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해외 부동산펀드의 설계·제조 단계에서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공시서식을 손질한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미국·유럽 오피스와 호텔 등에 투자한 펀드에서 대규모 손실이 현실화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금융감독원은 25일 해외 부동산펀드 투자자 보호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현지실사 보고서에 대한 운용사의 자체점검을 의무화하고, 손실 가능성을 투자자가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공시 방식을 개선하는 데 있다.
운용사는 외부 전문기관의 실사 결과를 그대로 첨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사 내용의 적정성을 다시 점검한 내역과 내부통제부서 평가의견을 투자설명서에 함께 기재해야 한다. 개정 공시서식은 4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번 제도 개선은 해외 부동산펀드 부실 사례가 잇따른 데서 출발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이 판매한 벨기에 부동산 펀드는 대표적 사례다. 해당 상품은 2019년 전후 국내 투자자에게 판매됐으며, 벨기에 브뤼셀 소재 오피스 자산에 투자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오피스 수요 감소와 공실 확대, 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가 겹치면서 자산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담보가치 하락과 차환 부담이 맞물리며 투자금 회수에도 차질이 발생했고, 일부 투자자는 원금 상당 부분을 회수하지 못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해당 펀드의 손실 규모가 수백억 원대에 달하고, 투자자별로는 원금의 절반 이상 손실을 본 사례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자산운용제도팀 관계자는 “기존에도 실사 내용이 신고서에 포함되긴 했지만, 이번 개정의 핵심은 운용사가 그 내용을 다시 한 번 직접 점검하도록 하는 데 있다”며 “통상 해외 업체가 수행하는 물리·법률·세무 실사 결과를 운용사 입장에서 한 차례 더 검증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실사점검 보고서 의무화는 이번 개편의 핵심이다. 자산운용사는 외부 전문업체의 실사 결과에 대해 별도의 서면 점검을 수행해야 하며, 내부통제부서는 독립적으로 평가의견을 작성해야 한다. 대표이사와 준법감시인, 위험관리책임자의 서명날인도 필수다.
투자 위험 공시 방식도 크게 달라진다. 해외 부동산펀드는 부동산 가격 변화와 대출약정 조건을 반영한 손익성과 그래프를 제시해야 한다. 담보인정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기한이익상실이나 강제매각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까지 반영해 손실 가능 구간을 시각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투자자가 가격 하락 시 손실 확대 구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스트레스 시나리오 공시도 강화한다. 금리 상승이나 공실률 악화 등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손실 규모를 분석해 제시해야 하며, 연간 배당률이 0%가 되는 경우나 펀드 청산 시 50% 손실 또는 전액손실 가능성까지 포함해 보여주도록 했다. 수익 가능성보다 손실 가능성을 더 명확히 드러내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공시 개편을 통해 해외 부동산펀드 설계 단계부터 운용사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투자자의 정보 접근성을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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