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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한 마리
조정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8-01 09:17:58
역사는 때론 매우 작은 게 원인이 돼 돌변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부른 단초가 강아지 한 마리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친하게 지내던 최서원 씨와 고영태 씨가 갈라져 급기야 원수가 된 배경은 최 씨의 딸인 정유라 씨가 키우던 강아지 때문이다. 최 씨가 강아지를 돌봐달라고 부탁했는데 고 씨가 강아지를 혼자 두고 외출하자 불같이 화를 내 동업관계가 깨진 것이다.
 
중국공산당의 역사가 달걀 때문에 바뀐 것도 우연은 아니다. 권력 세습 생각이 있었던 마오쩌둥은 소련의 레닌군정대학과 프룬제군사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제2차 세계대전에 전차소대장으로 참전했던 장남 마오안잉을 6·25 전쟁에 보냈으나 김일성이 보내 준 달걀로 요리를 하다 미 공군의 공습으로 폭사했다. 류사오치(劉少奇린뱌오(林彪왕훙원(王洪文화궈펑(華國鋒)이 차례로 후계자로 거론됐다가 낙마하고 문화대혁명을 부른 게 다 달걀로 후계자를 잃었기 때문이다.
 
19824월 경남 의령에서 발생해 단기간 최다 살인기록이 기네스북에 오른 우 순경 사건은 파리 한 마리가 원인이었다. 야간 근무를 앞두고 잠을 자던 우 순경 가슴 부위에 앉은 파리를 잡으려고 동거녀가 탁 친 게 발단이었다. 설 잠이 깨 동거녀와 크게 다툰 우 순경은 예비군 무기고에서 카빈소총 2정과 실탄 129발, 수류탄 7발을 탈취해 마을 4곳을 돌며 62명을 살해했다.
 
우체국 직원을 먼저 살해해 외부와의 통신 시설을 끊어버린 우 순경은 동거녀를 시작으로 불이 켜 있는 집이나 사람 소리가 나는 집을 찾아다니며 무차별 난사했다. 한 마을에선 간첩이 나왔다. 다 나와 보시오하고 외쳐 이 소리를 듣고 나온 주민을 향해 총질을 했다.
 
우 순경은 이웃마을 상갓집에선 24명을 죽었다. 조의금 3000원을 내고 술상을 받아 식사 중 옆에 놓아둔 카빈총을 누군가 툭 건들며 빈총을 뭐 하러 가지고 다니냐?”고 하자 조문객들을 향해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희대의 살인 행각을 벌인 우 순경은 산속에 숨어 있다가 다음날 수류탄으로 자폭했다. 우 순경 사건은 공권력에 의한 범행을 숨기려는 전두환정부의 보도통제로 쉬쉬해 왔다. 하지만 40년이 지난 올해 피해자 위령탑과 추모공원 건립이 공식화됐다. 늦게나마 순경 한 명의 일탈 행위로 억울하게 비명횡사한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조정진 주필
 
 
의령 우 순경 살인 사건을 보도한 1982년 4월27일자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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