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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발명의 날’ 단상
워크맨·아이폰 사이 자랑스러운 이름 ‘아이리버’
김학형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4-28 00:02:40
▲ 김학형 경제산업부 부장대우
1980·90년대 소니의 ‘워크맨’과 2010·20년대 애플의 ‘아이폰’은 ‘세상을 바꾼 발명품’으로 심심찮게 꼽힌다. 둘 다 최초의 발명품이 아니지만 우리 삶의 방식을 크게 혁신한 위대한 발명품으로 칭송받을 만하다. 
 
워크맨은 문화(음악) 소비 공간을 실내에서 실외로 해방시킨 첫걸음이었고, 전자시계 정도를 제외하면 혼자만 사용하는 개인용 전자제품의 시초격이었다. 아이폰은 거의 모든 휴대용 기기를 하나로 집약시켰. 아울러 관련 산업 대부분을 손안(스마트폰)으로 끌어왔고, (app)이라는 없던 산업을 만들어 냈다.
 
2000년대 초반 휴대용 음향기기의 주 무대는 다름 아닌 한국이었다. 그것도 소니·애플 같은 세계적 대기업이 아닌 국내 벤처기업이 주인공이었다. 1998디지털캐스트(개발)와 새한정보시스템(생산·유통)세계 최초의 MP3플레이어(MP3P)를 출시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컴퓨터용 오디오 파일로 사용되던 MP3 규격의 음원을 들을 수 있는 휴대용 기기였다. 이후 MP3P는 휴대용 카세트·CD 플레이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갔고, 주요 음악 소비층인 10·20대에게 가장 받고 싶은 선물’, 30·40대에게 필요한 기기’로 성장했다. 
 
MP3P 시장에 뛰어든 수많은 국내 벤처기업 가운데 새한이 뿌린 씨앗의 열매를 딴 곳은 비교적 후발주자인 레인콤의 아이리버였다. 아이리버는 입소문을 타고 주로 온라인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국내 전자제품 유통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바뀌는 시작점이었다. 한때 아이리버의 시장점유율은 국내(75%)·세계(25%) 모두 1위였다. 전성기로 평가되는 2004년 레인콤은 매출 4550억 원·영업이익 651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100) 14.3% 그해 국내 벤처기업 평균치(6.4%)를 크게 웃돌았다.
 
아이팟이 출시된 2003년 이후에도 아이리버는 한동안 계속 성장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가 아이팟의 유일한 경쟁 상대를 아이리버라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아이팟의 가파른 성장세는 경쟁기업 모두를 위협했다. 이에 마이크로소프트(MS)와 힘을 합치기도 했다. 2004MS가 자사가 선보인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 전용 운영체제인 PMC에 맞춰 아이리버 PMC-100을 출시했다. PMPPMC 플랫폼으로 규격화해 아이팟의 아성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였으나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2005년 세계 최대의 소비자가전쇼(CES 2005)에서도 MS는 아이리버에 힘을 실어줬다. 빌 게이츠 당시 MS 의장은 기조연설에서 H10을 직접 시연하고 칭찬했다. MS는 윈도우 미디어 기술을 기반으로 호환성 있는 기기와 서비스끼리의 융합을 목표로 하는 디지털 저작권 보호시스템(DRM) 표준 그룹 플레이 포 슈어(play for sure)’를 내놨다. 플레이 포 슈어에 가입된 MP3P에서만 재생되는 일종의 인증제였다. 여기에 아이리버·MTV 등이 핵심 파트너로 참여해 여러 시도를 했지만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2008년 폐지됐다.
 
같은 해 9월 출시된 아이팟 나노가 MP3P 시장을 또 한 번 흔들었다. 아이팟 나노는 경쟁 MP3P보다 얇고 작았고,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이 주효했다. 당시 아이팟 나노(2GB)23만 원, 먼저 출시된 코원의 아이오디오(2GB)40만 원, 아이리버 H10(1GB)30만 원, 삼성의 옙(1GB)30만 원 수준이었다. 9월을 전후로 국내 제품의 가격은 10~30% 떨어졌다. 그리고 20076월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으며 물길을 완전히 바꿔 버렸다. MP3P는 물론 휴대폰·카메라·PMP·PDP·전자사전·녹음기 등 웬만한 시장은 거의 궤멸했다. 아이팟도 아이폰에 잡아 먹혔다.
 
아이리버 브랜드를 만든 레인콤은 2009년 아이리버로 사명을 바꿨고 20148SK텔레콤(SKT)에 인수됐다. 현재 SKT 자회사로서 오디오 플랫폼 플로(FLO)’를 운영하는 음원 서비스 업체로 탈바꿈했다. SKT가 보유한 두터운 소비자층에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2018년 매출 1378억 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성장하기도 했다
 
이후 레인콤은 20193월 드림어스컴퍼니로 거듭났다. 드림어스컴퍼니는 플로 운영과 함께 스마트 TV·로봇청소기·고급 오디오·블랙박스 등의 생활가전을 아이리버 브랜드로 꾸준히 선보이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2003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 지금껏 유지하고 있다.
 
내달 19일은 세계 최초로 측우기를 만든 날을 기리는 발명의 날이다. 아이리버를 워크맨·아이폰 같은 혁신적인 발명품 반열에 올리기는 어렵다. 이동성은 워크맨이 먼저 취했고 기술 집약성·편의성은 아이폰에 못 미쳤다. 그럼에도 아이리버는 카세트·CDP에 레드카드를 선사하고 MP3P 시장이 성장하는 데 결정적으로 이바지했다. 위대하지 않을지라도 아이리버는 지금보다 자랑스러운 이름으로 기억될 자격이 충분하다. 사족을 붙인다면 나는 음질을 고집하느라 오랫동안 MD플레이어를 쓰다가 아이팟을 거쳐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느라 아이리버를 써 본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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