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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중에 보리밥을 먹지 않는 녀석이 있다. 어린 시절에 하도 보리밥만 먹어서 질렸다고 한다. 그래서 그 친구 집에 가면 언제나 흰 쌀밥만 나온다. 사실 베이비부머 세대 중에는 보리밥만 먹고 자란 사람들이 많다. 그것도 쌀 한 톨 섞이지 않은 보리밥을 간장이나 고추장에 비벼 먹은 친구들이 많다.
이렇게 쌀 한 톨 들어가지 않은 보리밥을 ‘꽁보리밥’이라고 한다. ‘꽁 + 보리 + 밥’의 형태로 이루어진 단어다.
유의어로는 ‘순맥반(純麥飯)’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에 먹던 꽁보리밥을 도시락으로 가지고 가기엔 부끄러웠다. 그래서 이런 예문을 들어 본다. “길에서는 군말 없이 꽁보리밥도 옥수수밥도 잘 먹었던 나였지만 도시락엔 차마 싸 갈 수 없었다”라고 ……
그런데 꽁보리밥보다는 ‘깡보리밥’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했던 기억이 있다. 사실 깡보리밥이라는 말은 비표준어이다.
아마도 꽁보리밥을 많이 먹던 세대가 강조하기 위해서 쓰던 말인 아닌가 한다. 우리말에서 ‘꽁’이라는 단어는 주로 꼬리를 의미한다. 꽁대기1('꼬랑이'의 방언, 꼬랑이는 꼬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 꽁대기2(‘꼬리'의 방언), 꽁당지('꼬리'의 방언), 꽁쟁이('꼬랑이'의 방언) 등과 같이 주로 방언에서 끝을 의미한다. 이것이 보리밥에 붙어, 보리만 있다는 의미로 사용한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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