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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모양처의 정숙함은 개나 줘버려!
JTBC 주말드라마 ‘닥터 차정숙’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5일 방송분은 18% 시청률을 기록했다. 요즘과 같은 채널 춘추전국시대에 두 자릿수 시청률이란 대박 중의 대박이다. 순간 시청률은 20%를 찍었으니 가히 ‘차정숙 신드롬’이라 부를 만하다.
다이내믹한 관계 구도, 배우들의 열연도 한몫했지만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라는 개요처럼 주인공이 안정된 삶을 버리고 사회라는 모험 속으로 뛰어든다는 극적인 스토리 덕이 크다.
급성간염으로 죽음의 위기에 내몰리기까지 자기 삶에 불만이 없었던 차정숙. 번듯한 의대 교수를 남편으로 두었으며, 대를 이어 아들을 의대에 보냈고, 딸도 자기 앞가림을 잘하는 똑부러진 아이로 키웠다. 그러나 그토록 헌신한 삶의 대가는 ‘사회적 멸시’였다.
‘주부=아줌마’라는 공식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이 땅에서 인간 ‘차정숙’은 존재하지 않았다. 주부는 이 사회의 영원한 조연이다. 그 역할이 어찌나 확고한지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엄정한 사실마저 망각하게 한다.
그런데 그것을 깨닫게 한 사건이 ‘죽음’이었다. 이대로 죽을 수 없다는 자각이 그녀를 움직였다. 이미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하면 지나온 삶이 아까울 것도, 다가올 미래가 무서울 것도 없다.
철학자 하이데거에 따르면 인간은 무리 밖에서 벗어나 ‘혼자’가 되었을 때 비로소 실존을 자각한다고 한다. 그리고 죽음은 인간이 완벽하게 혼자가 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누구도 대신 죽어줄 수도 없고 누구도 같이 죽어줄 수 없다. 결국 인생은 혼자였어! 죽음에 직면해서야 인간은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누구나 죽는다. 그러나 그 사실을 잊고 산다. 죽음 사건을 통해 성숙한 사회인으로 성장해가는 차정숙의 모습은, 조금 망가져도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내 안의 욕망을 추동한다. 사회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인간이 아무 문제도 없기 위해 태어나는 존재는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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