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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사회 전반에 걸친 심각한 도덕불감증

은행권 횡령사건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기사입력 2022-05-04 00:02:30

▲ 임한상 경제산업부 기자
국내 5대 은행 중 한곳인 우리은행에서 회삿돈 614억원을 빼돌린 어처구니없는 횡령 사건이 불거졌다. 내부 직원 소행이었다. 역대 시중은행 직원 횡령 사건 가운데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고객의 돈을 다루는 업무를 하는 제1금융권 은행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충격이 크다. 수백억원대의 거액을 일개 행원이 실제로 횡령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쉽사리 믿기지 않는다. 이같은 사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외부의 시각을 부채질 하지나 않을지 우려될 뿐이다.
 
우리은행 기업개선부에 근무하던 차장급 직원 P씨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약 6년간 세 차례에 걸쳐 614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P씨가 빼돌린 거액의 돈의 출처는 2010년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려고 한 이란 ‘다야니 가문’ 소유의 계약금이다. 이란 최대 가전기업 엔텍합의 소유주인 다야니는 당시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최대주주였던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를 추진하며 계약금 578억원을 냈는데 매매대금 이견으로 계약이 파기되면서 계약금이 반환되지 않고 우리은행에서 관리해 왔다.
 
이에 다야니는 2015년 한국 정부를 상대로 계약금과 이자 등을 돌려달라고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했고, 정부는 2019년 최종 패소했지만 이란에 대한 금융제재로 그동안 돈을 돌려주지 못했다. 하지만 올 1월 송금문제가 풀리면서 P씨의 횡령 사건이 들통나게 됐다.
 
문제는 이번에 구속된 직원이 614억원 중 일부를 마지막으로 빼돌린 시점인 2018년 이후에도 우리은행에서 매년 횡령 사건이 불거지곤 했다는 사실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업권별, 유형별 금전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우리은행에서 적발된 횡령사건만 △2019년 5억8000만원(2건) △2020년 4억2000만원(3건) △2021년 4억원(2건)에 달했다.
 
다른 은행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개 은행(우리·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씨티·부산·기업·산업)의 횡령 규모는 67억6000만원(16건)이었다. △하나은행 35억9000만원(3건) △NH농협은행 25억7000만원(2건) △우리은행 4억원(2건) △신한은행 8000만원(1건) △기업은행 8000만원(4건) △KB국민은행 2000만원(3건) △SC제일은행 2000만 원(1건)순으로 거의 모든 은행에서 마치 약속이나 한듯 횡령사건이 일어났다. 
 
올해 은행권의 횡령 규모는 현재까지 밝혀진 것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금융당국이 이번 횡령 사고에 대한 우리은행 수시검사가 완료되면 금융업계 전반의 금전사고를 다시 점검할 것으로 관측되기도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금감원이 과거에 놓친 금융권의 횡령 사건이 추가로 드러날지도 관심사다. 
 
올해 드러난 거액의 횡령 사건의 속사정을 짚어 보면 우리 사회의 도덕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오스템임플란트 2215억원(1월), 강동구청 115억원(1월), 계양전기 246억원(2월), 클리오 22억원(2월), 우리은행 614억원(4월) 등 공무원, 은행원, 상장사 직원이 얽히고설켜 줄줄이 터지는 횡령사건을 지켜보면서 우리 사회의 신뢰수준이나 안정적 시스템을 거론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횡령 사건이 터지자 우리은행은 횡령금이 은행이 수시로 관리하는 고객용 자산이 아닌 공탁금 형태의 자금이라서 내부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고 해명했다. 정부도 해당 계약금이 정부 예산이 아니어서 점검 자체를 하기 어려웠다고 거들었다. 물론 사기나 부정을 저지르는 범인들이 정말 문제다. 하지만 그같은 잔꾀에 번번이 당하는 은행과 금융당국의 허술한 관리체계는 더 큰 문제다. 양식있는 고객이라면 어떻게 그런 허술한 은행을 믿고 피같이 소중한 내 자금을 맡기겠는가”하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임한상 기자 / hsrim@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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