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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人)스토리]-프랑스·스위스에서 활약 박지영 화가
“수묵화 기법의 알프스, 현지 반응 뜨거웠죠”
알프스 산, 나무, 물을 주제로 개인 전시회 31번 가져
김나윤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2-01 00:05:05
 
 
▲ 박지영 화가는 프랑스와 스위스에서 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18년 넘게 활동한 초중고 교사를 그만두고 지금은 전시회 준비 등 그림을 그리는 데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지금은 BTS(방탄소년단), 드라마 등 한류 때문에 프랑스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어요. 이젠 프랑스에서도 BTS 하면 한국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됐죠. 프랑스처럼 엘리트주의가 심한 국가에서 저는 늘 우리 한국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어요. 제 주위 친구들은 저를 문화 독립 투사라고도 하죠.
 
안식년 여행으로 간 프랑스에서 미술 선생님이 되다
 
박지영(52) 화가는 프랑스에서 서양화를 수묵화 기법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다. 박지영 화가는 알프스산을 한국 수묵화 기법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전시회를 비롯해 공영방송, 도서 등 다수의 매체에 소개되면서 프랑스 현지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박 화가를 만나 그의 독특한 화풍과 화가로서의 여정을 들어봤다.
 
저의 그림을 보면 동서양의 기법이 섞여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서양의 수채화는 물감을 이용하고, 수묵화는 먹으로 그림을 그리잖아요. 제 그림은 수묵화 기법을 쓴 수채화인데 프랑스어로는 Lavis(수묵담채화)라고 하죠.
 
박 화가는 5살 때 아버지가 유럽 연수 다녀오면서 가져온 도서를 통해 유럽 문화를 처음 접했다. 글보다는 그림 위주로 유럽의 유명한 명화들을 보면서 그림에 흥미를 가졌고 도서 속 명화들을 보면서 따라 그리기 시작했다.
 
시골에서 살다가 대구로 이사 오면서 예술고등학교를 다녔고, 대학도 서양학과를 다니면서 그림을 꾸준히 그렸어요. 대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생활도 하고, 미술학원을 차려 그림을 가르치다가 프랑스로 간 안식년이 제 삶의 터닝포인트가 됐어요.
 
박 화가는 2년의 회사생활, 4년 동안 미술 학원을 차려 열심히 번 돈으로 프랑스로 안식년을 떠났다. 5살 때 아버지가 선물로 주셨던 도서 속 명화들을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서 1년 동안 프랑스를 여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1년을 계획하고 갔던 여행이지만 샹베리의 어학학교에서 불어를 배우고 프랑스 문화를 접하면서 여기서 미술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일련의 과정들이 좀 무모했던 것 같아요. 안식년으로 갔다가 어학원을 다니면서 미술학교에서 그림을 배우고, 또 박사코스인 제네바 미술학교까지 가서 공부했으니까요.
 
▲ 박지영 화가는 일주일에 한 번은 알프스 산에 올라가 산 능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그녀는 산과 호수, 나무와 물 등 다양한 주제의 그림들을 그려 전시회를 했다. [사진=박지영 화가 제공]
 
박 화가는 제네바 대학교를 졸업 후 초중고 미술 선생님으로 프랑스에서의 제2의 삶을 시작했다. 18년 넘게 교사로 활동하다가 더 큰 꿈을 위해 지금은 그림 그리면서 전시회 준비 등에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
 
아직도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회는 2007년도에 남편과 함께 프랑스 동부의 호수도시 안시(Annecy)에서 열었던 위안부 문제 알리기 전시회. 남편이 저를 통해 알게 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만행을 듣고 충격을 받았어요. 그때 이런 문제를 대부분의 유럽 사람들이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워서 전시회 준비를 시작했어요.
 
전시회는 한-프랑스 수교 120돌을 기념한 행사로 프랑스 알프스 산자락의 아름다운 도시 안시에서 개최됐다. 초대받은 사람들 외에도 일반 프랑스 시민들의 발길이 잦았고, 그 결과 지역 언론사들의 상당한 관심도 받았다.
 
