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상하게 빈대가 극성을 부린다. 과거에 없어진 미물로만 여겼는데, 갑자기 온 나라에 빈대가 여기저기 출몰하여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빈대는 ‘매미목 빈댓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몸길이 5㎜ 내외이고 몸은 둥글납작하며 몸빛은 적갈색’(고려대 한국어대사전)이다. 어린 시절에 참으로 우리를 몹시 괴롭혔던 놈들이다. 한번 물리면 지독히도 가려워 피가 나오도록 긁어야 견딜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빈대라는 말이 ‘계림유사’에 등장한다. 고려시대에는 ‘갈보’라고 했다. 한자로는 ‘蝎甫(갈보)’라고 쓴다. 그 어원이 어디서 왔는지 알기는 어렵지만 개경을 중심으로 많이 사용하던 말임에는 틀림없다. 이렇게 빈대라는 우리말의 방언인 갈보가 6·25전쟁 시기를 지나면서 의미가 변하게 된다. 어린 시절에 ‘똥갈보’ ‘양갈보’라고 하면서 많이 놀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빈대가 사람 몸에 기생하면서 피를 빨아 먹는 것처럼 외국인 병사들에게 붙어먹고 산다고 해서 갈보라고 불렀던 것 같다. 참으로 철없는 짓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그것이 빈대에서 유래한 말이라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갈보는 사전에 ‘돈을 받고 몸을 파는 여자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나타나 있지만 근원은 빈대에서 유래한 것이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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