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착륙 우려 커지고 있는 한국경제 활로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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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의 경제포커스

경기선행지수 장기간 하락으로 경기 하강 지속 중
경기 회복이냐 장기 침체냐 중대한 갈림길에 있어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6-05 06:09:59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이 약화되면서 경착륙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경제악화가 선거 승패의 중요 요인이다. 1979~80년 2차 석유파동 시 미국·영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정권교체가 일어난 것도 경제파탄 때문이었다.

석유파동은 외부적 요인이었지만 유권자들은 정권을 심판했다. 한국에서 1997년 말 대선 정권교체도 1997년 외환위기가 큰 변수였다. 내년 총선 즈음 경제악화가 전 정부의 실정 때문이라는 주장은 더 이상 유권자들에게 설득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경제는 경기선행지수가 장기간 하락하면서 경기 하강이 지속 중인 것으로 판단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의 경제주평 ‘경착륙 시작되다’를 바탕으로 최근 경기동향을 소개한다.

올해 1분기 전기 대비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의 △(마이너스)0.3%에서 0.6%p 증가한 0.3%로 반등하면서 역성장에서 탈출했다. 그러나 이는 고정투자(성장 기여도 △0.2%p)와 순수출(△0.2%p)이 부진한 가운데, 민간소비 기여도(0.3%p)가 반등했기 때문이었다. 최근 동행지수순환변동치가 반등하고 있으나, 선행지수순환변동치가 2021년 6월(102.2p) 정점을 형성한 이후 장기간 하락 추세를 지속하고 있어 미래 경제 상황은 여전히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요부문별 경기 동향을 보면 한국경제 최종수요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는 1분기에 코로나 이후 보복 소비 심리로 일시적 호조를 보였으나, 1분기말 1854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와 고용사정 악화지속 및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가계 구매력 감소와 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침체 국면으로 재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4월 소매판매는 전월비(△2.3%) 및 전년동월비(△1.1%) 모두 감소세를 나타냈다.

투자부문에서는 4월 설비투자지수 증가율은 운송장비 투자가 증가하여 전월비 0.9%, 전년동월비 4.4%를 기록하였으나 설비투자를 견인하는 ICT투자는 지난 1분기 전년동기비 △8.6%에 이어 4월에도 전년동월비 △18.9%로 침체 폭이 확대되었다. 건설 수주 불황도 장기화되고 있다. 특히 민간 수주가 58.8%나 감소하고 있어 건설경기 부양이 중요한 과제다.

수출경기는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대부분의 수출 시장과 품목들의 감소세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5월 수출증가율은 전년동월비 △15.2%로 지난 10월(△5.8%) 이후 8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했다. 한편, 시장별로는 5월 중 최대 시장인 對중국(△20.8%)으로의 수출이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對미국(△1.5%), 對EU(△3.0%) 등의 수출도 침체되는 모습이다. 품목별로는 5월 중 자동차(49.4%) 등이 증가하였으나, 반도체(△36.2%), 석유화학(△26.3%), 철강(△8.8%) 등 대부분 품목이 감소했다.

향후 한국 경제에는 ①미국 경제 침체 발생 가능성, ②중국 시장 불안정성, ③ 경제성장의 유일한 버팀목인 소비의 향방 등이 경기방향성을 결정할 전망이다. 미국 경제는 아직은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통화정책의 과잉대응(over kill)으로 침체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대되었던 중국의 리오프닝(reopening) 효과가 미약한 가운데,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우리 수출 경기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민간과 정부의 높은 부채와 부동산 시장 침체라는 구조적 문제의 불확실성이 부각되고 있다.

현재 소비가 유일한 경기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으나, 하반기에는 경기 하강에 따른 소득 저하와 고금리에 따른 높은 이자 부담으로 소비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 수출과 투자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어 시간이 갈수록 가계 부문에서도 소득 감소에 따른 구매력 위축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연내 기준금리가 인하되지 않을 경우, 시장 금리가 하방 경직성을 가져 높은 이자 부담으로 소비 심리가 급격히 약화될 수도 있다.

2023년 2분기 현재 한국 경제는 수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그동안 경기를 방어하던 소비마저 위축되며 경기 회복 시나리오(’U’자형, 상저하고)와 장기 침체 시나리오(’L’자형, 상저하저)의 갈림길에 서 있으며, 경로를 결정짓는 요인은 ‘수출 회복 시점 및 강도’와 ‘소비 안전판 역할 지속 기간’으로 생각된다. 정부 대책이 실기(失期)할 경우 하반기에 심각한 경기 침체가 나타나면서 2024년까지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할 우려가 있다. 정부의 대책추진이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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