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기의 시사&이슈] 지식경제 시대에 부응하는 교육개혁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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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과학·코딩·영어·국어·철학 교과·교원 대폭 늘려야
산업화 시절 교부금 제도를 유지하는 것 어리석은 짓

최재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6-01 08:09:00

적국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우크라이나가 비슷하게 침략을 당했지만 전쟁의 참화를 딛고 일어선 대한민국의 성공사례를 교과서에 수록한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교육당국은 10학년(고등학교 2학년) 세계지리 교과서 254페이지 중 무려 6페이지를 할애해 한국의 전쟁 참화 극복과 경제성장 과정을 서술한 교과서를 이르면 올해부터 사용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이 국민교육에 투자하여 경제발전에 성공한 나라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중요 측면은 교육 분야의 정책이다. 국가는 지적 자본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일찌감치 인식했다. 정부는 전 국민을 위한 양질 교육을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한국의 교육 분야 지출은 GDP(2019년)의 4% 이상을 차지한다. 한국인에게 교육의 가치는 성공적 인생을 살기 위한 우선순위다. 한국 사회에서 높은 교육 수준은 사회적 지위, 좋은 취업 전망, 심지어 성공적 결혼까지 보장한다.” (조선일보, 2023.5.26.)

우리 국민의 교육 열망은 가히 세계적이다. 그러나 국민의 열망만으로 나라가 발전하는 게 아니다. 국민의 열망을 발전 에너지로 바꾸기 위해서는 국가 지도세력이 유능하고 청렴해야 한다. 다행히 대한민국은 건국대통령 이승만의 지도력 덕분에 전체주의 공산당 세력들의 침략을 물리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지켰고, 경제대통령 박정희 정권이 불균등발전 산업화 전략, 즉 박정희 발전모델로 지금의 선진국을 이뤘다.

소품종 대량생산 산업화 경제시대에는 그에 걸맞은 인재양성 전략이 요구됐다. 조직적으로 기율을 익히고, 문해력과 수리력, 손 기능 역량을 갖춘 인력이 대량으로 필요했다. 국가는 초‧중등 교육과 공장제 대량생산에 필요한 기능인력 양성 교육에 집중했다. 그렇게 하여 박정희 정권 때인 1964년 교육교부금 제도가 입법화된 것이다.

“교육청 자원의 근간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에서 대부분 나온다. 내국세(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등)의 20.79%라는, 이 적지 않은 액수가 매년 교육교부금으로 자동 배정되도록 돼 있다....이 제도가 본격적으로 운용된 건 1964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조선일보, 2023.5.28.)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20세기 말부터 세계경제는 지식경제시대로 접어들었다. 손 기능보다 지식이 국민경제의 생산성 향상에 더 중요한 시대가 도래했다. 손 기능은 초‧중등 교육과 평준화 교육을 통해 얻을 수 있지만, 지식은 대학이나 연구소 등 고등교육과 수월성 교육으로 얻을 수 있다.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지식생산자들 간 협업을 장려하는 제도를 갖춰야 국민경제 내 지식생산자를 축적할 수 있다.

미국은 초‧중등 교육과정부터 STEM(science·technology·engineering·mathematics), 즉 과학·기술·공학·수학 교과 위주로 전면 개혁하고 있다. 지식경제시대에도 미국이 세계를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지식재산권 보호 입법, 앤젤투자나 스타트업 지원 체제 등 세계 최고의 지식경제 운영 제도를 갖추고 있다. 대한민국도 미래세대가 살기 위해서는 산업화 시대의 제도와 관행을 과감히 바꿔야 한다. 국가 대개조의 출발점은 교육개혁이다.

첫째, 교육과정을 수학·과학·영어·컴퓨터코딩(coding)·국어·철학 등 6개 교과 위주로 과감히 개혁해야 한다. 수학과 과학은 지식생산자의 핵심 역량이고, 세계 지식의 95% 이상이 영어로 표기되므로 지식세계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영어 능력이 필수다. 현대 지식의 축적과 교류와 변환은 모두 컴퓨터로 이루어지므로, 컴퓨터의 언어 코딩 능력 역시 지식생산자의 필수역량이다. 국어는 사고와 이해력의 바탕이 된다.

철학 교과가 왜 필요할까? 얼마 전 미국 의회에서는 인공지능(AI)의 발전과 인간의 노예화 위험에 대한 청문회가 열렸다. 본격적인 지식경제시대, AI와 공존하는 시대로 접어들면 인간이 자기 자신을 탐구하는 철학 과목은 더 중요하다.

둘째, 수요자 위주의 교육과정으로 전면 개혁해야 한다. 교육 수요자인 미래 세대들이 지식경제 시대를 헤쳐 나갈 역량을 계발해야 한다. 수월성 교육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지식생산자가 되지 못한 학생을 도태시키자는 게 아니다. 발전된 지식경제 국가도 국민경제의 30~40%정도만 지식경제 부문이고, 나머지는 기존 산업화 부문으로 구성된다. 문해력과 수리력, 손 기능 역량은 여전히 국민경제에 중요한 부문이다.

셋째, 인문계와 예체능 부문 교과와 교원들을 줄이고, 수학·과학·코딩·영어·국어·철학 교과와 교원들을 대폭 늘려야 한다. 산업화 시대 초‧중등 위주 교육제도의 일환인 교육교부금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데 산업화시절 교부금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세금으로 교육기득권 계층의 지대이득만 보장하는 어리석은 짓이다.

이를 위해 교육 거버넌스를 개혁해야 한다. 기존 교원들의 기득권 보호 제도로 전락한 현행 교육감 선거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산업화시대를 넘어 지식경제시대로 나아가는 급변하는 시대 조류에 맞추어 새로운 교육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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