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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언의 문화방담(放談)

디지털경제 시대의 실물 없는 미술

가상세계 예술시장 과열현상 추이에 면밀한 관찰 필요

오늘의 예술가들, 여전히 현실세계에서 눈 뗄 수 없어

가상 세계 때 아닌 열풍은 가상일 뿐 주눅들 일 아냐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11-12 10:10:41

 
▲ 이재언 미술평론가
 얼마 전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국호 제70호)을 ‘훈민정음 한정판’ 디지털텍스트로 재현해 NFT(Non Fungible Token) 판매를 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간송 전형필 선생이 사재를 털어 모은 국보급 문화재가 즐비하지만, 이렇다 할 수익성이 없는 미술관의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의 재정적 부담을 덜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일반에서는 그것이 어떤 효과가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일이나, 모르긴 해도 엄청난 반응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글은 한민족의 문자로서만이 아니라 수많은 세계 문화유산으로 보존, 연구되는 대상이다. 따라서 ‘훈민정음 해례 디지털본’은 디지털 세계에서는 원본으로 인정받기에, 장차 세계 유수의 도서관이나 박물관들이 소장하고 싶어 하는 서책이 될 것이다. 실제로 11월 4일에서 6일 사이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NFT 부산 2021’ 경매에서 1억원에 낙찰됐다는 기사가 보도된 바 있다.
 
이러한 디지털 재화를 거래하는 장터, 즉 플랫폼들이 가장 주목받는 미래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디지털 거래에서 ‘오픈씨(Opensea)’와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인증과 유통 기록 등의 관리가 뒤따르게 될 것이다. 무한정 복제가 아닌 유료 한정판으로서 인증 방법은 바로 다름 아닌 블록체인 기술로 구현되는 NFT, 즉 ‘대체가 불가능한 토큰’으로서 암호화폐 같은 것이 요구된다.
 
일반 시민들은 알쏭달쏭한 디지털 기술용어가 나오니, 보통 사람이 더 이상의 관심을 갖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또 최근에는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가 블록체인 업체와 손잡고 NFT 사업에 진출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아티스트 IP(지적재산권 혹은 보유포인트)와 NFT가 결합된 팬덤 기반의 신규 사업으로서, NFT 굿즈를 본격적으로 생산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팬덤인 ‘아미’에게만 공급되는 다양한 시그니쳐 컨텐츠(굿즈)를 공급함으로써, 충성도 경쟁을 유도하며 가상세계의 엔터테인먼트 왕국을 건설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너무나 많은 기술적 개념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메타버스(Meta verse), 즉 초월적인 또 다른 가상세계에서 지금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모든 콘텐츠들이 현실세계보다는 메타버스에서 더 가공할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때이다. 한때 어떤 실적에 따른 마일리지나 ‘도토리’, 온라인 게임에서의 ‘아이템’ 같은 사이버머니 혹은 게임머니 등과는 이제 비교 불가의 디지털 재화로 축적된 세계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실제 재화나 자본도 없이 무슨 사업을 펼친다 하면 가상세계를 떠도는 봉이 김선달쯤으로 취급했는데, 이젠 상황이 너무도 달라졌다.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변경하고 나선 것을 보면, 4차 산업혁명은 이처럼 총성 없이 펼쳐지는 전쟁인지도 모른다.
 
▲ 2021 부산 NFT에서 각각 1억원, 2000만원에 낙찰된 윤송아 작품, 낙타의 꿈. [사진=필자제공]
 
이러한 NFT 사업은 시각예술 분야에서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11월 4일에서 6일까지 부산블록체인산업협회와 벡스코가 공동으로 주관한 ‘NFT BUSAN 2021’에서 NFT로 발행한 작품 24점이 경매로 모두 팔렸다 한다. 주요 출품작과 낙찰 금액을 보면 앞에서 언급한 ‘훈민정음 해례본’ 1억원, 윤송아 작가의 ‘낙타(밤)’ 1억원, ‘낙타(낮)’ 2000만원, 지비지 작가의 ‘이상과 현실’ 4100만원, 지비지 ‘인 월드’ 3200만원, 송문상 작가의 ‘한 여름밤의 꿈’ 3000만원 등으로 알려지고 있다. 온라인 네트웍을 통해 폭넓게 입찰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 아쉽기는 하나 어떤 가능성은 어느 정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NFT 경매 국내 낙찰가 6억원 기록한 마리 킴 작품, Missing and Found (2021)
 
이외에도 많은 블록체인업계에서 문화예술 콘텐츠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이벤트들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 미술계 분위기를 보면 정말이지 무언가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NFT가 기존의 예술계에 어떤 변화를 야기하게 될까. 일단 디지털 환경에 가장 잘 적응, 발전해온 게임의 경우를 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올 것 같다. 현실보다 더 리얼한 하이퍼리얼의 이미지 작업들이 속출할 것으로 예측된다. 사실상 기존의 ‘미디어 아트’에서도 영상 소프트웨어만의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블록체인 인증장치가 결합되는 작품도 같은 케이스다. 이밖에도 기존의 이모티콘 같은 디자인 상품들, 웹툰 등이 작품과의 경계에서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미스터 미상, Odd Dream
  
우려도 적지 않다. 과거 포스트모던 미학자들이 지적한 ‘원작 없는 예술’이 실제로 가상세계에서 유포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포스트모던 패러디 혹은 패스티쉬 등의 양식이 그것으로, 수많은 작품들을 편집해 하나의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3D 그래픽의 경우 조각가들이 공공조형물을 위한 투시도를 그래픽 전문가들에게 많이 의뢰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그래픽 디자이너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여러 작가들의 작업 데이터에서 장점만 편집 혹은 변형시켜, 자기의 새로운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사례들이 더러 있다. 얼굴 없는 작가 뱅크시(Banksy)와 같이 창작자가 누군지도 모른 채 소유권만이 인증되는 거래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사실 지금의 NFT 열풍은 작가들보다는 시장 종사자들에게 더 강하게 미치고 있다.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고 IT 강국다운 개척이나 선점은 분명히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중요하다. 하지만 여전히 창작 현장은 가상세계보다는 현실의 문제에 매여 있다. 작가들이 필요 이상으로 동요할 필요는 없다. 작가의 입장에서는 자기의 세계를 지키는 것이 의미가 있다. 물론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유형의 아티스트가 계속 탄생될 수 있다. 그렇다고 그들이 더 우월한 예술가라는 법은 없다. 가상은 가상일 뿐, 주눅들 일은 아닐 것이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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