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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저녁이 있는 삶보다 ‘아침이 설레는 삶’이 좋다

이대로 그냥 방치하면 5년 내 국가 성장 동력 마비

제조업 경쟁력 회복 통한 예측 가능한 나라 이뤄야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3-21 11:08:34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지난 5년간 우리 내부에서 일어났던 가장 큰 문제는 정치 논리가 경제 논리를 압도했다는 점이다. 촛불 항쟁으로 정권을 장악한 세력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겠다는 명분이 지나친 야욕으로 변질하면서 국정의 왜곡과 사회의 갈등을 한층 부추겼다. 
 
그들은 정당하고 불가피했다고 항변하겠지만 이로 인한 피해와 후유증이 의외로 컸다. 편 가르기에서 반대편에 있는 진영의 고충은 철저하게 외면하고 글로벌 트렌드를 무시한 일방적 역주행은 심각한 국가 경쟁력의 후퇴를 가져왔다. 국가의 일관성과 지속성은 늘 뒷전으로 밀려나고 정치적 이해득실에만 집착했다. 외부 경쟁자들이 급변하는 전환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안에서는 마치 세상을 등진 것처럼 우물 안 개구리가 돼 소모적인 일에 혈안이 되는 어리석음을 반복하고 있다. 박빙 승부라고는 하지만 여하튼 결과는 정권 유지가 아닌 교체로 귀결됐다. 그나마 주변에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다수라는 점이 확인되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당장 지적해야 할 것은 제조업의 쇠퇴를 멈추는 작업이다. 한국 경제의 오늘을 가능케 한 원동력은 누가 뭐라고 해도 제조업이고, 미래도 이 트랙에서 벗어날 수 없다. 5년 후 1%대 저성장이 예측되는 시점에서 당장 시급히 추슬러야 할 최대 현안은 제조업 경쟁력의 회복이다. 지구촌 경쟁국들을 둘러봐도 이들이 공통으로 열을 올리는 부문은 제조 혁신이다. 전통 산업이 아닌 신(新)제조업 육성에 사활을 건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상황에서도 경쟁의 열기는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제조업 르네상스와 공급망 재편, 이 과정에서 이익을 선점하기 위해 주변 정리를 서두른다. 안방을 강화하고 심지어 밖에 나가 있는 자국 기업을 불러들이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는 너무 안일하고 미래 전략이 부재하다. 내부에선 제조업의 발목을 잡지 못해 안달이다. 이런 판이니, 밖에 나가 있는 한국 기업의 99.5%가 국내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한다. 결과는 참혹하다. 양질의 일자리가 없어 청년들의 방황은 길어지고, 지방 경제는 몸살을 앓는다.
 
떠나는 정부가 요란하게 내세운 디지털·에너지 전환도 공허하게만 들린다. 목표가 불분명하며 어떤 결과를 노리고 있는지에 대한 철학이 명확치 않다. 설사 이를 부정한다 하더라도 이념이나 특정 진영의 이익에 지나치게 경사가 돼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글로벌 강자들은 제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지향한다.
 
굴뚝 산업에서 탈피해 디지털 혁신을 통한 스마트 제조 경쟁력 확보가 목적이다. 스타트업 육성도 같은 선상이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스타트업은 서비스업종뿐 아니고 인공지능(AI)·로봇·반도체·모빌리티·메타버스 등의 ‘딥테크(Deep Tech)’로 무장한 벤처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국내의 갖은 규제와 시장 진입 장벽으로 국내를 포기하고 해외에서 보금자리를 찾는다. 미국이나 동남아와 중동, 급기야 일본 시장에서 길을 찾고자 한다. 기업 중시보다 경시 풍조가 만연하다 보니 국내 산업의 공동화는 이미 예고된 참사인 셈이다. 기업의 사기는 바닥이고 기업가 정신은 실종되고 있다. 분위기 쇄신이 획기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제조업의 몰락을 막을 길이 없다.
 
반대를 위한 반대 잠재우려면 다수가 공감·인정하는 처방과 수단 필요
 
탄소중립사회 실현을 위한 에너지 전환은 불가피한 시대적 요구다. 글로벌 대세를 외면하기 어렵다. 화석연료를 지양하고 신재생으로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것까지는 맞다. 그러나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면서 국내 산업 경쟁력과 소비자 후생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중요한 원칙은 깨끗하고 값싼 전기의 생산이다. 아무리 선한 방향이라도 비용과 효율, 이에 따른 희생은 최소화해야 한다. 목표는 정확해야 하지만 주어진 여건을 충분하게 고려하면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하다. 
 
최근 원전 관련 현 정부의 태도 선회로 벌집 쑤셔놓은 듯 시끄럽다. 5년 내내 탈원전을 고수하다가 임기 말에 갑자기 ‘원전 친화’를 들고나왔기 때문이다. 황폐화된 원전 생태계 종사자들을 다시 허탈하게 만들었다. 수출 절벽에 원자력 전문가 감소와 해외로 이탈, 전기료 인상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자원 빈국인 한국에게 원자력만큼 좋은 포트폴리오가 없다는 진실을 무시한 결과가 엄청난 재앙이 돼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또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일자리 창출에 대한 근본적 시각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진보좌파 정부는 일관되게 노동자의 권익을 주장한다. 하물며 주 52시간, 4일 근무제 같은 획기적인 처방을 내놓는다. 달콤한 이야기지만 현장은 이와 정반대로 훨씬 냉혹하다. 그들은 노동 시장의 유연성이나 공정성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강성 노조의 이익 대변이 정치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계산식이 깔려 있다.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계층은 신규로 노동 시장에 진입하는 청년이다. 여기에도 양쪽 주장이 팽팽하다. 유연성 제고가 청년층의 일자리 창출을 늘리겠지만 상대적으로 기존 노동자의 해고로 장년층의 일자리 소멸로 연결될 수 있다는 논리다. 해고 노동자를 위한 사회 안전망 구축도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노동 시장의 경직성 탈피는 이에 앞서는 선행조건이다. 그렇다고 해서 양측이 접점 없는 레일 위를 무작정 달려갈 수는 없다. 그래서 정치의 자리가 있는 것이다. 소탐대실하지 않고 모두가 살기 위한 큰 틀의 결단이 필요하다. 결국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이다.
 
추진 동력은 분산된 힘이 아닌 하나로 결집한 힘에서 나온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잠재우려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처방과 수단이다. 당면한 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균형적인 감각을 복원해야 가능하다. 한 권의 책을 읽거나 하나의 현상에만 집착해 확증 편향에 빠지는 오만과 자만을 철저하게 경계해야 한다. 원유 의존도나 수출주도 경제 측면에서 세계 1위인 한국 경제에게 위기는 늘 상수다. 나라 안팎에서 크고 작은 일이 터지기만 하면 안절부절 못한다. 경제 기반이 취약하고, 국가 정책의 일관성이나 지속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경제 주체들은 예외 없이 한목소리로 성장 잠재력의 회복을 주문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초심은 퇴색하고 과거와 같은 실수를 으레 되풀이해 왔다. 프로페셔널이 아닌 아마추어들이 나라를 망쳐놓고 씁쓰레하게 퇴장한다. 우리 국격이 높아졌다고 호들갑이다. 어불성설이다. 국가가 아니고 기업이나 개인의 격이 높아진 것에 불과하다. 더 많은 한국인이 세계를 무대로 다시 뛰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저녁이 있는 삶도 중요하지만, 아침이 설레는 삶으로 복귀가 더 절실하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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