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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투자와 기업가치

“女임원 뽑아도 주가는 ‘글쎄’”… ESG 대안, DE&I 떠올라

여성 임원 점진적 증가세에도… 주가, 시장 평균치 아래

DE&I 펀드, 상반기 8800만달러 유입… 작년 연간과 비등

증권업계 “DE&I 정책 확대 속도 내는 금융·보험株 주목”

기사입력 2022-06-29 00:07:01

▲ 한국ESG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정기주주총회 결과 기준 여성 이사 할당제 적용 대상 기업 167개(자산총액 2조원 이상) 중 72개 기업이 78명의 여성 이사를 선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조되는 가운데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많은 상장사들이 여성 임원을 적극적으로 선임하고 있다. 여성 이사 할당제 등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유예 기간도 얼마 남지 않아 이러한 경향은 갈수록 가속화될 전망이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할당 의무를 충족하기 위해 전문성·독립성이 부족한 사람을 선임할 경우 오히려 해당 기업의 기업·주주가치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단순히 여성 비율을 맞추기 보다는 다양성과 형평성, 포용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하고 있다.
 
전문성·독립성 부족한 女임원, 기업가치 떨어트릴 수도
 
한국ESG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정기주주총회 결과 기준 여성 이사 할당제 적용 대상 기업 167개(자산총액 2조원 이상) 중 72개 기업이 78명의 여성 이사를 선임했다. 작년 주주총회(52명)와 비교해 50% 늘어난 수준이다. 이사회 내 성별 다양성을 확보한 기업 수는 82개사에서 136개사로 증가했다. 적용 대상 중 31개사만 여성 임원을 선임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이 여성 이사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2020년 2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여성 이사 할당제가 도입되면서 부터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이사회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으로 구성할 수 없다’는 의무조항을 삽입했다. 당초 그해 8월5일부터 이 조항을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2년간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실질적인 시행일은 올해 8월5일이다.
 
국내 기업 성별 다양성은 글로벌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국내 상장법인(2246개사)의 전체 임원 3만2005명 중 여성 임원 비율은 5.2%(1668명)에 불과했다. 2019년(4.0%)에 비해 이사회 내 성별 다양성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전 세계 평균인 19.7%보다는 여전히 낮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기업으로 범위를 넓혀도 여성임원 비율은 5.7%이었다. 남성 근로자 39명당 임원 1명(2.57%), 여성 근로자 244명당 임원 1명(0.41%)으로 근로자 대비 임원비율의 성별 격차도 6.3배에 이르렀다.
 
최효정 KB증권 연구원은 “여성의 사회 참여나 직장 내 승진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지수도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관련 당국도 기업들의 자발적인 이행보다는 여성임원 할당제 도입을 통해 특정 수준의 다양성을 달성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역효과도 있다. 여성 임원 할당제를 먼저 도입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여성 임원 비율과 기업 성과 간 연관성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의무적 할당제도 시행으로 인해 오히려 해당 기업의 기업가치가 하락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는 할당 의무를 충족하기 위해 이사로서 요구되는 전문성과 독립성이 부족한 사람들을 선임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오동훈 기자] ⓒ스카이데일리
 
실제로 2003년 노르웨이 정부는 세계 최초로 여성 임원 할당제를 도입해 당시 9%에 불과하던 여성 임원 비율을 40%까지 높였지만 여성 임원 할당제 대상 기업들의 주가와 기업가치는 오히려 떨어졌다. 여성 임원 할당제로 선임된 여성 후보가 남성 후보보다 최고경영자(CEO) 경력이 부족한 점이 주요 요소로 작용했다. 당시 CEO 경력을 보유한 남성 임원은 69.4%였지만 신규 여성 임원은 고작 31.2%만이 CEO 경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했다. 지난해 여성 임원을 신규 선임한 주요 상장사(26개사) 중 14곳의 1년 주가 수익률은 작년 말 기준 시장 평균치(3.63%)를 하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CJ대한통운(-23.87%), 삼성생명(-18.96%) 등 8곳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흐름은 올해 3월 주총으로 이어졌다. 올해 처음으로 여성 임원을 선임한 LG디스플레이(-25.12%), LG이노텍(-13.43%), 신세계(-13.57%), 삼성엔지니어링(-22.69%), 하이트진로(-14.82%) 등의 주가는 공시 후 6월24일까지 약 3개월간 모두 떨어졌다.
 
