

낮에는 4명, 밤에는 2명 제한…코로나가 시간 보고 찾아오나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8-14 12:57:00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받으리라.” <로마서 10 : 13>
 
▲ 안호원 칼럼니스트·목사
“(8월 도입)물량이 반토막 난 건 모더나 백신이다. 그런데 왜 화이자 접종 간격도 늘어난 것이냐, 언제까지 국민을 우롱하고 속일 것인가?” 2차 백신 접종을 위해 병원에 왔다가 예약 날자가 2주 밀린 것을 뒤늦게 알고 이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화이자는 권고기간이 3주인데 2배나 늘어나도 되는 거냐?” “현장 혼란 때문에 간격을 맞추는 거냐?” “백신 수급이 어려운 것은 알만한 국민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이제라도 솔직하게 털어놓고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1차는 아무것도 모르고 접종했는데 부작용 사례가 계속 나와 불안하다” “지금 대다수 국민들은 거의 죽을 지경이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마스터 플랜을 다시 세워야할 것 아닌가”, “화이자와 모더나는 2차 접종 때 부작용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고 해 접종이 망설여진다” “다음 주에 화이자 백신 2차 접종하는데 마음이 심란하다” 등 국민의 불만이 사방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가 모더나 8월 도입 물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자 급하게 화이자·모더나 백신의 1, 2차 접종 간격을 4주에서 6주로 늘리면서 접종 간격까지 헝클어지고 있다. 정부가 화이자 접종 간격까지 늘린 건 모더나 부족분을 화이자로 대처하기 위한 접종 방안으로 풀이된다. 이는 화이자 2차 접종 물량을 당겨 모더나 1차 접종 대상자에게 맞히는 방식을 택한 것 같다. 2차보다 1차 접종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환자가 사상 첫 2000명대를 돌파하면서 그간 경험해보지 못한 초유의 국면에 접어드는 등 의료 시스템에 적신호가 켜졌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를 막지 못해 초래된 방역 참사다. 설상가상으로 백신 도입마저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 1월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이후 최대 위기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방역과 백신 대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신뢰를 상실한 리더십의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엊그제 확진자가 2223명을 기록하자 “우려가 매우 크다”면서도 “최근의 확진자 수 증가는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여전히 다른 나라 국가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이라는 말도 했다. 마치 다른 나라 문제를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최악의 상황이 초래된 데 대한 책임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국민에게 진지한 사과조차 없다. 앞서 문 대통령은 거리두기를 최고 단계인 4단계로 올리면서 “짧고 굵게 끝내고 조기에 상황을 반전 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방역의 고삐를 잡지 못했고 백신 부족과 도입 차질로 접종 백신과 일정이 수십 차례 바뀌기도 했다.
 
이런 때 일수록 정부가 국민의 불안감을 달래줘야 할 판인데 현장은 영 딴판이다. 백신 수급에 좋은 일이 생기면 국무총리, 부총리, 장관, 질병관리청장 반색하며 국민 앞에 앞 다퉈 나선다. 심지어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자화자찬을 하며 성과를 말한다. 그러다가도 일이 어그러지기라도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 간에 곁눈질하며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 상황이 좋을 땐 자기가 잘해서 잘 된 것처럼 말하다가 상황이 나빠지면 멀뚱멀뚱 먼 산만 쳐다본다.
 
현재 기모란 대통령비서실 방역기획관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백신 접종 더디다고 깔보던 일본이 2차 접종률 30% 선을 넘었다. 한국의 두 배 수준이다. 일본에는 백신 담당 장관이 있을 정도다. 일본·이스라엘·영국·미국의 경우 전력이 있는 정치가나 전문가를 보건부 장관으로 임명, 전권을 위임했다. 그리고 어떤 백신을 얼마만큼 확보할 지는 보건부가 정하고 조달은 전략물자 구매 경험이 있는 국방부가 맡는 것으로 했다.
 
모호한 권한과 책임, 우리는 여기서부터 잘못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따른 실패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데 누구도 그 실패를 고치려 들지 않는다. 국민의 혈세만 축내고 있다. 병상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늦장을 부리던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민간 병원에 최대 1.5% 수준의 병상 동원령을 내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 달 넘게 1000명대 환자가 발생하면서 ‘위중증 환자’도 이달 11일 기준 387명까지 급증하고 있다.
 
