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 ‘제국의 꽃’ [104] 일본과 러시아의 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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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 연재소설

일본은 러시아와 협약을 추진했다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6-05 06:02:01

“폐하께서는 김홍집 내각을 파하시고 새 내각을 꾸리셨습니다. 게다가 김홍집·정병하 대감은 무지한 백성들의 손에 넘겨져 처참하게 죽었지요. 모든 게 폐하의 뜻대로 되었으니 이제 당당하게 경복궁으로 돌아가실 만하지 않습니까?”

김종한이 자기 생각을 설파했다.

“폐하께서는 부득이한 사정 때문에 지금 환궁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안경수의 눈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 사정이 무업니까?”

“아직 폐하의 신변안전 보장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국제환경과 외부환경이 불안정하고, 경운궁 개축이 완성되지 않았고, 궁궐수비대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고 하셨습니다.”

“이러고 있을 게 아닙니다. 어떻게든 폐하의 환궁을 추진해야 합니다. 폐하께서 러시아 공사관에 머무시면 도대체 을미년의 왕후 시해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폐하께서는 개혁의 의지도 없으신 듯합니다. 단발령과 양력 사용을 다시 되돌려 놓지 않으셨습니까?”

“그렇습니다. 다시 일본이 힘을 받아야 합니다. 정치에 노련하신 대감께서 지혜를 빌려주십시오. 아직 일본군이 조선에 많이 남아 있으니 러시아가 어찌하긴 힘들 것입니다.”

안경수가 김종한의 손을 잡았다. 그들은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든 고종을 러시아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만들기로 마음을 모았다.

늦은 밤 러시아 공사관, 베베르는 책상에 앉아 문서를 꼼꼼히 읽고 있었다. 조선의 최근 상황에 대해서 일본 측과 협약을 체결하라는 본국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종의 이어 이후 일본은 재빠르게 움직였다. 고종의 망명 당일 고무라 공사가 자신을 찾아 온 것에 이어서, 일본 내에서도 조선 현안에 대한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협약의 움직임은 일본에서 시작되었다. 평소 일본 고관들과 가까이 지내는 히트로보 주일 러시아 공사는 본국에 보내는 보고서에서, 일본이 조선에서의 사건(아관망명)에 대해 분별력 있게 대응했으며 이전의 실수(을미왜변) 때문에 게임에서 졌다는 것을 인정했음을 알렸다.

또한 일본은 조선 문제에서 러시아와의 가능한 분쟁을 예방하는 것만이 현재의 어려움에서 벗어나는 출구로 인식한다고 보고했다. 히트로보의 이 같은 견해는 평소 일본 외무대신서리 사이온지의 입김을 탄 결과였다.

히트로보는 일본 고위 관직자들의 위선적인 말을 순진하게 믿었다. 결국 그의 보고서는 일본이 러시아와 조속한 합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음을 알린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조선에서 일본의 행태를 지켜본 베베르의 관점에서 이 보고는 가소로운 것이었다. 러시아 로바노프 외상은 히트로보 주일공사의 입장을 지지하여 일본과 협약할 필요성을 인정했다.

벌써 2월에 일본 정부는 러시아 정부에 협의안을 제시했다. 그 내용은 조선에서 일본의 영향력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것이었다. 그것은 고종의 빠른 환궁과 친일 세력에 대한 지지를 담고 있었다.

이에 대해 베베르는 수정 대안을 제시했는데, 국왕이 언제가 되었든 자유롭게 환궁해야 함을 포함하고 있었다. 또한 그는 러시아가 일본을 존중하며 협상할 것임을 밝혔는데, 그것은 서로에 대한 양보를 의미했다.

[글 최문형 그림 박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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