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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예이츠와 윤동주

이니스프리의 시인과 정치가

기사입력 2022-05-27 00:02:40

 
▲ 박선옥 국제문화부장
‘이니스프리’를 아시나요? 만일 화장품보다 아일랜드의 아름다운 섬을 떠올렸다면 당신은 아마도 꽤나 여행을 즐기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화장품이나 여행지보다 시인 예이츠가 먼저 떠오른 사람이라면 문학에 남달리 조예가 깊은 사람으로 인정받을 만하다. 아일랜드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1865~1939)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읊었던 시 귀절로 언론에 그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21일 서울에서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 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만찬에서 윤 대통령은 예이츠의 시 한 구절을 인용했다. 윤 대통령은 “인간의 영광이 어디서 시작하고 끝나는지 생각해 보라. 나의 영광은 훌륭한 친구들을 가진 데 있었다”는 예이츠의 시구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을 감동시켰다고 한다. 이 시는 바이든 대통령이 평소 좋아하는 시로 예이츠의 ‘다시 찾은 시립 미술관’이라는 제목의 시다. 윤 대통령이 인용한 부분은 시의 마지막 구절이다.
 
시인 예이츠는 “나 일어나 이제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 그곳에서 욋가지 엮어 진흙 바른 작은 오두막을 짓고.”라고 시작되는 ‘이니스프리의 호도’처럼 매우 서정적인 시뿐 아니라 인간의 역사, 특히 조국 아일랜드의 역사와 신화에 관심이 많아 서사적인 시도 많이 썼다. 또 정치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이는 그가 젊은 시절부터 짝사랑했던 모드 곤이라는 여성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모드 곤의 마음을 사려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시인이자 정치인이었던 예이츠는 젊은 시절엔 독립운동에 가담하기도 했다. 아일랜드는 당시 영국의 지배하에 있다가 많은 피를 흘린 후에 1922년 독립했다. 이니스프리를 노래하는 시인이 독립투사가 됐던 배경이다. 그의 시대가 시인을 정치가로 만들어 냈던 것이다.
 
시인과 정치가는 상극까지는 아닐지라도 서로 어울리기 어려운 조합처럼 느껴진다. 두 존재는 인생에서 추구하는 가치와 삶의 방식 등에서 전혀 반대인 듯 여겨지기 때문이다.
 
우선 둘 다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은 같지만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극단적으로 대조된다. 한쪽이 언어를 다듬고 수많은 정제 작업을 거쳐서 만들어 낸다면, 다른 한편은 언어에 살을 붙이고 화려하게 장식하고 대중의 입맛에 맞도록 달콤하게 조제해 낸다. 따라서 시인과 정치가는 바라보는 대상도, 바라보는 방식도, 그리고 전달하는 언어도 전혀 다르게 표출되는 것이다.
 
그런데 시인이 정치판의 한가운데 초대되어 목소리를 드높이는 나라가 있다. 미국의 대통령 취임식이 그 예다. 지난해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도 22세 흑인여성 어맨다 고먼이 초대시인으로 등단해 축시를 낭독했다. 미국에서 이 전통은 1960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처음 시작됐다. 당시엔 ‘가지 않은 길’로 우리나라 국민에게도 잘 알려진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가 취임식에서 시를 낭독했다고 한다.
 
대통령 취임식에 시인이 자작시를 낭송하는 이 전통은 언뜻 전혀 다른 세계로 보이는 정치와 시가 지향해야 하는 바가 결국 같은 것이어야 한다는 걸 보여 주는 듯하다. 정치와 현실에 참여하는 소위 ‘참여시’가 아니더라도 시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과 가치를 이야기하고, 정치 역시 결국은 국민이 공유하는 가치를 보호하고 행복한 공동체의 삶을 지향해야 하기 때문이다.
 
몇해 전, 윤동주의 삶을 그린 영화 ‘동주’를 봤다. 자유롭지 못한 조국의 상황을 슬퍼하고 독립을 위해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다가 결국 감옥에서 목숨을 잃어 가는 모습이 담담히 그려졌던 것으로 기억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동주의 죽음이 아닌 살아생전 그가 시인으로서 꿈꿨던 언어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그의 입을 통해 나오는 모습이었다. 마지막 단어 시(詩)와 함께 영화가 끝나면서 그 여운이 가슴에 오래도록 울림으로 남아 있었던, 매우 탁월한 연출이었다.
 
예이츠와 윤동주는 조국의 현실을 가슴 아파하면서도 정제된 시어로 아름다운 시를 남겼다. 이는 그들이 추구하는 시와 정치의 가치가 동전의 양면처럼 결국은 함께 가는 것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시인의 정제된 언어는 숱한 불면의 밤과 고뇌를 통해 걸러 내고 또 걸러 낸 결정체다. 그 속에서 인간이 가야 할 길을 찾을 수 있다. 진정한 정치가라면 시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이른 아침 창문을 여니 며칠 전부터 들려오던 확성기 소리가 바람보다 먼저 들어온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측에서 저마다 목소리를 돋우고 아침부터 누군가처럼 어깨춤이라도 추라는 듯 가벼운 리듬의 음악이 함부로 침입해 들어온다. 우리나라 정치무대에 시인을 모시기는 아직 이른가보다.
 

 [박선옥 기자 / sobahk@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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