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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플랫폼 자율규제
자율규제는 스스로 선택하는 쇠사슬이다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6-28 00:02:30
▲ 양준규 경제산업부 기자
판타지 소설 하나가 갑자기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작가는 바로 대한민국 최고의 판타지 소설가 중 한명으로 꼽히는 이영도 씨다. 그는  ‘퓨쳐 워커’라는 판타지 소설을 통해 쇠사슬을 상징으로 하는 자유의 신을 그려 냈다. 
 
자유의 상징이 쇠사슬이라는 점이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작중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대사는 자유의 의미를 다시 곱씹게 한다. “아무런 제약도 없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방종입니다. 자유는 자신이 자신을 규제하는 것을 말합니다. 자기를 묶을 곳을 자기가 정하는 것이지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 대표 및 전문가와 디지털 플랫폼 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민간이 주도하는 자유로운 시장에서 기업의 혁신 역량이 마음껏 발휘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는 국정기조에 맞춰 플랫폼의 부작용 해소와 혁신에 대한 지원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정책 방안을 전문가들과 현장에서 함께 논의하고자 마련된 자리다.
 
참석자들은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해 민간이 주도하는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해 민간 주도 자율규제기구를 구성·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 뜻을 모았다. 자율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율규제 기구의 설립·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이 과도하고 중복적인 규제로 인해 어려움이 많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자율규제는 그야말로 반길 만한 희소식이다. 특히 사업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새로운 형태의 아이템이 계속해서 나오는 플랫폼 업계가 보다 빠른 대응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플랫폼 업계와 근접한 곳에서 자율규제의 부작용을 드러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은 이참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지난해 초 확률형 아이템과 소통 부재에 불만을 품은 일부 게임 이용자들이 대규모 트럭 시위를 한 바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그동안 게임 규제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던 게이머들조차 돈벌이에만 매몰된 게임산업에 대해 법적인 규제를 원했다는 사실이다.
 
게임 업계는 그동안 자율규제를 실행해 왔다. 이용자들 역시 기성세대의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자체를 부당하다고 판단하고 있었기에 규제를 결코 반기지 않았다. 하지만 게임 회사들의 도 넘은 이익 추구에 넌덜머리가 난 게이머들은 오히려 정부가 게임 업체들을 손봐 주길 원했다.
 
게임 업계의 트럭 시위는 플랫폼 업계가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이미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 대형 플랫폼 업계가 자칫 자유를 방종으로 받아들이면 자율규제의 탈을 쓴 무질서가 횡행할 수도 있다. 
 
규제는 필요악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규제가 강했기 때문에 규제가 불러오는 악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자율규제를 손에 넣게 된 플랫폼 업계가 자율규제를 등에 업고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하며 이익 추구에만 매몰된다면 게임 업계의 사례처럼 규제의 필요성이 다시금 부상하게 될 것이다. 
 
플랫폼 회사들은 정부의 민간중심 경제체제 기조에 맞춰 자율규제를 선물로 받아든 셈이다. 하지만 선물상자 안에 든 것은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칼이 아니라 자신을 묶는 데에 쓸 쇠사슬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권리를 손에 쥔 만큼, 플랫폼 업체 스스로 공정과 상생의 가치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실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번 자율규제 논의에 참석한 플랫폼 업체 대표들은 새로운 산업환경에 부합하는 기준과 질서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플랫폼 업체들이 끝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공든 탑 쌓듯 정성을 다해 모범적 사례들을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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