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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미국 대선에 출마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국적을 불문하고 미국 땅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에게 시민권을 부여해왔던 ‘출생시민권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업로드한 선거 캠페인 영상을 통해 “임기 시작 즉시 불법 이민자의 자녀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출생시민권제 시행을 중단하는 행정 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밝힌 행정 명령에는 ‘신생아가 미국 시민권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부모 중 한 명이 미국 시민이거나 영주권자여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속지주의를 택하고 있는 미국의 현행 제도는 부모의 국적과 관계없이 미국 영토·영해·영공에서 태어난 모든 신생아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한다.
이 같은 제도는 남북 전쟁 종료 이후 “아프리카계 노예에게 미국 시민권이 없다”는 기존 대법원 판결을 뒤집기 위해 1868년 비준된 수정헌법 14조에 따른 것이다. 이 조항은 노예였던 사람들을 포함해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한 모든 사람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도록 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공약 추진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반발하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강경했던 이민 정책을 완화하며 중도·보수 진영의 반발을 샀다. 11일 ‘즉각 추방 정책’으로 불리던 ‘타이틀 42’가 폐지되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캠페인 영상에서 최근 남부 국경에서 급증한 불법 이민자 수를 언급하며 출생시민권제를 통해 시민권을 획득한 이민자의 자녀들을 ‘자석’이라고 비난했다.
재임 시절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보수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이민 심사를 강화하고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세우는 등 강경한 이민 정책을 시행했다. 2018년에는 출생시민권제를 중단하는 행정 명령의 발동을 시도했지만 위헌 소지가 있다는 법조계의 우려로 실행에 이르지는 못했다.
공약이 이행될 경우 미국 국적이 아닌 부모가 무비자 또는 관광비자로 미국에 입국해 자녀를 출산하는 ‘원정 출산’도 막힐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고위층을 중심으로 자녀의 병역기피를 위해 암암리에 이뤄져왔다.
공식 집계된 미국의 원정 출산 현황은 없지만 2019년 반 이민단체인 이민연구센터(CIS)가 발표한 ‘이민자 출산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미국 전역에서 원정 출산으로 태어나는 신생아의 수는 3만3000여 명에 이른다. 미국 사회에서는 매년 증가하는 원정 출산 신생아 수에 ‘시민권 뿌리기’라는 지적과 함께 이민자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돼왔다.
다만 출생시민권제가 미국 헌법을 따르고 있으며, 노예제 폐지 이후 흑인들의 정당한 시민권 획득을 보장해왔던 제도인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이 행정 명령으로 이를 중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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