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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이의 군사이슈

국방력 건설 우선하는 북한의 병진노선

北, 전쟁수행능력 강화 결과 우리보다 수적 우위 전력 확보

한반도 현상 변경 위한 공세적 핵무기 운용 전략 대비해야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11-11 09:16:46

 
▲ 박정이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예)육군대장.
김일성은 1962년 12월 10일 개최된 노동당 제4기 5차 전원회의에서 ‘조성된 정세와 관련해 국방력을 더욱 강화할 데 대해’와 ‘1962년 인민경제발전계획 실행총화 및 1963년 인민경제발전계획에 대해’ 논의하면서 ‘경제건설 및 국방건설 병진노선’을 노동당의 기본노선으로 규정했다. 국방에서의 자위원칙과 4대 군사노선을 채택하고 당의 군사전략과 노선을 토의·결정했으며, 군사력 강화와 군수산업 발전을 조직·지도하는 새로운 기구로서 당 중앙위원회에 군사워원회를 설치했다.
 
경제·국방건설 병진노선은 경제발전과 군사력 강화를 동시에 추구한다. 사회주의 진영 내 독자노선 유지와 대한민국과의 체제경쟁에서 군사력 우위 확보를 의도한 김일성은 국방에서의 자위를 실현하려면 경제건설과 국방정책을 옳게 배합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병진노선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이 노선 채택 이후 북한의 군사비 지출은 매년 총 예산의 10%에서 1967∼1971년 5년간 30% 이상으로 비중 확대 및 증액됐으며, 1970년대 이후 현재까지는 총 예산의 14∼17%로 편성되고 있다.
 
2002년 9월 김정일은 기존의 경제·국방 병진노선에서 ‘국방공업 우선발전, 농업·경공업 동시발전’으로 전환했다. 북한은 내부적으로 1995∼1998년 ‘고난의 행군’과 뒤이은 ‘고난의 강행군’ 시기 경제파탄에 직면했으나 그럼에도 국방력 강화 노선을 고수했다. 김정일은 1995년 1월 선군정치를 주창하면서 경제적 토대는 ‘국방공업 우선주의’에 뒀다. 2001년 9·11 사건 이후 미국이 북한을 ‘불량국가’ 및 ‘악의 축’으로 규정한 대북정책 변화와 제2차 북핵위기 상황은 국방력 강화 논리를 더욱 강화시켰다.
 
김정일 선군시대 경제발전 노선은 국방공업의 선도발전을 통해 경제 전반의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논리다. 국방 중시는 필연적으로 나라의 과학기술 발전을 힘있게 추진하며, 중공업과 그를 기둥으로 하는 전반적 경제부문의 주체화, 현대화, 과학화를 이끌어 비약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예산 중 국방비는 15% 비중을 대체로 유지했으나, 농업과 경공업에 대한 투자는 매우 유동적이었으며, 김정일의 ‘국방공업 우선발전, 농업·경공업 동시발전 노선’의 결과는 2012년 강성대국 진입 실패에서 보듯이 부정적이었다.
 
김정은은 2013년 3월 31일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의 병진이라는 새로운 전략노선을 제시하며, 이를 조성된 정세의 요구이며 혁명발전의 합법칙적 요구라고 주장했다.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은 동북아시아의 전략적 환경 변화에 대한 북한의 대응적 성격이 강했다. 중국의 부상과 미·중 패권경쟁의 심화 속에서 북한이 전략적 선택을 통해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 사이에서 극대화된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이 급변하는 정세에 대처하기 위한 일시적인 대응책이 아니라 항구적으로 추진해야 할 전략적 노선이라고 주장했다. 2002년 9월 김정일이 ‘국방공업을 우선적으로 발전시키면서 경공업과 농업을 동시에 발전시키겠다는 선군시대의 경제건설 노선’을 제시한 지 10년 만에 북한이 제시한 새로운 전략적 노선이다. 북한은 김정은의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이 김일성·김정일의 병진노선의 계승이며, 새로운 높은 단계로의 심화발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일성 시대에는 ‘한 손에는 총을, 다른 손에는 낫과 망치’를 들었는데, 김정일 시대에는 ‘한 손에는 핵무기를, 다른 손에는 위성과 CNC(컴퓨터 수치제어)’를 들어 계승성과 혁신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1962년 ‘경제·국방 병진노선’과 ‘4대 군사노선’을 채택하면서 상시전비국가로 전환되기 시작한 북한은 독자적 전쟁수행능력 확보를 위해 노력해온 결과 대한민국보다 수적 우위의 전력을 확보하게 됐다. 지난해 기준 북한군은 병력과 전략무기 등의 분야에서 우리 군보다 양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북한군 상비병력은 128만여 명으로 한국군의 2.3배 규모이며, 전략군을 별도로 보유하고 있다. 6차례 핵실험을 통해 북한의 핵능력이 고도화된 것으로 평가됐으며, 단거리(SRBM), 준중거리(MRBM), 중거리(IR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각종 미사일을 개발했거나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핵 및 미사일 외에 포병 1만4300여문, 상륙함정 250여척, 잠수함 70여척, 특수작전군 20만여명, 사이버 전력 6800여명 등 한국군보다 강력한 비대칭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2013년 경제·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해 핵 능력 고도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2017년 핵무기체계 완성을 선언하고 2018년 핵보유국가 지위를 획득하고자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에 등장했다. 그러나 2019년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되자 2018년의 9·19 남북군사합의서에서 지상·해상·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대남 강경노선으로 선회해 남북대화 단절은 물론 갖은 대남협박과 도발을 자행해왔다.
 
올해 1월 개최된 제8차 당대회에서 북한 김정은은 “핵기술의 고도화, 소형화 및 경량화, 전술무기화를 달성했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초대형 수소탄, 전지구권 타격로켓트, 초대형방사포, 첨단 전술핵무기를 완성했고, 다탄두 유도기술, 중형 핵잠수함, 군사정찰위성, 무인정찰기 등을 개발 중이다”라며 미국을 “주적”이라고 선언하고 강대강 맞대응 전략을 예고했다. 
 
또한 남북경색의 원인을 남측에 전가하면서 “조국통일을 위한 투쟁과업부문에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해 조선반도의 안정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한다”고 천명함으로써 대남 적화통일노선도 핵과 미사일 기반의 강력한 국방력을 통한 결전전략으로 바뀌었음을 시사했다.
 
올해 4월 발표된 아산정책연구소와 미국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 공동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정권은 정권생존 보장과 북한지역에 대한 절대적인 통제를 유지하고, 자유롭고 풍요로운 대한민국 존재 자체가 북한에게 위협이기 때문에 북한 정권 통제하의 통일을 추구한다. 보고서는 북한이 미국의 영향력에 도전하고 중국에 대한 북한의 과도한 의존을 탈피할 수 있는 ‘지역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해 핵을 개발하고 보유한다고 분석하면서 2027년 경에는 151∼242개의 핵무기와 수십기의 이동식 ICBM을 보유할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은 발칸반도와 중동지역 나라들의 정치변동을 평가하면서 서방국가들의 회유에 따른 전쟁억지력 포기보다는 핵보유 당위성을 강조했으며, 최근 70여 년 세계 전쟁사에서 핵무기 보유국만이 군사적 침략을 당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핵보유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북한은 자신의 체제생존에 위협이 되는 요소들을 억제·격퇴하는 것이 핵전략의 1차적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 적화통일이라는 총체전략을 고려할 때 핵사용을 방어적 성격에만 국한할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이 때문에 이에 대한 전방위적인 대비가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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