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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장편소설]

초대받은 여자 <21회> 두 남자

말갛던 웃음소리가 마음을 휘젓기 시작했다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7-26 09:19:39

컬럼비아대학으로 떠나기 전 상훈은 진욱과 친했었다. 하지만 상훈에게는 두 가지 마음이 공존했다.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시키기에 진욱은 정말 좋은 친구여서 항상 옆에 두고 싶기도 했지만 늘 자신보다 앞에 서 있는 모습에 가벼운 열등감이 함께 느껴졌었다.
 
물론 당시의 상황은 진욱이 앞서고 있지만 그 외 현실적인 모든 조건은 자신이 유리한 위치여서 흑수저인 진욱이 자신을 따라잡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 진욱뿐 아니라 아무도 부동산 재벌인 할아버지와 대형 로펌 대표인 부모를 가진 상훈을 능가할 사람은 없어 보였다.
 
상훈 오빠, 악수는 나랑 해.”
 
진욱을 향해 내민 손을 선우가 잡았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이 분은 내가 모시는 스승님이야. 상훈 오빠 같은 사람은 접근 금지.”
 
진욱과 상훈 사이를 가로막으며 활짝 웃는 선우를 보았을 때 상훈은 깜짝 놀라 손에서 힘이 훅 풀렸다. 10년 가까이 선우를 봐왔지만 그런 표정과 목소리는 처음이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함께 자주 만났지만 앙증맞고 귀여운 여동생 같은 아이였을 뿐 다른 느낌은 전혀 없었다. 왜냐면 선우는 밝게 웃거나 장난치며 아이들과 어울리는 걸 하지 않는 아이였다.
 
 
 
 
어린 아이임에도 늘 시선을 아래로 내린 채 뭔지 모를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선우를 생각하면 새까맣고 긴 속눈썹이 맨 먼저 떠올랐던 이유도 그것이다. 하지만 진욱과 함께 있는 선우는 예전의 그 아이가 아니었다.
 
그렇게 변한 선우를 보고 놀랐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보다 더 놀라운 건 선우를 그렇게 변화시킨 진욱이었다.
 
같이 대학을 다니던 시절, 모든 학과에서 늘 자신을 앞섰으며 운동이나 취미 활동에서조차 1위 자리를 내놓지 않는 진욱을 보면서 상훈이 경쟁심을 느끼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상훈은 늘 여유가 있었다. 자신은 진욱처럼 죽기 살기로 덤벼 무언가를 쟁취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모든 것은 이미 다 갖춰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훈에게 진욱은 좋은 친구였다. 그는 게을러지려는 자신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중요한 존재였다. 그래서 일부러 상훈은 진욱을 옆에 두려 애썼고 때문에 두 사람은 누구보다 친해질 수 있었다.
 
진욱 때문에 유학을 앞당기기도 했지만 진욱 때문에 유학을 미룰까 고민할 정도로 스스럼없는 사이가 되었다. 언젠가 부모님의 로펌을 물려받는다면 자신을 도울 유일한 친구가 진욱이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하지만 그날, 선우와 진욱을 함께 만나게 된 바로 그날부터 상훈에게 진욱은 예전의 그 진욱이 아니었다. 왜냐면 선우가 갑자기 마음속으로 훅 치고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을 때 이 분은 내가 모시는 스승님이야. 상훈 오빠 같은 사람은 접근 금지.’ 까맣고 긴 속눈썹이 고개를 들면서 말갛던 웃음소리가 마음을 휘젓기 시작했다.
 
[: 이경희 / 그림: 도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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