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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人)스토리]-안희복 대한항공 보잉787 기장

“‘끝’ 보이는 코로나19… 항공업계, 이제 ‘시작’이죠”

국민안전·항공업계 발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비행기 조종사

기사입력 2022-04-30 00:05:00

▲ 안희복 대한항공 보잉787 기장 [사진=이종원 기자] ⓒ스카이데일리
 
“비행기장은 국민 안전과 직결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강한 정신력을 요구하는 직업이에요. 여행객들은 편하고 즐겁기 위해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주로 비행기를 이동수단으로 선택하죠. 그 과정에서 전 세계 어디서든 목적지까지 안전하고 편안하게 모시는 것이 기장의 목표라고 봐요. 기관사, 버스 기사 등 교통수단에서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분들이 많지만 비행기는 국가마다, 공항마다 절차나 법, 특성 등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국민 안전을 위해선 끊임없이 공부하고 숙지해야 하죠.”
 
안희복 대한항공 보잉 787 기장은 대한항공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 조종사다. 충청남도 당진에서 태어난 안 기장은 자신이 비행기 조종사로 일할 지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고등학생 때 입시준비 과정에서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한국항공대학교를 접하고 조종사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결국 항공대 입학 후 ROTC에 지원해 공군 소령으로 10년간 전투기를 몰다 전역하고 현재 기장의 자리까지 올라섰다.
 
항공업계, 코로나19로 ‘터널’ 걸어와…“단계적 회복에 업계 의견 반영해야”
 
최근 2,3년간 전례없는 전염병 대유행으로 항공업계는 크나 큰 위기를 맞이해야 했다. 더욱이 직업 특성상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등 이들의 속사정은 코로나19가 항공업계에 얼마나 큰 여파를 불러왔는지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한창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때에는 아파도 병원에 못 갈 지경이었어요. 2주간 해외에 방문한 기록이 있으면 병원에서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진료가 어려웠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저희는 비행을 계속해야만 했기 때문에 항공기에 몸을 실을 수밖에 없었죠.”
 
“지금은 2년여 세월이 흘러 많이 무뎌졌지만 코로나19가 극심했던 2020년 2월 무렵 항공업계에서는 닥쳐올 암흑기를 예상하지 못해 코로나19 피해를 온 몸으로 받아내야 했어요. 사스, 메르스와 같은 여느 감염병처럼 잠시 스쳐지나갈 줄만 알았던 코로나19는 오랫동안 항공업계를 괴롭혔지요.”
 
“코로나19에 대한 대비가 없다 보니 항공업계가 비행 편수를 줄일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승무원의 휴직으로 연결됐어요. 일례로 LCC(저비용 항공사) 같은 경우 단일 기종이므로 동남아행 등 단편으로 구성됐고 코로나19 타격으로 인해 편수가 90%가량 줄었어요.”
 
“대한항공의 경우 노사간에 협의가 원활하게 진행돼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었지만 여객기에서 화물기 위주로 변경되면서 대형기같은 경우 역으로 비행이 많아지는 현상이 나타났어요. 반면 소형기는 운행이 어렵기 때문에 대형기 기장과 소형기 기장의 불협화음이 연출되기도 했죠. 항공사마다 다르긴 하지만 운행이 어려운 소형기의 경우 짧게는 3개월, 길게는 기약 없는 휴식기를 가져야 했죠. 객실 승무원은 1년에 두 달만 근무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운이 좋게도 저는 당시 대형기를 운행하고 있었기에 비교적 코로나19 피해는 적은 편이었어요. 하지만 코로나19가 완화되는 분위기 속에서도 일부 항공사에서는 아직까지 피해가 이어져 길어진 휴식기에 힘들어하는 승무원들이 많아요.”
 
▲ 안 기장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당시, 항공업계가 휴직과 편견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스카이데일리
 
이밖에 ‘코로나19 색안경’도 승무원을 괴롭게 하는 요인들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해외에서 유입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해외 왕복 빈도가 많은 승무원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편견이 언론 및 국민들 사이에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또 승무원 가족들은 등교에 제한을 두는 등 코로나19 확산을 야기하는 직업으로 깊숙이 뿌리내린 편견들이 항공업계 종사자들을 힘들게 했죠.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이 극에 달했던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이해는 되지만 아직까지도 이같은 편견들이 곳곳에 남아있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에요.”
 
6일 국토교통부는 코로나19 완화 추세에 힘입어 연말까지 국제선 운항 규모를 50%까지 회복하는 ‘국제선 단계적 일상회복 방안’을 추진하기로 방역당국과 합의했다. 이에 안 기장은 코로나19 회복세에 기쁘면서도 항공사 입장을 반영하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표명했다.
 
