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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기의 시사&이슈

‘주권평등의 원칙’이 깨질 때 우리가 가야할 길

‘나치 척결’ 내세워 히틀러식 침략한 푸틴의 자가당착

속내는 구 소련 공산당이 누렸던 대제국 통치 권력욕

강대국은 작은 나라 주권 짓밟을 수 있다는 선례 남겨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3-24 11:40:16

 
▲최재기 공화주의 칼럼니스트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략할 때 우크라이나 내 나치 추종세력을 몰아내고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 사는 슬라브계 시민들의 생활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래서 전면전이라 부르지 않고 평화유지를 위한 ‘특별군사작전’이라 불렀다.
 
“푸틴 대통령은 ‘모든 계획을 완수하겠다. 돈바스(우크라이나 동부에 위치한 지역)에서 (친 러시아 시민에 대한) 대량 학살이 이뤄지고 있다. 이번 특별군사작전의 목표는 이를 멈추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조선일보, 2022.3.20.)
 
그러나 정작 동부 슬라브족 시민을 포함하여 우크라이나 시민들 중 러시아로 피난 간 사람은 전체의 5%도 채 안 되고, 대부분은 서방지역으로 떠나갔다. 푸틴은 슬라브족 우크라이나인들도 그다지 원하지 않는 침략전쟁을 벌인 것이다.
 
침략의 명분으로 나치 세력 척결을 통한 슬라브족의 생활 보호를 내세운 점은 히틀러가 1938년 체코를 침략할 때 내세운 게르만족의 ‘생활공간’(Lebensraum) 확보 요구와 비슷하다. 나치 척결을 주장하고 침략하면서 히틀러와 같은 핑계를 댄 것은 자가당착이다. 과거 히틀러가 자기를 칭할 때 좋아했던 ‘지도자’ 라는 용어를 스탈린이 그리 부러워했던 점을 상기해보면, 나치식의 우파 전체주의나 볼세비키식의 좌파 전체주의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성질의 정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푸틴이 민족 핑계를 댄 것은 러시아 인민들 중 침략전쟁에 반대하는 세력을 억누르기 위한 가식적인 명분이다. 전제 통치자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속내는 과거 소련 시절 공산당이 대제국을 다스렸던 것과 같은 권력욕심 때문이다. 그 시절 소련 지도자들의 말 한마디에 동유럽과 세계가 벌벌 떨었었다.
 
“공화정체에서 덕성이, 군주정체에서 명예가 필요한 것처럼, 전제정체에는 두려움이 필요하다.”(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제3편)
 
푸틴의 전쟁은 국제정치 질서에 다음과 같은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첫째, 식민지 쟁탈이라는 제국주의 시대의 난세(亂世)는 1차 대전으로 마감되었지만, 새로운 질서의 원칙을 세우지 못하고 유럽 열강들이 전전긍긍할 때, 미국 대통령 우드로 윌슨의 민족자결주의 선언은 파리평화회담 타결의 주요 지침이 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국제질서의 형성이라는 치세(治世)는 2차 대전 후 열강들이 식민지를 전부 포기하고 해방시켜 민족(국민)국가들이 건국됨으로써 비로소 완성됐다.
 
2차 대전 이후 국제정치는 민족(국민)국가(nation state)를 기본 단위로 한 질서였다. 식민지들은 대략 민족 거주의 경계선을 기준으로 국경선을 정하여 독립했고, 독립한 각국의 주권은 평등하다는 원칙을 정립했다. 민족국가와 주권평등을 원칙으로 국제연합(유엔·UN)을 결성하되, 5대 강국의 위상은 안전보장이사회의 거부권으로 보장했다. 이렇게 하여 지난 70여년 동안 유지된 국제질서가 탄생한 것이다.
 
이번 러시아의 침략전쟁은, 강대국은 작은 나라의 주권을 짓밟을 수 있다는 선례를 보여주어, 유엔의 기초인 민족국가와 주권평등의 원칙을 전면 부정한 것이다. 특히 21세기 들어 제대로 된 공화주의 국가 형성에 많은 나라들이 실패했다. 국가실패로 인한 난민 문제 때문에 민족국가 중심의 질서가 위태로운 지경이다. 이런 때 강대국이 공공연히 약소국의 주권을 부정하면, 국제정치 질서의 해체가 가속화되면서 천하대란의 시대로 접어들 수도 있다. 푸틴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를 지구인들에게 던졌다.
 
둘째, 러시아가 전쟁을 확대하여 민간인 피해가 급증함에도 인권과 평화를 자랑하던 유럽연합(EU)과 나토(NATO)는 군사적 대응을 못하고 있다. 미국도 일찌감치 군사적 개입에 선을 그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서방에 우크라 상공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절실히 호소하는데도, 서방은 거리를 두고 있다. 왜 그럴까?
 
러시아가 핵보유국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좌파 이데올로기를 청산하지 못한 유럽의 지식계급들은 3차 대전을 막아야 한다는 핑계로 심지어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침략 전쟁을 벌여도 침략자가 핵보유국이라 아무런 군사적 조치를 할 수 없다면, 이후 많은 국가들이 자국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 핵개발에 나설 압력이 커질 것이다. 그 나라들이 핵개발에 나서더라도 핵보유국들은 이를 막을 명분이 줄어들 것이다.
 
이번 전쟁으로 서유럽 국가들의 위선에 대해 구소련 권 국가들의 실망감은 커질 것이다. 특히 지금도 매일 1000억원 넘게 러시아로 가스 값을 송금하고 있는 독일에 대한 우크라이나 국민의 배신감은 엄청날 것이다. 환경주의 지지를 업고 16년간 장기집권하면서 핵 발전 폐기, 에너지를 전체주의 러시아에 의존케 한 메르켈은 위선 정권의 표본이라 하겠다.
 
우리가 당장 핵을 보유할 수 없다면, 핵무기를 보유한 전체주의 국가로부터 침략을 막는 최선의 선택은,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동맹국과 핵 공유(nuclear sharing)를 강화하여, 적에 대한 핵 억제력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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