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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장편소설]
초대받은 여자 <32회> 열흘, 침묵을 깨고
게임 한 판 했지
이경희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8-10 10:03:24
“거기 누구요!” 
 
자리에 가방을 놓고 바로 탕비실로 들어갔던 오 비서관이 커피를 타 나오다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를 질렀다. 무슨 소리가 들렸는데 하필 의원실 안쪽 내실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오 비서관은 커피를 든 채 숨죽이며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전날 분명 내실 문이 닫힌 걸 확인했었는데 조금 열린 게 이상했다. 진욱이 사라진 지 열흘, 내실은 청소할 때 외엔 거의 출입이 없었다.
 
이진욱이 보이지 않자 의원회관에는 별별 흉흉한 소문이 다 떠돌아다녔다. 미국서 강도한테 당했다는 둥, 귀국 후 교통사고로 즉사했다는 둥, 정치적 위협을 받고 미국으로 망명했다는 소문까지 쉬쉬하며 구석구석 굴러다녔다.
 
개인 사정이 생겨 휴가 중이라고 기자들 입을 막아둔 상태지만, 정치인에게 공개 못 할 개인 사정은 없었다. 귀국 날로부터 열흘이 지났으니 이제 더 이상 함구하며 버티기 힘든 시점이었다. 더구나 진욱이 여당 대표 한우룡의 사위라는 걸 세상이 다 알고 있어 숨긴다고 숨겨질 일도 아니었다.
 
국회의원 이진욱 실종, 이런 기사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몰라 의원실 식구들은 살얼음판을 걷듯 조마조마 가슴 졸이며 살고 있었다.
 
광고
내실 책상에는 누군가 등을 보인 채 앉아있었다. 얼핏 보면 평소 진욱의 모습 같았다.
 
“의원…님?”
 
잘못 본 건가 싶어 천천히 책상으로 다가갔다. 진욱이었다. 분명 진욱이었다.
 
“의원님!”
 
진욱이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좋은 아침! 나 없다고 아주 게으름 피울 줄 알았더니. 감동인데?”
 
언제나처럼 사람 좋은 환한 웃음이 오 비서관에게 날아왔다.
 
“아, 진짜…, 의원님!”
 
 
 
 
 
 
오 비서관은 반가운 마음에 와락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진욱에게 만일 뭔가 문제가 생긴다면 머리 깎고 절에나 들어가야지 생각했던 터였다.
 
“커피 다 마시고…, 문화재청에서 불법 경매 자료 보내왔던 거 정리해서 메신저로 좀 보내주지?”
 
바로 업무 이야기라니. 진욱은 항상 군더더기가 없었다. 그게 매력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너무 건너뛰는 느낌이었다.
 
“의원님. 그동안 진짜 어떻게 된 거예요? 저한테라도 연락하셨어야죠.”
 
“음, 그런데…, 열흘 동안 부재중 전화 135통 실화야?”
 
진욱은 어벙벙하게 쳐다보는 오 비서관의 커피 잔을 잡아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그의 손에 꼭 쥐어주었다. 살아있는 진욱의 손을 스치고 나니 조금 현실감이 들었다.
 
“제가 워싱턴 컨벤션센터에 전화 몇 통이나 했는지 모르시죠?”
 
“136통?”
 
오 비서관은 어이없다는 듯이 풉 웃었다. 얼마나 다행인가 싶었다. 이렇게 다시 썰렁한 진욱의 농담을 들을 수 있어서.
 
“그런데 정말 어떻게 된 거예요? 오늘까지 연락 안 되면 제가 실종신고 하려고 했어요.”
 
오 비서관을 가만히 쳐다보던 진욱이 걱정 말라는 듯 그의 어깨를 툭 쳤다.
 
“게임 한 판 했지.”
 
“게임이요?”
 
“응. 게임. 속고 속이기 게임.”
 
[글: 이경희 / 그림: 도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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