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업계,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등골’ 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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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원자재가 급등 영향 점검회의’ 개최

반도체 등 국내 주요 16개 업계, ‘채산성 악화’ 우려
원유·나프타 등 에너지 수입에 무관세 등 지원 절실
무협 “체계적인 공급망 관리·충분한 재고 비축 필수”

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4-19 19:57:21

▲ 원자재가 급등 무역업계 영향 점검회의에서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무역협회 제공]

올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업종을 불문하고 수출기업들이 채산성 악화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무역협회(무협)은 19일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무역업계 영향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주력 수출업종별 생산 단가 상승 현황 및 애로사항을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는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등 국내 16개 업종별 협·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기업의 수출 채산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범정부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석유협회 및 석유화학협회는 “러·우 사태로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어 기본관세가 3%인 원유 및 벙커C(B-C)유에 대해 무관세 적용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석유업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국들은 이미 해당 문제를 인식하고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을뿐더러 미국도 0.1%~0.2%의 낮은 관세율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러시아산 중질 나프타 수입이 전면 중단돼 나프타 가격이 연초 대비 30% 상승했고 올해 나프타 할당 관세액이 1년 전보다 70% 급증해 3200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선, 자동차·부품, 일반기계 등 금속자재 수요가 높은 업종들에게도 원자재 상승에 따른 애로사항들이 쏟아져 나왔다. 조선협회는 “올해 4월 후반 가격이 t당 140만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국내 조선소의 수익이 크게 악화됐다”며 “특히 후판 가격 인상분을 공사손실충당금에 반영하면 회계상 영업손실이 무려 4조4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자동차부품업계도 차량 경량화 소재인 마그네슘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중국이 전 세계 공급량의 9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공급선 다변화가 사실상 어려운 입장이다.

정보통신(IT) 업종 또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반도체는 네온 등 반도체 공정용 희귀가스 수입이 30~50%가량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의존하고 있는데, 올해 1~2월 네온 수입 가격은 무려 156% 뛰었다. 단기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지만 대체 가능한 중국산 가격이 더 크게 상승하고 있어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것이 IT업계의 의견이다.

한편 중국의 고강도 방역대책으로 도시봉쇄 등 영향 역시 러·우 사태와 더불어 공급망 측면에서 악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기계산업진흥회는 “일부 기업들이 러시아 수출용 굴착기(45~120t급) 수주 이후 부품과 자재를 선구매했으나 현재 수출길이 막혀 손실보전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중국 심천 등 봉쇄지역에 진출한 공작기계 업체들도 부품 수급에 난항을 겪고 있으며 내륙운송이 지체되면서 판매량도 동반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구자열 무역협회장은 “지금도 우리 수출기업들은 가격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1원’을 다투는 원가절감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진단하며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내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공급망 관리와 충분한 재고 비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기찬 기자 gc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