조윤석 한국ESG연구소 연구원은 “인구통계학적 요인뿐 아니라 산업 경험, 전문 분야와 같은 역량의 다양성이 같이 추구되지 않는다면 단순 여성 이사 비율 증대의 실효성은 다소 제한적일 것”이라며 “이사회 다양성을 보다 포괄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이사회 역량지표 등을 포함한 이사회 구성 관련 공시 수준 확대를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젠더 렌즈 투자’ 규모 2년 만에 3배 이상 늘어
 
단순히 이사회 내 여성 이사 비율을 확대하는 것뿐 아니라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에 초점을 둔 ESG 경영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확산되고 있다. DE&I 중심으로 기업 문화를 개선할 경우 재무적 및 비재무적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여기서 다양성(Diversity)은 다양한 배경의 조직원을 갖추는 것으로 성별, 인종, 종교, 국적, 연령, 장애, 사회적 배경 등을 포함한다. 형평성(Equity)은 조직의 제도와 절차가 모든 구성원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임금 동등성, 동등한 승진·진급 기회 등이 대표적이다. 포용성(Inclusion)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조직원들이 조직 안에서 ‘다름’을 존중받는 것으로 유연근무제, 육아휴직 제도, 의료보험 및 복지 제도 등이 해당 지표다.
 
최효정 연구원은 “다양성은 다양한 사람들이 번영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와 다양한 가치관 및 시각을 수용하는 포용성이 어느 정도 형성된 결과이므로 형평성과 포용성 문화 확산이 선행돼야 한다”며 “이를 통해 성별뿐 아니라 인종, 장애 등 다양한 배경의 조직원이 갖춰지고 비재무적 및 재무적 성과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오동훈 기자] ⓒ스카이데일리
 
시장의 반응은 이미 뜨겁다. 올 들어 글로벌 ESG 펀드의 자금 유입은 작년보다 감소했지만 DE&I 관련 펀드에는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 올 상반기 자금 유입 규모는 8800만달러로 지난해 연간 유입 자금(9100만달러)과 비등하다. 기업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지표로 부상하면서 성평등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젠더 렌즈 투자(Gender Lens Investing)’ 투자는 작년 말 기준 120억달러로 2019년(34억달러) 대비 250% 늘어났다.
 
DE&I 펀드 중 대표적인 것은 2016년 출시된 ‘SPDR SSGA Gender Diversity Index ETF’와 ‘피델리티 우먼 리더십(Fidelity Women's Leadership ETF)’이다. 여성 임원 비율, 여성 경영진 비율, 이사진을 제외한 여성 경영진 비율 등 3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평가한 뒤 높은 등급을 받은 기업을 편입하는 구조다. 경영진이나 이사회 구성원 중 여성이 없는 기업엔 투자하지 않는다. 주가 수익률은 시장지수인 러셀2000지수 대비 각각 1%p, 4.9%p 높았다.
 
국내에서는 메리츠자산운용의 ‘더우먼펀드(The women Fund)’가 있다. 2018년 출시됐으며, 정성 지표(기업 자체 프로그램, 기관 인증 여부)와 정량 지표(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 남녀 근속연수, 남녀 1인당 급여 차이 등)를 고려해 투자를 진행한다. 1년간 이 펀드의 주가 수익률은 벤치마크 지수인 ‘코스피 토털리턴(TR) 지수’를 5.9%p 상회했다.
 
DE&I 관련 주요 투자 섹터로는 금융·보험업이 꼽힌다. 여성 임원 비율의 높은 성장률을 비롯해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 등 형평성과 포용적인 문화 확산 △우수한 재무성과 등에서 DE&I 개선 효과에 따른 생산성 및 경쟁력 강화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평가다.
 
금융권 내 여성 근로자 비율은 44.4%로 높지만 다른 업종 대비 DE&I 확대 속도는 빨랐다. 금융·보험업의 평균 여성 임원 비율은 작년 말 8.1%로 2017년(2.0%)와 비교해 6.1%p 증가했다. 1명 이상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가진 여성 이사를 선임하면서 선제적으로 대응한 모습이다. 여성 이사 할당제 도입으로 축소된 여성 인재 풀에 대한 영향도 제한적이다.
 
최 연구원은 “여성 임원을 보유한 기업들 중심으로 남녀 임금 격차, 성비, 남녀 근속연수 등 포용성과 형평성 문화 확산 부분에서 우수한 성과 보이고 있다”며 “여성임원비율이 증가하면서 금융 섹터의 평균 영업이익률, 자기자본이익률, 투자자본이익률, 주가 수익률 등의 재무성과 개선이 확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승준 기자 / sjyoon@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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