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소셜 닥터’라고 봐요. 의사가 인간의 몸을 치료하는 메디컬 닥터라면 정치는 사회 그늘진 곳의 약자들을 다 어루만지고 치료해야 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니까요. 사실 저는 과거에는 정치 무관심 혹은 혐오 쪽에 속했어요. 하지만 그건 내가 살고 있는 사회를 더 나아지도록 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됐죠. 그래서 정치인에 대한 혐오감을 버리고 정치인이 존경받고 박수받는 사회, 그런 세상을 저 스스로 한번 만들어보고 싶어 과감히 발을 들였죠.”
정당의 대변인은 정당의 입과 얼굴에 비유되곤 한다. 대표만큼이나 카메라 앞에 자주 서고, 대표 못지않게 발언이 인용되고 회자되다 보니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당대표들이 유능한 대변인을 찾는데 신중을 기하는 이유다. ‘대한민국 새로운 정치’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이 뽑은 대변인은 과연 어떤 인물일까.
국민의당 대변인이자 20대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 대변인직을 수행하고 있어 요즘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다는 안혜진(59) 대변인을 만나 그가 대변인 역할 수행을 위해 중점을 두는 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의 정치적 꿈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들어봤다.
‘잡 노마드(Job Nomad)’ 인생에서 정치에의 열정으로 전환
안 대변인은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이른바 ‘잡 노마드’(Job Nomad)의 삶을 살았다. 노마드라는 말은 유목민을 뜻하는데 독일의 미래학자 군둘라 엥리슈는 평생 한 직장, 한 지역, 한 가지 업종에 얽매여 살지 않는 사람을 ‘잡 노마드’라고 정의했다.
“1986년 전주 근영여고 수학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ROTC 장교 출신인 남편과 결혼한 뒤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어요.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강남 대치동에서 학원 강사도 했고 학원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죠. 그러다가 2003년 무공해 페인트 회사인 이스코바이오텍 벤처기업 창립 멤버로 들어가면서 교육자에서 기업인으로 전환하게 됐어요. 이후 외국계 기업 한국 대표를 거쳐 국내 최초 중소‧중견 면세사업자인 시티플러스 대표직을 맡기도 했죠.”
안 대변인은 2020년 총선에서 국민의당 비례대표 7번으로 정계에 입문하면서 자신의 커리어 영역을 다시한번 전환하게 된다. 중소‧중견 기업에서 일하며 부딪혔던 난관들이 자신에게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을 불러일으켰다고 했다.
2020년 3월, 가족한테도 얘기하지 않고 고민하다가 21대 총선에 서류를 넣은 것을 계기로 그는 정치계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면세점 대표로서 일했던 경험을 정치에 적용해서 국가 관광 산업에 일조하겠다는 열망이 컸다고 했다. 마침 주변에서도 잘할 것 같다면서 응원과 격려가 있었다고 한다.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 위원장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박 위원장님은 저에게 ‘잘 할 것 같다. 각오 단단히 하고 소신만 잃지 않으면 할 수 있다. 정치라는 게 소셜 닥터다’ 이렇게 조언을 해 주셨어요. 사회의 아픈 구석을 다 어루만지고 치료해야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의미죠. 제가 과거에는 정치 혐오자였는데 이를 불식시켜 주신 분이 박주선 위원장님이었어요. 이 분을 보고 정치에 대한 희망과 꿈을 갖게 된 거죠.”
안 대변인은 21대 총선과 20대 대선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 치열하게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런 가운데 몸과 마음을 다치기도 하는 등 고난이 뒤따랐다고 한다. 선거운동 기간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정치인에게 표란 무엇인가에 대해 물었다.
“선거운동 때 무릎 관절에 물이 차서 통증을 참고 절뚝거리며 천안, 광주, 대전 등지를 다닐 땐 몸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그보다는 명분을 잃으면 당장은 이로운 것처럼 보여도 나중에는 더 많은 것을 잃게 된다는 조언을 하면 현실정치를 너무 모른다는 베테랑 정치인들의 핀잔을 들을 때, 혹은 정당 안에서도 때로는 동지보다는 경쟁자로 서로를 여기는 모습들을 접할 때, 그럴 때가 가장 힘들었죠.”