그간 정부는 확진자 2000명까지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의료체계대응여력을 강조해왔었다. 정부는 여전히 “병상에 여유가 있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필자가 아는 바로는 전국 중환자 전담 병상은 10일 기준으로 총 810개가 있고, 이 중 301개(37.2%)만 비어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8월 모더나 물량 반토막’ 여파로 문 대통령의 그간 백신 관련 발언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백신 공급 차질이 빚어졌거나 이상 신호가 감지됐을 때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진단이 나오면서다. 이에 앞서 9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늘 그래왔던 것처럼 모더나 공급 차질에 유감 표명조차 하지도 않았다. 대신 국산 백신, 글로벌 허브 등 당장의 백신 가뭄 해소에 전혀 도움도 되지 않는 말만 반복하며 “접종 속도를 내라”고 다그쳤다.
 
도입 예측도 번번이 빗나갔다. 문 대통령은 언제나 말 뿐이었다. 7월에도 “이달부터 충분한 백신 물량을 보다 안정적으로 공급 받게 될 것”이라고 했지만 모더나의 나머지 7월분 물량, 196만회분은 8월로 이월됐다.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조기 집단 면역에 자신감을 드러냈던 문 대통령이 모처럼 국민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문 대통령은 “집단 면역의 목표 시기도 앞당기고 백신 접종의 목표 인원도 더 늘릴 것입니다. 지금은 확진자 수가 더 늘어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라며 국민의 협조를 당부했다.
 
국제 통계사이트에 따르면 9일 기준 한국의 접종 완료율은 15%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상황이 이 지경에 달하다보니 페이스북·유튜브 등에 댓글이 수없이 올라오면서 국민을 더욱 더 불안하게 하고 있다.
 
위중증 환자 수는 올해 3∼4월만 해도 100명 안팎을 오르내렸으나 4차 대유행이 본격화한 지난달 7일 이후부터 증가세를 보여 지난달 20일(207명) 200명대로 올라선 뒤 같은 달 31일(317명)부터 11일째 300명을 웃돌고 있다.
 
위중증 환자가 증가하면서 사망자 수도 늘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치료 중 숨졌거나 사후 확진 판정을 받은 사망자는 10일 0시 기준으로 9명이 늘어 누적 2314명이다. 하루 사망자 수로는 4차 대유행 이후 최다 기록이다.
 
인구 당 백신 접종률이 OECD 회원국 중 꼴찌인 38위인데도 문 대통령은 “추석 전에 3600만명을 (1차)접종해 집단면역을 앞당기겠다”고 발표를 하니 국민으로서는 어이없어 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
 
문재인정부는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해야 한다. 당장 백신이 부족한데 대통령은 “2025년 백신 생산 5대 강국 도약” 등 실현 가능성도 없는 장밋빛 약속을 남발하며 자화자찬을 늘어놓으니 불신만 키울 수밖에 없다. 국민에게 하는 눈속임은 결코 오래 가지 못한다. 방역도 과학적으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수정해야 한다. 이런 일을 바로 기모란 대통령비서실 방역기획관이 할일이 아니겠는가.
 
일례로 오후 6시 넘어서 ‘2인 이상 모임 금지’ 같은 건 실효성이 없다. 같은 일행이 아닐 뿐 손님들은 여전히 좌석을 차지한다. 오히려 자영업자들에게 고통을 떠넘긴다는 부정적 결과만 초래 할 뿐이다. 낮에는 4명까지, 해떨어지면 2명, 아무 의미가 없다. 코로나가 시간 보고, 사람 보고 찾아오는 건 아니지 않는가.
 
확진자가 2000명을 넘었지만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지금은 정점이 아니라 더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하니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임기웅변식 말 바꾸기와 자기 합리화가 반복되다 보니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부터 거짓인지 헛갈린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현실을 직시해 있는 그대로를 국민에게 보여주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방역과 백신 대책을 근본적으로 대수술해야 한다. 안이한 판단으로 백신 확보의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나머지 단추도 줄줄이 어긋나면 참으로 곤란해진다.
 
“그 너비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가 어떠함을 깨달아 하나님의 모든 충만하신 것으로 너희에게 충만하게 하시기를 구하노라.” <에베소서 3 : 19>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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