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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의 법으로 세상읽기

명분을 찾기 어려운 ‘검수완박’ 법안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4-20 08:58:01

▲ 이동호 변호사
/급조한 '검수완박' 법안, 정합성 낮고 군데군데 위헌성도 노출
/주요 선진국, 수사ㆍ기소 분리 아니고 검찰이 여전히 경찰 통제
/검찰무력화로 제 식구 감싼 민주당, 과연 민주적 행태인지 의문
 
검찰수사권을 전면 박탈하겠다는 소위 ‘검수완박’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일반 여론은 물론이고 법조계도 거의 입을 모아 반대하고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방향에 공감하더라도 왜 이리 급하게 추진하느냐는 신중론도 있다. 6대 중요범죄 수사를 제외한 나머지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는 수사권 조정을 한지 불과 1년밖에 안됐고 부작용이 지적되니 우선 이것부터 보완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분리된 수사 기능을 경찰에 그대로 넘길지 아니면 특별수사청 같은 별도 수사 기관을 설립할지 등을 여야 합의로 신중하게 설계해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입법을 마무리하고 싶은 민주당 입장도 이해는 간다. 문제는 민주당이 내놓은 개혁 입법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검수완박’은 70년 유지된 검찰 제도를 완전히 바꾸는 대변혁이므로 법안에 정합성도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제안 이유가 공감을 얻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이 제출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정합성부터 떨어진다. 특히 영장 청구권자 관련 조항들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계속 나오고 있다. 헌법상 영장을 신청할 수 있는 자는 검사뿐이라서 형사소송법은 이를 전제로 경찰은 오직 검사를 통해서만 영장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절차를 규정했다. 그런데 ‘검사’란 단어를 단순히 ‘사법경찰관’으로 바꿔치기 하거나 아예 제거하는 식으로 급하게 개정안을 만들다 보니 마치 검사 아닌 사법경찰관에게 영장 신청권이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게 되었다. 검사는 오직 경찰의 신청이 있는 때만 영장을 청구할 수 있어서 경찰이 어떤 거물 피의자를 작정하고 감추면 이를 견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민주당이 이런 부조리를 원한다고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치면서 보완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급박한 상황에서 심도 깊은 심사를 기대하긴 사실 어렵다. 그래서 시행되자마자 곧바로 헌법소원이 제기되거나 형사재판에서 구속의 위헌성을 지적하며 판사가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하면 수사와 재판이 장기간 공전될 지도 모른다. 자칫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 구속 피고인들이 무더기로 석방돼 국가를 상대로 불법 구금에 대한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그러면 형사 사법이 아수라장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개정안의 제안 이유는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와 기소로 검찰의 국가형벌권 행사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수사권과 기소권 이원화는 민주국가 사법 체계의 기본이고 형사소송법을 제정한 1954년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대한민국도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의욕했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이 과연 공감할 수 있는지 짚어봐야 한다.
 
우선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 문제는 워낙 해묵은 문제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 들어서는 오히려 검찰을 억압해 정권의 식구들을 감싼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비정상적인 검찰 인사로 정권이 연루된 의혹을 받는 대형사건 수사가 멈춰 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김학의 전 법무차관 사건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2차례나 무혐의 처분이 났는데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재수사를 지시하는 바람에 오히려 큰 탈이 났었다. 허위 서류까지 만들어 김학의 씨 출국을 막으려다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담당 검사가 직권남용으로 재판받는 신세가 되고 김학의 씨는 오히려 무죄가 확정됐다. 대통령이 김학의 씨에게 사과하고 관련자들의 선처를 구해도 모자랄 사건이 되어 버렸다.
 
형사소송법 제정 시에 대한민국이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의욕했다는 주장은 변호사인 필자로서도 금시초문이다. 오히려 형사소송법은 제정 당시부터 검사의 수사권과 기소독점권 그리고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명시했었다. 물론 당시 어느 국회의원이 수사권과 기소권 집중을 우려해서 분리하자는 발언을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수결로 통과된 법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이 의욕한 것은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가 아닌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검찰에 의한 경찰 통제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가 민주국가 사법 체계의 기본이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검수완박’을 최초로 주장한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대표 발의했던 ‘공소청법안’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서를 보면 이 주장이 왜곡임을 알 수 있다. 이 보고서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우선 수사·기소권 분리의 대표적인 국가로 거론되는 미국에서도 연방 아닌 주 단위 지방검사들은 직접 수사를 한다고 한다. 다만 검찰과 경찰 간에 엄격한 지휘 관계는 아니고 긴밀한 협력관계인 점이 우리나라와 다를 뿐이다. 중앙일보가 인터뷰한 한국계 대니 전 뉴욕브루클린지방법원 형사수석판사나 SBS가 인터뷰한 김준현 전 뉴욕남부지검장 대행의 말에 따르면 연방이나 지방검사나 모두 직접 수사를 한다고 한다.
 
영국은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는 검사가 수사권을 갖고 경찰을 지휘하는 구조라서 수사권 조정 이전 우리나라와 같다. 잉글랜드와 웨일즈는 기소만 전담하는 왕립기소청이 따로 있어서 ‘검수완박’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검찰이 아닌 원래 경찰이 갖고 있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시킨 것이어서 연혁적으로는 한국과 다른 셈이다.
 
프랑스는 법원과 검찰이 모두 법무부 산하이고 수사권이 법원에 있어서 제도 자체가 한국과 많이 다르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권은 극히 제한적이고 검사가 확고한 지휘권을 갖고 있다. 독일도 원칙적으로 수사권과 수사지휘권 모두 검찰에게 있고 경찰은 수사를 마친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 그래서 이 두 나라 역시 수사권 조정 이전 우리나라와 비슷할 따름이다. 일본은 경찰이 독립된 1차 수사를 하고 검사는 보충적으로 2차 수사를 하지만 법적으로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과 수사종결권을 모두 검찰이 갖는다. 동경·오사카·나고야 지검 특수부는 독자 수사도 할 수 있다.
 
종합해 보면 주요 선진국 중에 민주당 법안처럼 검찰이 무력한 나라는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중국 공안 제도를 꿈꾸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불장난 같은 이런 행태가 과연 민주라는 이름값에 걸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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