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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진자 수가 꼭 중요한가

기사입력 2021-11-26 00:02:49

▲ 박선옥 국제부장
 영국 정부가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로부터 해방되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백신 담당 차관을 지냈던 나딤 자와이 교육부 장관이 L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이다. 그는 올해 7월 보리스 존슨 총리가 코로나 봉쇄를 전면 해제했을 때 일부 장관들이 ‘실수’라며 비난했지만 자신은 이 결정이 ‘절대로 옳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월드오미터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영국에서 24일 하루 발생한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4만3676명이고 이날 코로나로 사망한 사람은 149명이다. 세계 전체를 놓고 볼 때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확진자 수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는 월드오미터 리스트에서 영국은 미국, 인도, 브라질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 정부가 ‘코로나로부터 해방’을 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코로나 팬데믹’이란 현상을 해석하고 이에 대응하는 방식에서 다른 국가와 차별화된 태도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존슨 총리는 코로나 봉쇄 전면 해제를 결정하면서 영국이 7월 19일자로 ‘자유의 날’을 맞이했다고 선언했다. 전날 밤 런던 시내에 있는 클럽의 문앞에서는 수 백명의 젊은이들이 자정이 되길 기다리며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19일 0시가 되는 순간 이들은 앞을 다투어 클럽 안으로 입장했다. 현장을 취재한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클럽 안은 빠른 비트의 음악이 울리는 가운데 젊은이들이 몸을 움직일 여유조차 없이 빼곡한 상태에서 리듬에 맞춰 춤을 추며 ‘자유의 날’을 만끽했다고 한다.
 
당시 영국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 중이었으며 하루 신규 확진자가 수만명 발생하고 있었다. ‘자유의 날’을 선포한 이날도 신규 확진자가 3만9950명, 사망자는 19명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정부가 코로나 규제를 전면 해제한 것은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전략을 획기적으로 수정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존슨 총리는 규제 완화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확진자 수는 늘고 있지만 백신 접종으로 확진과 입원·사망 사이 연결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확진자가 중증환자가 되거나 사망하는 확률이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확진자 수는 더 이상 큰 의미가 없으며, 따라서 확진자 수에 따라 봉쇄 여부를 결정했던 지금까지의 방역 대응방식에서 벗어나겠다는 신호다.
 
‘자유의 날’을 선포하고 봉쇄를 전면 해제한 지 4개월여 지난 시점에 영국 정부는 ‘코로나19로부터 해방’을 세계 최초로 선포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일반 국민들은 어떻게 체감하는지 궁금해서 어제는 런던에 있는 지인과 통화를 하며 런던 거리의 풍경을 물었다. 우선 마스크 착용을 한 사람이 없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우선 심리적으로 코로나 팬데믹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으며 일상생활에서도 코로나 방역으로 인한 큰 불편을 못 느끼고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으면 당장 거리에서든 버스·지하철 등에서든 주변 사람으로부터 지적과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물론 고발 당하기까지 하는 우리의 현실은 왜 달라야 하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비교해 보자면 영국에서 신규 확진자 수가 4만3676명, 사망자 149명이 발생한 24일 한국의 확진자 수는 4115명, 사망자 35명으로 기록됐다. 우리 정부가 하루에도 몇 번씩 문자로 발생추이를 일일이 전달해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확진자 수가 이날 영국의 10분의 1도 안된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물론 영국 인구가 우리보다 많기는 하지만 그 차이가 그리 유의미하지는 않다. 2020년 기준 영국 인구는 약 6700만, 한국은 약 5100만이기 때문이다.
 
영국은 확진자 수 증가에 연연해 하지 않는 동안 백신 접종에 집중함으로써 국민의 면역력을 키우는 쪽으로 코로나에 대응했다. 적을 물샐틈 없이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싸워서 이기는 편을 택한 것이다. 또한 국민들 사이에 침투한 적의 역량이 두려워할 정도로 크지 않다는 판단 하에 확진자 수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은 것이다. 다만 어느 사회든 취약 계층이 있기 마련이기에 중증환자 관리에 더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최근 영국을 제외한 유럽 여러 국가에서는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증함에 따라 방역 조치의 수위를 높이는 국가들도 속출하고 있다. 또 이에 따라 방역 조치 강화에 반발하는 시민들의 저항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인류가 처음 겪는 사태에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영국 자와이 장관이 말한 것처럼 다른 나라에 비해 일찍부터 백신 접종을 서둘렀던 영국의 사례를 통해 코로나바이러스를 극복하는 한 가지 방법이 확인되고 있다. 즉 바이러스를 물샐틈 없이 막으려는 코로나 ‘팬데믹’의 전술에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는 ‘엔데믹’의 전술로 전환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박선옥 기자 / sky_bini2 , sobahk@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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