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새해 첫 메시지로 ‘피지컬 AI(Physical AI)’를 정면에 내세웠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5일 신년회에서 “인공지능(AI)을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기업 진화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며 AI 기술 내재화를 그룹의 생존·도약 조건으로 못박았다.
이날 신년회는 정 회장과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 등이 참여한 좌담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신년회에서 자동차·로봇·제조 공정 데이터를 축으로 한 피지컬 AI를 핵심 성장 동력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사전 임직원 설문에서 ‘미래 준비를 위해 가장 중요한 영역’으로 기술 역량 강화가 1순위로 꼽힌 만큼, AI·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로보틱스 등 전환 과제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정면으로 다루는 자리였다.
정 회장은 “SDV, AI 등 산업의 변화가 크지만 우리에게는 더 큰 성장 기회가 열려 있다”고 운을 떼며, AI를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조할 수 있는 범용 지능 기술”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기업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과거 성공 방정식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며 이 변화의 파도 속에서 AI 역량을 내재화하지 못한 기업은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는 유일한 길은 AI를 외부에서 빌려 쓰는 기술이 아니라 조직 내부의 생명력으로 받아들이고 체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피지컬 AI로 중심이 이동할수록 우리가 보유한 자동차, 로봇 같은 움직이는 실체와 제조 공정 데이터의 가치가 더 희소해질 것”이라며 “빅테크 기업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우리만의 강력한 무기”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AI를 단순 도구로 볼 것인지, 기업 진화의 엔진으로 삼을 것인지에 미래가 달려 있다”며 “데이터와 자본, 제조 역량을 갖춘 현대차그룹에 AI는 충분히 승산 있는 게임”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국내에서 2030년까지 125조2000억 원을 투자하는 중장기 계획도 “외형 확대가 아니라 질적 성장의 계기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보스턴다이내믹스·로봇 데이터센터로 피지컬 AI 가속
“전 차종 SDV 전환은 생존 문제…포티투닷 협업 유지”
“불확실한 미래, 한 팀으로 돌파”…AI·피지컬 AI 전면에
장 부회장은 그룹의 피지컬 AI 내재화 사례로 로보틱스 사업을 전면 소개했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 이후 휴머노이드 로봇 등 하드웨어와 제어기술을 고도화해 왔으며, 이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26'에서는 AI 로보틱스 생태계 확장 전략을 발표한다.
장 부회장은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협력해 세계 최고 수준 로봇 연구개발(R&D) 역량을 기반으로 하드웨어와 피지컬 AI를 함께 고도화하고 있다”며 “현대차그룹 공장과 거의 동일한 조건을 갖춘 로봇 데이터 수집·성능 검증 시설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설에서 축적되는 제조·운영 데이터를 보스턴다이내믹스 기술과 결합해 피지컬 AI 개발 속도를 크게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전기차·SDV 경쟁에서 중국·테슬라 등에 뒤처졌다는 평가와 관련해서도 반론을 내놨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전 차종 SDV 전환’을 선언하고, 차량 설계·개발·운영의 소프트웨어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장 부회장은 “소프트웨어 중심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은 그룹의 생존과 미래가 걸린 일”이라며 “완성도를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고, 다양한 차종에 SDV 기술을 전개할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티투닷과의 협업 체계도 유지하며, SDV 기술이 적용되는 주요 개발 프로젝트는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올해 R&D본부장을 맡은 만프레드 하러 사장은 SDV 페이스카 양산 체계와 레벨 2+ 수준 자율주행 기능 개발 상황 등을 직접 설명하며, 전동화·자율주행·커넥티비티를 묶는 ‘소프트웨어 드라이브 트레인’ 구축이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정 회장은 “가장 확실한 것이 미래의 불확실성이고, 가장 불확실한 것이 미래의 확실성”이라며 “결국 한 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항상 우리 팀, 우리 구성원이 있기 때문에 힘이 나고, 우리 제품을 좋아하는 고객들 덕분에 열정이 생긴다”며, AI·피지컬 AI를 축으로 한 ‘한 팀’ 전략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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