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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의 영화세상]
‘여의도 협객전’ 주인공 한동훈 법무장관
국정감사장서 野 근거 없는 공격에 장관직 걸고 맞대응
비정상·불공정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정직·원칙 고수
조희문 필진페이지 + 입력 2022-11-01 09:52:26
 
▲ 조희문 영화평론가·前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영화 같다는 말은 이런 경우를 가리키는 것 같다.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저잣거리에서 합을 겨루는 무림 고수의 대결이 떠오르는 무협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공격하는 쪽은 암기를 전문으로 쓰는 흑도 야당 의원, 받아치기로 역공을 한 쪽은 정도가 아니면 운신을 하지 않는다는 백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한 장관이 국정감사장에서 보여 준 받아치기 한판은 벼락같이 상대방이 무릎을 꺾인 채 주저 않게 만들었다. 밤늦게까지 강남의 술집에서 변호사들과 통음했다는 야당 의원의 근거 없는 독침 공격을, 사실이라면 장관직을 포함한 모든 걸 걸겠다며 맞받아 친 역공은 군더더기 없는 한판승이었다. 생중계되는 국정감사장에서 치명적인 한 방을 터트리겠다고 작정했을 야당 의원은 전 국민이 보는 가운데 진흙창에 내다 꽂힌 동네 강아지 꼴이 되고 말았다.
 
한 법무장관은 법리에 밝고 말을 조리 있게 하는 꼿꼿한 선비처럼 보인다. 체격도 크지 않고 곱상하게 보이기까지 하는 겉모습 속 어디에 그런 결기가 있는지 사람들을 놀래게 만들기 때문이다. 야당 의원과 한판을 벌인 그의 모습은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어지러운 강호에서 흑도에 맞서는 백도의 고수였다. 야당 의원이 사술을 쓰며 명치를 향해 칼을 찔러 오자 불호령으로 일갈하며 거침없이 맞받아쳤다
 
약점을 잡겠다고 뒤를 밟고 다닌 유튜브 매체와 야합한 것 아니냐는 역공에 잠시 넋을 놓아 버린 야당 의원은 해당 매체와 결탁했다는 것을 협업이라는 말로 포장을 하려 했지만 결국 실토했다. 주말 내내 짜깁기 하느라 고생했다는 말까지 했다. 상대방의 공격을 받아 넘기면서 빈틈을 노린 역공에 당한 상대는 부지불식간에 그 공격이 미리 계획된 공작이며 조작이었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한 장관의 국정감사장 답변을 보면 정말 세상이 바뀌었구나하는 생각을 한다. 국정감사장이 아니더라도 이미 의원들이 상식 밖 주장을 하거나 흠집 내기를 노리는 경우가 있을 때마다 물러서지 않고 맞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면책 특권이 있으니 괜찮다고 믿는 의원들이 호통을 치거나 억지를 부려도 다른 사람은 속으로 삼킨 채 꾹 참지만 한 장관은 조목조목 할 말은 해 상대방을 오히려 웃음거리로 만들거나 제 풀에 넘어지게 만들어 버리는 신공을 보였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  [뉴시스]
  
이같이 달라진 스타일에 대해 다른 야당 의원은 반격할 뿐 아니라 쫓아가 한 대 더 때리기까지 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해박하고 치밀하면서도 고분고분하지 않은 태도가 얄밉지만 틀린 말이 없고 빈틈이 없으니 어찌할 수 없다는 난감함이 묻어난다. 야당 의원이 떼를 지어 몰매를 주면 겁을 먹을 것이라는 듯 몰아붙여도 흐트러짐이 없다. 아무나 가질 수 있는 내공이 아니다.
 
검사 시절에도 정권의 미운 털이 되어 심한 구박을 받으면서도 꼿꼿하게 버티던 그였다. 이래도 고개 숙이지 않겠냐며 한직으로 내돌리고 조리돌림을 당하는 데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은 채로 견뎠다. 모멸하려는 상대의 발아래를 보란 듯이 기고, 쓰디 쓴 곰쓸개를 맛보며 권토중래를 다짐했다는 고사 그대로다. 때리는 상대가 오히려 먼저 지칠 지경이었다.
 
새 정부에서 법무장관으로 발탁되었을 때 야당은 물론 여당이나 지켜보던 여론도 놀랐다. 야당은 그의 장관 임명은 선전포고라며 격렬히 비난했다. 법치를 빌미로 탄압을 하겠다는 것이냐며 그를 임명한 대통령에게 시비를 걸었다. 검사 출신인 대통령이 측근을 내세워 직전 퇴임한 대통령과 현직 야당 대표를 수사하겠다는 것은 협치를 포기하고 나라를 검찰공화국으로 만들려는 숨은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것이다.
 
장관 청문회에서 기를 꺾어 놓고 말겠다는 야당의 작전은 지피지기 하지 못한 어설픈 준비와 한 장관의 해박한 지식에 오히려 웃음거리가 되었다. 결과는 그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을 뿐 야당의 소득은 없었다. 눈을 부라리며 칼을 갈았지만 막상 뽑아들고 보니 호박 한 개도 벨 수 없는 녹슬고 이빨 빠진 헌 칼이었다.
 
그가 관심의 중심에 설 때마다 이를 비추는 유튜브 영상의 조회 수가 폭증한다. 관료가 대중 스타와 다를 바 없는 인기를 몰고 다니는 경우는 전에 없었다. 그를 장관으로 임명한 대통령에게는 주머니 속의 송곳이고 장관 반열에서도 백미다.
 
한 장관에 쏠리는 관심이 유별난 것은 그가 보여준 한결같음 때문이다. 지난 정권에서 핍박받을 때도 엎드리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여러 번의 압박성 인사를 해도 기어코 견뎠다. 새 정부의 주목받는 스타 장관이 되었는데도 원칙과 기본에 충실할 것이라며 자세를 낮춘다. 장관 전이나 후에도 달라진 것이 없다. 죄가 있다면 누구라도 합당한 벌을 받을 것이라고 원칙을 말할 뿐이다. 오랫동안 정치인이나 관료에게 걸었던 국민적 기대를 좌고우면하지 않고 실천하는 모습이다.
 
현대판 협객 한동훈 장관의 다음 칼이 어떤 모습으로 빛날 지를 기다리는 것은 비정상과 불공정·억지·이념 갈등이 난무하는 강호에 정의와 원칙·공정함 같은 기본이 다시 살아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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