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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옥의 열사일침(烈士一鍼)]
3조 원짜리 ‘욕설의 무덤’을 파헤치는 사람들
수도권 1000만의 발을 볼모로 잡은 장애인은 불과 20명
증오·분노 없이 비장애인과 밝고 보람있는 삶 사는 이들도
정창옥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1-13 11:30:42
 
▲ 정창옥 길위의학교·긍정의힘 단장
저런 쓸모없는 놈 제발 갖다 버려라.” 
 
아버지는 술을 드신 날이면 주먹을 휘두르며 어머니에게 말했다. 쓸모없는 놈은 농사꾼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두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앉은뱅이였다. 한 손으로 땅을 짚고 다른 손으로 방석을 끌어당기며 마당을 돌아다녔다. 친구라곤 지렁이와 병아리·강아지와 어린 꽃들뿐이었다. 어머니 등에 업혀 학교에 입학하려 했으나 거절당했다. 두 눈이 붉게 물든 어머니는 돌아오는 길에 아가야 춥지하며 꽁꽁 언 발을 쓰다듬어 주셨다.
 
어머니의 사랑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그는 11세에 집을 떠나 재활원에 들어갔다. 굳어 버린 다리를 펴 보조기를 끼우고 걷는 방법을 배우는 데 2년 걸렸다. 목발을 짚고 무거운 가방을 메고 걷다 보니 갈비뼈가 폐를 찔러 죽을 고비도 있었지만 방 한 구석에 밥상을 놓고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해 서울대에 입학했다. 미국 버클리대에서 박사학위를 따 KAIST와 서울대 교수가 되었다. 끔찍한 고문과도 같은 고통을 인정하고 불완전한 자를 쓰시는 하나님을 펴낸 김인강 교수의 이야기다.
 
우리나라 장애인 수는 250만 명이다. 그중 지체장애가 절반가량이며(45.9%) 청각장애(15%)·시각장애(9.6%)·뇌병변장애(9.5%)·지적장애(8.2%)·자폐성장애(1.2%)로 분류된다. 전체 장애인 고용률은 35%인데 발달장애인은 28%. 특히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운동신경과 감각신경 마비, 호흡기능과 대소변 장애 등의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척수장애인들에겐 보조기기·보장구 등 경제적 부담까지 가중된다.
 
서울시는 2004년까지 지하철 모든 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 남구로역·대흥역 등이 남아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연대(전장연)20201월부터 지하철 운행 방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처음 시작할 당시의 요구 사항은 2021년 장애인 복지예산이 37000억인데 이 중 탈시설에 할당된 예산 24억 원을 6000억 원으로 올려 달라는 것과 장애인주택 10만 호 공급은 물론 장애인 활동비 29000억 원을 별도 지원하라는 것 등 9가지였다.
 
민주노총은 전장연 활동가들의 등을 떠밀었고, 서울 시청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일 때는 세월호 단체가 도왔다. 면접 시간을 놓쳐 허탈해 하는 청년, 수년을 준비한 시험에 지각해 눈물 흘리는 학생, 수술 시간을 놓쳐 발을 동동거리는 시민…. 수백 일 동안 수도권 1000만 명의 발을 볼모로 잡은 장애인들은 불과 20명이다.
  
▲ 전국한마음슐런대회에 참가한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안산지회 회원들. [사진 제공=필자]
 
▲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안산지회 회원들이 송년회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제공=필자]
  
지난해 12월엔 오죽했으면 다른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전장연 시위를 막았을까. 지하철운행정상화를위한장애인연대 김민수 대표는 딸이 전장연으로 오해받을 수 있으니 지하철을 타지 말라고 한다”고 말했다. 전장연 시위가 시민의 불편과 함께 장애인 혐오를 부추긴 셈이다.
 
국민 세금을 뜯어내기 위해 지하철을 볼모로 잡은 것은 생존권을 앞세워 산업생태계를 마비시키는 민주노총의 악질적인 수법이란 것을 국민은 깨달았다. 특히 전장연이 주한미군 철수와 이석기 석방·민주노총 총파업 지지 표명을 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서울과 수도권 출근길을 교통지옥으로 만든 전장연 시위가 내건 목적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이었다. 다행히 올해 교통약자 이동 편의 증진사업예산이 2246억 원으로 두 배 늘었다. 그러나 전장연은 시위를 멈추지 않았다. 처음부터 목적이 달랐기 때문이다. 박경석 대표는 외친다. “중증장애인들의 권리를 위해 욕설의 무덤인 지하철을 타겠다.”
 
다른 한편에는 같은 장애인이지만 그들과 전혀 다른 세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30년 전, 강원도 국도를 달리던 남편이 마주 오던 화물차와 정면 충돌해 목뼈가 부러져 전신마비가 되었다. 남편은 수도 없이 자살을 시도했으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들딸이 지켜주었다. 그러나 그 아들마저 뺑소니 사고로 하늘나라로 떠나고 말았다. 아들의 죽음 앞에 부부는 절망했다. 남편이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되더니 희망이었던 아들마저 교통사고로 잃게 된 현실을 아내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절망의 벼랑 끝에 섰을 때 딸의 눈망울이 부부를 멈춰 세웠다. 그리고 남편은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의 화합을 위해 척수장애인 단체 회장이 되었다. 하늘나라로 간 고교야구 최규태 선수의 부친인 최상근 회장이다. 필자와 전지영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안산지회 사무국장은 그들의 손발이 되어 주며 활동했다. 모두 전장연 시위에 참여한 회원들처럼 심각한 중증장애인들이다.
 
그러나 그들 눈에 증오와 분노는 없었다.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스포츠선수로 활동하는 등 비장애인들과 함께 열심히 사는 빛나는 눈을 가진 사람들이다. 마지막 남은 딸 최하나가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는 20226월 어느 날, 최 회장은 30년 동안 타고 다니던 휠체어에서 일어나 아들이 있는 하늘나라로 떠났다. 그날도 지하철은 전장연이 요구하는 3조 원짜리 욕설의 무덤 앞에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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