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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직원이 기업의 미래를, 국민이 국가 장래를 걱정하는 나라

사회적자본 고갈 이미 한계 수준 도달… 국민 통합보다 분열 촉진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5-02 11:18:52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최강자로 꼽히는 한국의 ‘삼성’과 대만 ‘TSMC’ 직원의 넋두리가 외부에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 독보적인 시장점유율(53%)을 견지하고 있는 ‘TSMC’직원들이 급격히 늘어난 업무 강도로 회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돈만 있고 삶이 없음에 대한 회의감으로 회사를 떠날 채비를 하는 직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좀 다른 얘기이기는 하지만 ‘삼성’ 입사 5년 차 엔지니어가 기업의 당면 위기와 미래에 대한 우려를 표시해 눈길을 끈다. 임금이나 복지에 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이례적이다. 후발주자 추격에 대한 초조감, 품질보다는 속도를 중시하면서 누적되고 있는 낮은 업무 성취감 등을 지적한다. 
 
이는 비단 국내 기업의 대표주자인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고 한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정확하게 직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흘려 버리기에는 아까운 지적이다. 늘 위기를 달고 버텨내고 있다고 하지만 지금 닥치고 있는 위기는 절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고이기도 하다.
 
국가 성장 동력이 상실되지 않고 지속해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자본의 투입이 계속돼야 한다. 성장 단계의 경제에서는 물적자본(Physical Capital)과 인적자본(Human Capital)의 투입이 중요하지만 성숙 단계로 접어들면서 성장 엔진이 식을 때는 사회적자본(Social Capital)에 대한 중요성이 커진다. 1세대 자본인 물적자본은 하드웨어에 기술을 체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2세대 자본인 인적자본은 휴먼웨어로 사람의 머릿속에 기술 혹은 근육 속에 숙련 기능이 체화하는 것을 뜻한다. 
 
3세대 자본은 사회적자본은 네트웨어로 정직성과 신뢰, 관계의 질(質), 협력과 조정으로 정의된다. 특히 선진국으로 진입할수록 유형의 자본인 물적자본과 인적자본이 충분하나 무형의 자본인 사회적자본의 부족으로 동력이 급격히 위축되는 사례가 허다하다. 사회적자본은 규칙, 신뢰, 도덕, 네트워크, 제도 등으로 이는 개인·조직·기업·정부가 상호 협력하고 소통해 가치를 배가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사회적 신뢰가 10% 상승하면 경제성장률이 0.8%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기도 하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궁극적 차이는 무엇일까? 소득 격차, 이는 단지 피상적인 숫자 개념에 불과하다. 이와는 별개로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구성원들이 효율적으로 결합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사회적자본의 축적 정도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적자본은 개인과 개인을 연결해 주는 관계의 규범으로 신뢰가 바탕이 된다. 특정 개인 혹은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고 공공재의 성격을 띠고 있기도 하다. 근래에 우리 내부가 통합보다 분열 양상이 극심해지는 이유는 매우 자명하다.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국가 대의에 대다수는 개인의 희생을 감수하면서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왔다. 비슷한 처지에 있던 국가들은 우리를 부러워하고, 심지어 한 수 배우려고 열공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모순과 천민자본주의의 이빨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부나 권력이 소수에 집중돼 이들의 부도덕이 혀를 찰 정도고, 양극화 심화로 가지지 못한 자의 분노를 자극한다. 진영 논리가 수그러들지 않고 오히려 극단으로 부추기는 악재로 자리를 잡는다.
 
소통과 설득을 위해서는 과거와 전혀 다른 긍정적 변화가 필요하나 ‘그 나물에 그 밥’
 
요즘 우리 사회에서 일반 대중의 힘을 빠지게 하는 ‘아빠 찬스’라는 것이 제대로 사는 구미 선진국에서는 절대 허용이 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우리나 중국과 같은 유교권인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고질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도 민간 부문에서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유독 정치권에서만 세습이 이루어지는 후진성을 보인다. 
 
성숙한 도덕성을 보여주는 서방 국가의 자녀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다. 초기에만 학자금 일부를 지원을 받지만, 그 이후부터는 자신이 벌어서 대학을 졸업한다. 졸업까지 4년 이상 5년 혹은 6년이 걸리기도 한다. 
 
부모의 자녀에 대한 엄격한 교육관과 탄탄한 공교육이 건전한 사회 질서를 유지케 하고, 재산의 대물림이나 부모에 대한 지나친 기대나 의존이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다. 오랜 기간 자본주의의 타락을 경계하는 도덕적 관습이 철저하게 체화된 것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고, 계층 간의 이동 사다리가 허물어진 우리와는 현저하게 대조적이다.
 
또 하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사외이사 제도라는 것이다. 외부의 전문가들을 이사회 구성원으로 선임해, 대주주와 관계가 없는 제삼자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경영에 참여시킴으로써 대주주의 전횡을 막기 위한 제도이다. 그러나 제도의 취지와 무색하게 한국에서는 전직 관료나 학계 인사들을 참여시켜 거수기 역할이나 대정부 로비 혹은 방패막이로 활용하면서 부작용이 훨씬 크다. 비상근이지만 연봉 1억이 넘는 사외이사도 나오고 있어 은퇴 후 최고의 직업 혹은 부업이라는 비아냥이 생겨날 정도로 복마전이 되고 있다. 
 
그 어떤 누구를 청문회 대상으로 내놓더라도 무사히 허들을 넘을 수 있는 인사가 없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소위 엘리트라고 하는 인사들의 불법·탈법·편법의 수위가 일반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끗발이 있으면 안 되는 것도 되도록 할 수 있는 전형적인 후진적 구조가 아직도 주변에 만연하다는 것이 씁쓰레하다. 심지어 약자를 보호한다는 운동권이나 시민단체까지 이에 합세해 판을 키우기까지 한다.
 
곧 출범할 새로운 정부가 해결해야 할 우선적 과제로 국민 통합을 꼽는 여론이 많다. 반대 진영의 반대를 위한 반대를 제어할 수 있는 소통과 설득의 방법과 기술이 필요하다. 한편으론 중간 지대에 머물러 있는 무리를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유인과 비책을 만드는 것은 필연이다. 그리고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긍정적인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임기응변이나 꼼수로 일관하면 얼마 가지 않아 기존의 지지층으로부터도 외면을 당할 수 있다. 인사가 만사라는데 조각 인선을 보면 역대 정부가 하던 패착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는 듯하다. 
 
시작도 하기 전에 기대보다 실망이 커진다면 이보다 더 큰 낭패는 없다. 60년 전 산업화라는 성장 엔진을 가동했고, 30년 전에는 세계화를 통해 가일층 동력을 배가해 글로벌 경제의 주역으로 부상하는 험난한 과정을 걸었다. 올해는 다음 30년을 준비하는 첫해로 그 주제는 선진화다. 안타깝게도 국민이 국가 장래를, 직원이 기업 미래를 걱정하는 나라가 되고 있다. 흐트러진 사회적자본의 결집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그 어떤 도약도 말의 성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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