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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장편소설]
초대받은 여자 <23회> 우리 모두를 위한 세레나데
선우는 진욱을 보고 진욱은 선우를 못 보고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7-28 09:20:33
상훈이 예상했던 대로 선우는 시간에 맞춰 대연호텔 로비로 들어왔다. 하얀 레이스가 수놓인 블라우스에 상의는 짧고 아래로 길게 주름이 퍼지는 코발트빛 투피스를 입고 있었다. 굵은 웨이브로 감긴 긴 머리칼이 여느 때보다 훨씬 더 아름답게 출렁이고 있었다.
 
발목을 살짝 덮은 하얀 앵클이 스커트 주름을 살짝살짝 밀어내며 우아한 걸음으로 로비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상훈은 상상했다. 머지않아 저 아름다운 자태로 자신을 향해 걸어오게 될 선우를.
 
선우가 엘리베이터 앞에 서자 엘리베이터에서 한우룡 장관이 내렸다. 상훈의 예상이 맞았다. 이제 레스토랑에는 장관의 딸과 진욱 둘만 남아서 식사를 하게 될 것이었다. 한 사람은 내리고 한 사람은 오르고 그렇게 둘이 스치며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그 엘리베이터가 21층에 도착하는 걸 확인하고 상훈도 로비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한우룡이 예약한 바로 그 옆자리는 상훈의 아버지 이름으로 예약을 해두었다. 현직 장관과 로펌 대표의 유기적 관계를 잘 이해하는 노련한 지배인 덕분에 그 자리를 차지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세 번 보내고 네 번째가 되어서야 상훈도 몸을 실었다. 그 정도의 시간이 적절할 거라 생각했다. 선우가 레스토랑에 도착하고 어떤 여자와 단둘이 식사 하고 있는 진욱과 마주할 시간을 충분히 준 후 상훈이 도착해야 하니까.
 
 
예약 자리로 간 선우는 진욱이 다른 여자와 둘이 있는 걸 보게 될 것이고, 자신을 기다리게 한 중요 약속이 뭐였는지 눈으로 보고 알게 되면서 생각이 복잡해질 게 빤한 일이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랐다. 상훈이 21층 로비에 발을 들였을 때 선우는 지배인과 함께 로비 라운지에 있었다. 핏기 하나 없는 금방 쓰러질 것 같은 표정으로 멍히 상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선우는 예약 자리로 가기도 전에 어떤 여자와 웃으며 식사하는 진욱을 발견했다. 생각지 않은 장면에 너무 놀라 가만히 서 있었는데, 그런 선우를 본 지배인이 부축해 라운지로 데려 나온 것이라 했다.
 
우선 선우를 부축해 1층으로 내려왔다. 선우는 휘청휘청 걸음을 걸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상훈도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진욱이 따라 나오거나 하지 않은 걸로 봐서 진욱은 선우를 못 본 것 같았다.
 
차에 앉아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며 한참 마음을 추스르는 선우를 보니 생각보다 충격이 훨씬 심한 것처럼 느껴졌다. 상훈은 예상했던 시나리오보다 일이 훨씬 수월해졌다는 걸 알았다.
 
오빠 그럼. 저기 와인바 갈까? 술 마시고 싶어.”
 
한참 후 눈을 뜨고 선우가 창밖의 어떤 와인바 간판을 가리켰다.
 
선우는 급히 많이 마셨다. 그리고 심하게 취해 버렸다.
 
[: 이경희 / 그림: 도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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