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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집단지성’ 회복 서두르자

산업화·민주화보다 집단적 反지성에서의 탈출이 우선

좌우 치우치지 않은 ‘중도층’이 대안 세력으로 부상해야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5-23 10:59:34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최근 지성과 반(反)지성이라는 용어가 장안의 화두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가 원인 제공을 했다. 그는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을 조정하고 타협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진실이 전제돼야 하고,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합리주의와 지성주의임을 강조했다. 
 
갈등과 분열을 수습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시의적절한 문제 제기로 평가되지만, 내부 분열의 폭과 깊이가 워낙 커 허물어진 지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인지는 또 다른 이슈다.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두 개의 큰 목표를 가지고 지난 70여년간 많은 대가와 희생을 치렀지만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고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특히 지역·세대·남녀·노사 갈등은 치유되지 않고 공전을 거듭한다. 지성보다는 반지성, 이성보다는 반(反)이성이 덩그러니 자리를 잡고 있고 감정적 혹은 이념적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보수와 진보라는 두 진영으로 나뉘어 스크럼을 짜고 타협이나 양보는 실종된 채 각 진영이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 사생결단을 하듯 치열한 아귀다툼을 벌이는 중이다.
 
‘지성(知性·Intelligence)’의 사전적 의미는 지각된 것을 정리하고 통일해, 이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인식을 낳게 하는 정신 작용이라고 돼 있다. 해방 이후 앞서간 세대들은 후세들이 지적 능력으로 세상을 편하게 살게 하려고 근검절약하면서 교육에 엄청난 투자를 해 자식들을 세계 최고 수준의 지성적 집단으로 변모시키는 원동력을 만들어 냈다. 이를 근간으로 지구촌 모두가 부러워하는 외견상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국가로 부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그러나 개인의 지적 능력이 뛰어난 것에 반비례해 다수의 개체가 서로 협력 혹은 경쟁을 통해 얻게 되는 ‘집단지성(集團知性·Collective Intelligence)’은 갈수록 후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집단지성은 하나의 사회가 안고 있는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인식의 다양성, 독립성은 존중되나 통합적 메커니즘이 전혀 구축되지 않아 개인을 넘어 집단적 이기주의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를 두고 집단지성 오류 혹은 한계라는 지적도 있다. 포퓰리즘이라는 민주주의 후퇴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한다.
 
지식과 지성은 비슷한 개념이지만 일치하지 않는다. 지식은 단순히 아는 것이지만 지성은 지적 능력이다. 지식을 갖추었다고 지성인은 아니며, 지식이 많다고 지성이 발휘되는 것이 아니다. 반지성주의(Anti-Intellectualism)라는 용어가 보편화된 것은 1963년 역사학자 리처드 호프스태터에 의해서였다. 당시 엘리트 지식인에 대한 일반 대중의 적대감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마침내 자기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빈약한 데이터, 이치에 맞지 않는 사례를 거리낌 없이 짜 맞추는 형태로까지 발전했다. 
 
급기야 물리적 폭력 이외에도 언어폭력, 성폭력 등 갖은 폭력 이외에도 진실이 아닌 가짜 뉴스가 세상을 도배하는 지경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반지성주의 문화가 혐오를 조장하고 상식에 맞지 않는 언행을 일삼아 온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탄생시키기도 했다. 편향화되고 있는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은 중도 좌파를 극좌로, 중도 우파를 극우로 내몰면서 분열과 갈등을 더 부추긴다. 중간 지대는 엷어지고 양극단으로 치닫는다.
 
한국도 반지성의 최전선에 서 있는 국가 중의 하나다. 급속한 산업화의 후유증인 양극화에 더해 물질 만능주의가 판을 친다. 설익은 민주화로 인한 비정상적 경거망동과 선동 정치가 기승을 부린다. 이러한 환경하에서는 독버섯 같은 집단이 생겨나기 마련이며, 국민을 현혹하고 국가의 방향을 오도한다. 지성보다는 반지성을 진영의 논리로 미화하고 무장하면서 동조 세력의 확장을 서슴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도덕과 윤리는 실종되고 자기가 속한 진영이 승리해야 더 많은 기득권을 차지하고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는 허상과 맹신이 지배한다. 
 
또 상대 진영을 무너뜨릴 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동원하는 무리수를 둔다. 운 좋게 다수가 되면 힘으로 밀어붙이면서 소수 혹은 반대편의 의견을 묵살하고 일방통행을 한다. 그것이 내부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착각과 망상에 빠져든다. 하지만 역사는 경험적으로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의 실패와 자유 시장경제의 왜곡을 가져와 모두가 더 불행해진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한국 사회 개인의 평균적 지식 축적 정도로만 보면 반지성에서 기인하는 비(非)이성과 불합리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는 충분한 수준이라고 평가된다. 그런데도 증오와 분노가 넘쳐나고 편을 짜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사회 전반적으로 만연한 기득권의 횡포와 이에 뿌리를 박고 있는 도덕 불감증이 이미 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의 말초적 욕구를 이용해 기회주의적으로 올라타려는 불순한 세력들이 곳곳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난다. 이를 경계하고 세력의 확장을 막기 위해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는 극우나 극좌가 아닌 건전한 지성을 가진 중도 세력이 중심을 잡고 일어서는 것이다. 
 
결국은 이들이 국가의 추락을 막고 미래로 전진하게 하는 키를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영의 편에 서지 않고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면서 정상화를 위한 대안 세력으로 부상해야 한다. 비록 숨어 있기는 하지만 젊은 MZ 세대나 60대 이상의 장년층에 의외로 많다. 일그러진 우리들의 자화상을 바로 잡아줄 수 있는, 그나마 내부에 있는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민낯이기도 하지만 마치 금기어와 같이 돼 있던 반지성이 세상 밖으로 나온 만큼 정상적인 지성으로의 복원을 위한 불씨를 살려야 한다. 상대나 반대 진영을 탓할 것이 아니라 정권을 움켜쥔 세력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지성이 반지성을 이길 수 있다는 신념을 확산시킬 수 있는 분위기는 선언적 구호가 아니라 실천적 행동으로 옮겨질 때 만들어진다. 
 
권력 주변에 포진한 인사들이 완장을 찬 것처럼 구태를 반복하면 또다시 집단적 반지성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중국이나 러시아 등 전체주의 혹은 독재국가에서 반지성이 더 넘쳐나고 있는 것을 목격하면서 우리 사회의 획일화를 경계해야 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지성보다 반지성이 난무한다. SNS 상에는 온갖 저질 비방과 욕설, 거짓이 넘쳐난다. 정치권에서는 자고 일어나면 성범죄가 폭로될 정도로 후안무치를 적나라하게 노출한다. 종편 방송에서는 우리 사회의 지적 능력과 지성에 의구심이 들 정도로 자격 미달의 입담을 늘어놓는다. 지성을 회복하려는 시도가 ‘쇼’가 아닌 실용주의 사회로 가는 실천적 규범이 돼야 한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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