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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장편소설]
초대받은 여자 <36회> 가장 중요한 일
괜찮은 거예요? 아무렇지 않은 거예요?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8-17 08:43:34
선우는 3전시실로 걸음을 옮겼다. 옆을 따라 걸으며 미숙이 선우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그러면서 선우랑 눈이 마주치자 한쪽 눈을 찡긋해주었다. 민망함에 선우도 살짝 웃었지만 미숙의 그런 웃음이 무슨 의미인지 어색하기만 했다.
 
미숙은 미경의 친동생이었다. 엄밀히 따지면 새엄마의 동생이니 선우에게는 이모였다. 하지만 이전엔 미숙을 만난 일이 없어 한 번도 이모라고 불러본 적이 없었다.
 
미경의 동생이라는 걸 알게 된 건 미숙을 직원으로 채용한 후였다. 이전에 만난 일이 없었기 때문에 미술관 실장 자리에 지원을 하고 면접에 참가했지만 선우는 전혀 알지 못했다.
 
50살의 미혼녀라고 자신을 소개한 미숙을 선우는 실장으로 최종결정을 내렸다. 경력이나 외모, 분위기 모두 미술관 일을 맡기기에 적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미숙이 나소선 미술관에 합류하게 된 걸 나중에 알게 된 미경이 서로 불편할까 펄쩍 뛰었지만 선우도 미숙도 개의치 않았다.
 
그는 깍듯이 선우를 대표라고 불렀고 선우도 예외 없이 실장님이라고 불렀다. 누가 봐도 완벽한 사회적인 관계였다.
 
하지만 오픈을 준비하며 몇 달 지내다 보니 따뜻한 시선으로 뒤를 지켜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항상 등 뒤에서 건네는 따듯한 미소가 선우에게 드문드문 위안이 되기도 했다.
 
대표님. 저분입니다.”
 
 
 
 
미숙은, 이쪽으로 등을 돌린 채 그림 앞에 서 있는 남자의 뒷모습을 조용히 가리켰다. 큰 키에 블랙 수트를 깔끔하게 차려입은 뒷모습이 언뜻 보기에 진욱 같았다. 미숙은 알 듯 말 듯한 미소를 남기고는 가버렸다.
 
천천히 그 뒷모습을 향해 가는데 갑자기 남자가 뒤로 휙 돌아섰다. 선우는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추었다. 닮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진욱이었다.
 
미술관 근사한데? 은선우 안 죽었네. 멋지다.”
 
진욱이 활짝 웃음을 웃었다. 공항에서 트럭 아래로 깔려 들어갔던 그 자동차를 타고 있던 진욱이었다. 갑자기 다리에서 힘이 풀렸다. 비틀거렸는지 진욱이 얼른 뛰어와 선우 팔을 잡았다.
 
잠깐만요.”
 
선우가 진욱의 손을 떼어내고 뒤로 물러서 찬찬히 진욱의 모습을 살폈다.
 
괜찮은 거예요? 아무렇지 않은 거예요?”
 
단순한 말속에 생략된 말들이 얼마나 많이 숨겨져 있는지 진욱이 모를 리 없었다.
 
그림은 왔지? 잘 받았어?”
 
선우가 고개를 들고 진욱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 와중에 그림 이야기부터 하고 싶어요? 되묻고 싶었다.
 
내가 몰라야 할 일이 있어요? 아니면 알아도 모른 척해야 할 일이 있어요?”
 
그런 게 어딨어? 다만 어머니 그림, 너한테는 중요한 거니까.”
 
잃어버린 엄마 그림 찾는 게 사람이 죽고 사는 일보다 더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진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무실에서 커피 한 잔 줄래?”
 
 
[: 이경희 / 그림: 도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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