“정부에서 진행하는 정책과 항공사 자체 정책은 다른 것이 분명해요. ‘국제선 단계적 일상회복 방안’은 정부의 입장만 포함돼 있죠. 단계적으로 항공업계를 되살리는 정책에는 동의하지만 사업자의 여건이 감당할 수 있는지, 방향성은 어떻게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수렴하는 소통의 절차가 생략됐다고 볼 수 있어요. 항공기만 해도 2년간 운행을 쉬었기 때문에 재정비 과정도 필요하고 조종사 또한 재교육을 해야 하는데 이같은 현실이 반영되지 않았어요.”
 
“개인적으로 정부가 수립 과정에서 항공사 계획 등을 청취하고 제안서를 내면 승인하는 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봐요. 올해 11월이면 2019년 대비 50%를 회복하겠다는 방침인데, 누구나 희망을 가지는 것을 좋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환율 및 유가의 급등, 새로운 코로나19 변이의 등장, 상하이 봉쇄 등 여행심리가 다시 위축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죠.”
 
여행, 지금이 ‘적기’…“유럽은 어떠세요?”
 
그럼에도 안 기장은 여행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 예측했다. 내일이면 가정의 달을 맞이해 가족여행을 나서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한국에 대한 국제적 이미지가 예전에 비해 많이 개선됐기 때문에 자부심을 갖고 비행기에 몸을 맡겨도 괜찮다는 것이다. 이에 기자가 해외를 누구보다 많이 다니는 기장으로서 여행지를 추천해 달라고 주문하자 안 기장은 주저 없이 유럽을 지목했다.
 
“한국 사람들이 해외여행 시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일본 사람의 경우 해외에 나설 때 자국에 대한 자부심을 많이 갖고 있어 영어를 못하더라도 구매하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과감하게 일본어를 사용하곤 하죠. 이같은 자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현지 판매자에게 일본인이 자주 방문한다는 인식을 강하게 남기고 일본 관광객을 위해 일종의 준비 혹은 대비를 하게끔 만들기 때문이에요. 또한 K-POP을 비롯해서 오징어게임’ 같은 국내 콘텐츠들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끄는 점도 국제적으로 한국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요인이 됐죠.”
 
“만약 이번 기회에 해외여행을 기획 중이라면 유럽을 추천하고 싶어요. 미대륙 보다는 이동거리가 짧고 볼거리가 많으며 배낭여행 등 구성이 짜임새 있게 마련돼 있기 때문이에요. 요즘은 유럽 여행과 관련한 정보들도 쏟아져 나오고 쉽게 여행 가이드 등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어려움도 적을 거라 판단해요. 다만 나이가 있는 어르신들은 오랜 시간 비행기에 탑승하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으니 동남아 등 주변국으로 여행을 추천하고 싶어요.”
 
▲ 2016년 안 기장에게 보내 온 한 초등학생의 감사 편지. [사진=안희복 대한항공 기장 제공]
 
일하면서 가장 보람찬 순간이 언제냐고 묻자 안 기장은 말없이 휴대폰에서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한 어린이가 삐뚤빼뚤한 글씨체로 정성스레 적은 감사편지였다. 그는 2016년 국내선 기장으로 일할 당시 김포에서 제주로 가는 비행기 편에서 승무원을 통해 이 편지를 전달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진을 꼭 기사에 실어달라고 덧붙였다.
 
“언제 보람을 느끼냐고 물어본다면 이 사진을 보여드리는 것 말고는 더 이상 드릴 말이 없어요. 한 번쯤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 편지에 적힌 학교로 전화했으나 성 없이 이름만 적혀 있다 보니 결국 찾지 못한 채 6년이란 시간이 흘렀죠. 혹시나 그 친구가 이 기사에 실린 사진을 보게 된다면 감사하고 있다는 제 마음이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또 가족이든 친구든 누구와 여행해도 정말 즐겁고 안전하게 여행하고 많은 걸 배우면서 행복하길 바라고 또 바란다는 마음도요.”
 
“언제까지 기장 일을 할 지 모르겠으나 퇴직은 7~8년 정도 앞두고 있어요. 아마 현재 조종하는 비행기가 마지막 기종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남은 기간 동안 맡은 바 책임을 다할 생각이에요. 건강하고 안전하게 사고 없이 퇴임하는 것이 현재로서 바라는 소망이죠.”
 
안 기장은 기장으로서 업무에 충실하는 한편, 항공업계의 어려움을 정부 등에 알리려면 법을 알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어 2021년부터 항공법과 관련해 박사학위 취득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항공업계 발전을 위한 미흡한 정책이나 제도 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계획이다. 끝으로 비행기 조종사들은 각자 비행만 신경 쓸 뿐, 이와 관련한 연습이나 계발 등에 소극적인 부분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국내 항공분야에서 미흡한 정책이나 제도 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할 계획이에요. 항공법률과 관련해서 진행 중인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사람’이 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에요. 기장으로서 각자 비행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후배들이 관련한 분야에 대한 탐구와 공부를 지속해야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 노력이 후배들에게도 전달되길 바라요. 마지막으로 항공정책실 수준으로 쪼그라든 국내 항공 부처를 항공청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것도 제 계획이죠.” 
 

 [김기찬 기자 / gckim@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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