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료검사 확대한 정부, 기조 잇겠다는 일부 대선후보
지난 4월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는 전북도청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앞으로 전국의 모든 보건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나 증상과 관계없이 누구라도 무료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무료검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 검사 건수가 늘어나면 확진자 수도 이에 비례해 늘어난다. 검사비용이 무료라면 유료에 비해 검사 건수가 늘어나는 것 역시 당연하다. 정부의 무료검사 확대 결정을 두고 윤희숙 전 의원은 “확진자 수가 검사 수에 따라 달라지는데도 분모에 대한 언급 없이 확진자 수만 발표하는 게 그간 꾸준히 비판받았지만 정부는 마이동풍이다. 때문에 검사를 늘려 공포를 조장한다는, 정부가 방역을 다른 목적에 이용한다는 의심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며 “방역정보의 투명화와 신뢰 회복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목소리는 윤 전 의원뿐만이 아니다. 이인제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도 “문재인정권은 코로나 공포를 계속 조장하고 이를 구실로 국민 자유 제한을 확대한다”며 “폭정을 은폐하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코로나 공포를 조장하고 통제에 매달리는 문재인정권을 직시할 때가 됐다. 그들의 음모를 분쇄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부인했지만 이후에는 지자체 행태를 문제 삼는 여론도 나왔다. 실례로 경북 포항시가 근래 약 23억원을 투입해 15만3000여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검사를 하는 등 지자체에서는 산발적으로 무료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마상혁 대한백신협회 부회장은 “지자체별 조사에서 이들(주민)의 이동을 통제하지 않는 한 산발적 검사는 의미 없다. 인구 이동량이 많기에 지역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더라도 이동이 제한되지 않으면 며칠 내에 양성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며 효율성을 꼬집었다.
비효율적 무료검사 기조는 일부 대선후보 당선 시 차기 정부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경기도지사 재직 당시인 지난해 12월 자신의 SNS에서 “경기도는 총 52개의 임시 선별검사소를 설치했고 향후 20개소를 추가 설치하겠다. 도민들은 나와 가족과 이웃의 안전을 위해 가까운 선별검사소를 방문하길 바란다”며 “아무 증상이나 확진자 접촉 이력이 없어도 무료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선제검사를 권했다.
최근 확진자와 근접 조우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았던 이 후보는 길게 늘어선 시민들의 검사 행렬을 이유로 무료검사 효율성 제고 등을 위한 문재인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요구하기도 했다. 음성 통지를 받은 15일에는 감염병전담병원인 서울 보라매병원을 찾아 “방역상황이 너무 심각해 정부 차원의 비상조치가 있어야 한다. 적극적 추경 편성으로 화답해주시길 기대한다”며 “검사량이 늘면 환자가 늘어날 텐데 환자가 늘어나는 만큼 병실도 문제고 위중증 환자도 문제다. 결국은 방역강화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후보는 코로나 상황에 대한 해법으로 국가가 비용을 전담하는 보편복지를 더 늘리고 방역은 더 강화하자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국회 예산정책처 “2024년에 건보료 고갈 전망”
당장 국민에게 부담이 없는 무료검사이지만 종국에는 건보료 인상 등의 형태로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19일 자신의 SNS에서 “내년 1월에는 모든 국민 건보료가 1.89% 정기인상된다. 지속 불가능한 보건 포퓰리즘 ‘문재인케어’(미용‧성형 등을 제외한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가 결국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관련 막대한 비용이 더해지면 그 부담은 배가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실제로 무분별한 무료검사는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준비금) 급감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 초 정부는 코로나19 검사비‧치료비의 80%, 백신접종비의 70%를 건보료에서 지원하고 나머지는 정부가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이 같은 방침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보심의위)에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노조는 지난 8월 개최된 제19차 건보심의위를 앞두고 발표한 성명에서 “건보재정 침탈은 더 이상 안 된다”며 “코로나19 이후 정부가 국가재정에서 부담해야 할 비용을 건강보험에 떠넘긴 건 코로나19 진단‧검사비 2898억원, 코로나19 관련 보험료 경감 후 미교부액 6459억원, 의료인력 지원 수가(酬價) 480억원, 백신접종비 3579억원 등 총 1조3416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또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건보 재정은 국가예산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건보공단에 의하면 2018년 20조6000억원이었던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은 2019년 17조7700억원, 2020년 17조4100억원으로 고갈돼 가는 추세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정부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 건보공단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 등을 반영해 건강보험 재정수지 추계를 재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은 정부의 공격적인 확진 여부 검사 확대기조 등으로 인해 예상 시기(2027년)보다 3년 앞당겨진 2024년에 소진될 것으로 전망됐다.
무분별한 건강보험료 남용에도 불구하고 정부 대책은 사실상 전무하다. 때문에 결국은 보험료가 급격히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있다. 예산정책처는 ‘2020회계연도 총수입 결산분석 보고서’에서 “건강보험 국가예산 지원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며 “코로나19 대응 관련 건강보험 수입 감소분 및 지출 증가분 중 일부만이 예산으로 지원돼 향후 가입자의 보험료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건강보험료든 국가예산이든 무분별한 보편적 복지 형태를 띤 코로나 지원 비용의 최종 부담자는 일반 국민이라는 점이다.
예산정책처에 의하면 실례로 정부는 지난해 3~5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건보료를 지원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1차 건보료 경감대상인 특별재난지역 등의 보험료 경감 예상액이 5311억200만원이 될 것으로 예측하며 그 50%인 2655억5100만원을 2020년 추가경정예산에 편성했다. 그러나 해당 기간 동안의 실제 경감액은 정부 예상액보다 3804억원 많은 9115억원이었다. 게다가 그 차액은 고스란히 일반 국민의 부담으로 떨어졌다. 예산정책처는 “건보료 경감액 지원에 필요한 부족액을 2021년 예산에 편성하지 않아 결국 해당 금액은 건강보험 가입자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안일한 대응은 올해에도 이어졌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코로나19 관련 건강보험 신설 수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진단‧검사(36.5%)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청와대에서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에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건강보험 적립금은 17조4000억원으로 2022년 말 목표인 10조원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다”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시국에 자화자찬이 가당키나 한가. 도무지 부끄러움조차 모른다”고 일갈했다. 적립금 누적 목표액을 애당초 약 17조원에서 10조원으로 하향해 잡고서도 자찬하는 점을 비판한 것이다.
전문가와 시민들은 누적적립금 고갈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건보료 남용을 지양하고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진이 예산정책처 분석관은 “건강보험은 정부예산이 아닌 가입자 보험료로 운영되는 만큼 코로나19 대응 정부시책에 따라 발생한 보험료 경감액과 검사비‧치료비 지원의 중‧장기 지출규모를 산정하고 관련 비용은 가입자 보험료 인상이 최소화되도록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며 “향후 정부시책에 따라 발생하는 지출에 대해 항목별로 그 재원부담 주체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김영자 씨(72)는 “올해에도 건보료가 2.89% 올라 체감되는 어려움이 크다. 아들의 경우 임금은 오르지도 않는데 내년엔 한 달에 약 13만원의 건보료를 내야 한다고 하니 걱정이 크다. 나 같은 경우엔 11월에 전 달보다 두 배 오른 25만원을 고지받았다”며 “코로나로 하루 매출이 많아야 10만원 정도인데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 무료 검사와 각종 지원금 등 무분별한 복지 지원에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시민도 있었다.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위해 서울의 한 선별진료소를 찾은 직장인 최민수 씨(45)는 “건보료는 국민 모두의 것이다. 만약 권력욕을 위해 이를 남용하는 것이라면 내년 대선에서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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