“정치인에게 있어서 표란... 이게 딜레마예요. 표는 너무나 중요하죠. 근데 결코 한순간도 표를 의식해서는 안 된다고 저는 봐요. 그걸 의식하는 순간, 표는 떨어진다고 보거든요. 표를 의식한 행동과 표를 의식하지 않고 진심에서 비롯된 행동을 유권자들은 구별할 줄 안다고 믿어요.”
“국민의 무관심은 정치 퇴보를 가져오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
새정치를 꿈꾸며 쉼없이 달려왔지만 정치 신인에게 현실의 벽은 높았고 매정할 정도로 차디찼다. 그럼에도 2년 넘게 소수정당에서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무엇이었을까 궁금했다. 또한 정치인으로서 어떤 사회와 정치를 지향하고 있는지 물어봤다.
“지난해 9월 지상파 방송 3사 생방송 중앙 정당별 정책토론회 대표자로 나서서 2시간 가량 나름대로 중도 실용 정당 이미지를 위해 노력한 일과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기간 중, 당시 서울시장 후보였던 오세훈 시장과 안철수 후보의 첫 TV토론 진행자로 김은혜 대변인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큰 문제 없이 사회자로서 진행한 일, 국회 소통관에서 당시 민주당 비례의원 후보였던 정의연(정의기억연대) 윤미향 씨의 회계 분식 및 공금 횡령 관련해 의원직 사퇴가 당연함을 토로했던 브리핑 장면 등이 기억에 남네요.”
우리 주변엔 특히 좌·우로 나뉘어 정쟁을 일삼는 현실정치로 인해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20대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 대변인으로서, 그리고 과거 정치혐오를 느꼈던 국민으로서 이런 국민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를 묻자 그는 진지한 어조로 답을 이어갔다.
“만일 대다수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정치인을 혐오하여 비웃음거리로만 여긴다면, 정치는 더욱 타락하고 나라는 갈수록 엉망이 되겠지요. 민주주의 국가에서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므로 국가의 흥망성쇠의 가장 큰 책임 또한 국민이 짊어질 수 밖에 없다고 봐요.”
“새로 출범할 윤석열정부가 헌신적인 각오를 다지며 최상의 플랜으로 나라를 이끌어간다 해도 국민의 협조와 격려, 응원과 지지가 없으면 늘 휘청거리고 결국에 넘어지거나 퇴보할수 밖에 없고,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 몫이 되는 것이죠.”
5월 10일 대통령 취임일을 위해 현재 취임준비위원회에서 어떻게 준비하고 있으며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했다. 특히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질문하자 새 정부 출범 이후 도래할 5년을 희망이 넘치는 시기로 기대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안 대변인은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철학과 추구하는 가치, 그리고 5년 후 기대 이상으로 성장하고 변화된 대한민국의 미래 청사진을 국민 앞에 선보이는 첫 날인 만큼, 박주선 취임준비위원회 위원장과 이도훈 총감독께서 당선인의 생각과 비젼을 수시로 교감하고 공유해왔어요. 이를 고스란히 5월 10일 취임일에 잘 녹여낼 수 있도록 막중한 사명감으로 하루하루를 긴장감속에서 보내고 있죠.”
“취임사와 취임식 기획, 그리고 국민통합을 위한 초청 업무를 맡은 각 분야 최고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들도 행안부, 외교부, 문체부 공무원들과 협업하며 역사적 순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특히 이번 취임식은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민생경제가 어려운 만큼, 소박하고 검소하면서도 국민과 함께 하는 감동적인 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 겁니다.”
끝으로 20대 대통령이 이전의 대통령들과 차별화되는, 국민이 가장 기대할만한 점이라고 할 만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물었다.
“국민이 진보나 보수, 중도에 관계없이 살아있는 권력에 결코 굴하지 않았던 후보, 법치를 소중히 여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선택한 것은 꽤 큰 의미가 있다고 봐요. 소통을 중요시여기고 누구와도 교감하고 친화력이 뛰어난 대통령, 대한민국을 외교 강국으로 우뚝 세워 박수갈채를 받는 리더십이 뛰어난 대통령으로 많은 국민이 믿어주고 기대하면, 5년 후 대한민국은 초고속 성장을 이루고 그 엄청난 과실은 국민이 함께 누리게 될 것이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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