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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식의 청담유감(有感)

신도시와 저출산의 충돌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1-05 09:50:07

 
▲홍찬식 칼럼니스트(전 동아일보 수석논설위원)
/세계 꼴찌 출산율로 더 물러설 곳도 없는데
/도시화의 가속 페달 밟는 3기 신도시 조성
/짓더라도 달라진 환경에 맞는 새 접근법 필요
/주먹구구 벗어나 실효적인 대책으로 맞서야
 
새해의 가장 큰 국가적 과제는 뭐니 뭐니 해도 저출산 문제의 해결이다. 지난해 유엔인구기금 보고서는 한국의 출산율을 세계 198개국 가운데 198위로 집계했다. 국가의 미래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진지 오래인데도 우리 사회가 무덤덤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한 술 더 떠 저출산 해소와 모순되는 정책도 나온다. 현 정권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는 3기 신도시 건설이 대표적이다. 저출산과 신도시는 서로 무관해 보일 수 있지만 저출산의 근본 원인인 ‘도시화’를 고리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14억 인구 대국(大國)인 중국 사례가 손쉬운 설명을 가능하게 해준다.
 
중국은 지난해 자녀를 세 명까지 낳는 것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한 자녀’ 정책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중국이 ‘두 자녀’ 정책으로 전환한 게 6년 전인 2016년이다. 얼마 지나지도 않아 ‘세 자녀’로 또 확대한 것이다. 꽤나 다급한 모습이다.
 
이유는 신생아 수의 급격한 감소에 대한 위기의식 때문이다. 2020년 중국의 신생아 수는 1200만 명으로 2019년(1465만 명)에 비해 265만 명, 2016년(1786만 명)과 비교하면 586만 명이나 감소했다. 30년 동안 지속된 ‘한 자녀 정책’의 부작용이기도 하지만 빠른 도시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의 도시화 비율은 개혁개방이 시작되던 1978년의 17.9%에서 2020년 63.9%로 급증했다. 중국의 동해안 일대는 거대한 도시벨트가 됐다. 도시화가 확대되면 저출산 현상이 동반되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확인되는 일이다.
 
기원전 1세기에 로마 인구가 당시로선 상상하기 힘든 100만 명 규모로 팽창하자 저출산 문제가 로마제국의 고민으로 대두됐다. 로마 식민지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대량 반입으로 곡물 시세가 폭락한 게 기폭제였다. 로마 주변의 소농들은 오랜 터전을 포기하고 로마 시내로 몰려들었다. ‘빵과 서커스’라는 유명한 말도 이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목적으로 이 시기에 나왔다.
 
로마의 출산율은 크게 하락했다.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결혼을 하지 않는 시민들에게 각종 불이익을 가하는 ‘혼인법’을 일종의 극약 처방으로 앞세웠다. 독신(獨身)세가 부과됐고 과부에게도 혼인을 강요하다시피 했다. 잘 나가던 로마제국도 저출산 현상을 국가적 위협으로 바라봤던 것이다.
 
도시화와 출산율의 상관관계는 상식적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농촌 지역은 노동력이 재산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다(多)출산이 미덕이 된다. 아이들 뛰어놀 곳은 주변에 널려 있으므로 대가족이라도 생활에 큰 불편함은 없다. 반면에 도시의 좁은 공간에서는 본능적으로 식구가 늘어나는 걸 꺼리게 된다. 작은 평수의 집에 사는 젊은 부부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또한 고비용 구조인 도시에선 대개 결혼이 늦어지고 결혼한 다음 출산은 ‘필수’가 아닌 ‘선택 사항’이 된다. 방이 세 개 이하인 대부분의 아파트에서 세 명 이상 자녀를 갖는 건 아무래도 무리다.
 
한국의 경우 도시화 비율은 국토교통부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고인 91.9%에 이른다. 한국은 1960년대만 해도 인구의 80%가 농촌에 살았다. 2020년 출산율 0.84명은 우리 여건에서 볼 때 전혀 뜬금없는 결과가 아니다.
 
집 지을 땅이 많지 않은 한국에서 신도시 건설은 기존 도시보다 더 밀도가 높은 도시를 만든다는 뜻과 같다. 1990년대에 조성된 수도권 1기 신도시의 평균 인구밀도는 당시 서울의 인구밀도인 ha당 175명보다 35% 높은 ha당 234명 수준으로 계획됐다. 1기 신도시 가운데 산본 평촌 중동 신도시는 서울의 2배에 이르렀다.
 
수도권 1, 2기 신도시는 모두 277만 명을 수용하는 규모였다. 단기간에 이뤄진 인구이동으로는 역대 최대였을 것이다. 물론 신도시 주민 중에는 같은 지역 내에서, 특히 도시 지역으로부터 수평 이동한 사람들이 많았겠지만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측면에서는 그렇지만도 않았다. 예컨대 2기 신도시 건설 기간 중에 강원도 주민 6만7700명이 수도권 신도시로 순유출됐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만든 신도시인 혁신도시도 비슷한 결과를 초래했다. 경북, 광주전남, 충북 등 7개 혁신도시로 이사 온 주민들을 분석해 보니 전체의 72%가 같은 시도(市道) 안에서 유입됐다(국토연구원 ‘혁신도시와 주변 지역의 인구이동 특성과 대응과제’ 2018년). 수도권이든 지방이든 신도시가 주변 인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도시화의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에서 신도시 정책은 처음부터 급조돼 출발했다. 1기 신도시는 88서울올림픽 이후 집값 폭등에 대응하기 위해, 2기 신도시는 노무현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만회하기 위해 갑작스럽게 조성됐다. 이후 지방 위축 등 여러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수도권 신도시는 더 이상 만들지 않는 것으로 일단락되는 분위기였으나 문재인정부가 다시 일을 내고 말았다. 이들도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려 꺼내든 카드였으니 이것저것 따져볼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
 
3기 신도시는 여러 ‘복병’들이 기다리고 있다. 우선 1,2기 신도시를 만들 때와는 사회 구조가 확 달라졌다. 산업은 제조업에서 첨단산업 중심으로 전환됐고, 인구는 빠른 감소 흐름을 타고 있다. 이전의 신도시 조성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환경에 맞는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3기 신도시는 택지개발촉진법이 적용됐던 1,2기 신도시와는 달리 공공주택특별법에 의해 진행되고 있으므로 이 법에 따라 전체 공급량의 절반 정도를 전용면적 60㎡ 이하로 공급해야 한다. 소형주택 중심의 신도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형주택=저출산’이라는 과거 경험에 비추어 저출산 해소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여기저기 손에 잡히는 대로 빈 땅을 ‘발굴’해 입지 선정을 한 탓에 종합적 차원의 도시계획이 부재한 것도 문제다.
 
신도시가 필요하다면 지어야 한다. 하지만 ‘도시화의 저주’를 알고 접근하는 것과 모르는 것은 천양지차다. 저출산 문제는 우리에게 끔찍한 재앙이다. 거대한 파도가 덮쳐오는데도 다른 문제가 급하다는 이유로 허공에 대고 아무렇게나 주먹을 내질러서는 곤란하다. 2022년 새해에는 주도면밀하고 실효적인 저출산 해법을 보고 싶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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