“사실 일본군 위안부 알리기 전시회는 준비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일본의 한 기업이 후원자로 나섰지만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전시회라는 걸 알고는 후원을 거부했어요. 결국 남편과 둘이서 추진하기로 결정했죠.
 
역사의식을 갖고 이 문제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미술인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박 화가는 말했다. 특히 전시회에 찾은 일본사람들이 위안부 역사를 배우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이 전시회가 한국의 역사를 알리고 또 한국인을 알리는 교두보 역할을 했다고 덧붙혔다.
 
산과 호수, 영감의 원천을 화폭에 담다
 
2022년 11월 28일 Hébert Museum - 에베르 박물관 - Contemplations, a Korean look at the Alps" 전시회. [사진=박지영 화가 제공]
 
이번에 내년도 전시회(Fondation Baur, Musée des arts d'Extrême-Orient )를 위해서 한국에 왔어요한국에 와서 인왕산, 북악산, 북한산, 설악산에 올라가서 산 능선을 그렸죠. 특히 대청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은 마치 겸재 정선의 '금강 전도'를 보는 듯 했어요. 제가 겸재 정선을 많이 좋아해요."
 
저도 산을 주제로 한 그림들을 많이 그리고, 프랑스에서 활동하다보니 한국산을 그릴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한국의 산을 그릴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박 화가의 갤러리를 보면 제네바 호수와 라보의 풍경을 그린 수채화 시리즈, 스위스 니옹레만 미술관에 전시된 해안과 능선 시리즈, 안시 호수 작품, 나무를 주제로 한 그림, 아쿠아 시리즈, 스위스 에모송 호숫가 주변의 풍경을 그린 에모송 작품 등 다양한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저는 지금까지 그린 그림 시리즈 중에 특히 산을 주제로 한 그림들을 좋아해요. 산을 보면 영감이 떠오르고 현장에서 바로 스케치해 그림을 그릴 때마다 행복하죠. 정말 기회가 된다면 금강산도 그리고 싶고, 한국의 산들을 다 그리고 싶어요.
 
박 화가의 산을 향한 사랑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그가 그림을 그리기 위한 준비물은 등산화, 붓과 펜, 종이, 수첩 뿐이다. 그는 집 앞 알프스산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가서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일주일에 한 번을 가도 매 번 갈때마다 느끼는 감정과 산 모양, 그리고 영감의 정도가 다 다르다고 말한다.
 
저는 그림 안에 들어가서 거닐 수 있는 그런 그림이 진짜 좋은 산수화라고 배웠어요. 진경 산수화를 보면 내가 그 안에서 거닐수 있는 그림이라 늘 생각하죠. 그래서 제가 하는 작업들을 보면 많이 가서 보고, 느끼면서 표현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현장 스케치, 여행 스케치를 많이 해요.
 
박 화가는 프랑스와 스위스에서 31번의 개인 전시를 열었다. 주로 알프스 산, 나무, 물을 주제로 그림을 많이 그린다. 2020년에는 프랑스 글레나 출판사에서 호수와 산도서를 출간했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프랑스와 스위스 TV 방송 프로그램에 10회 정도 출연해 한국에서 온 화가, 고요한 아침의 화가로 소개돼 방영됐다.
 
어떤 사람들은 수채화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면 고리타분하고 예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들이 있어요. 왜냐면 복잡하지 않고 심플하기 때문이죠. 제 그림을 보고 어떤 사람이 이렇게 단순한 기법으로 깊고 섬세한 표현히 가능할 수 있냐면서 놀랍다고 한 적이 있어요. 저는 그림을 먹과 수채화로 표현해 그리는데, 프랑스 사람들의 반응이 의외로 좋았어요.
 
박 작가는 늘 새로운 작업에 도전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꿈꾸고 있다고 밝혔다.
 
저에게 작은 소망이 있다면 저의 작업을 책으로 만들고 싶어요. 글을 쓰는 작가와 함께 산을 동행하면서 저는 그림을 그리고, 작가는 글로 산을 표현한 책이죠. 자연을 사랑하는 화가로서 자연의 신비로움을 그림으로 옮기고, 또 글로 완성이 된다면, 그렇게 완성된 책이 이 세상에 나온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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