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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의 미디어와 정치] 공영방송 KBS가 국민한테 외면받는 진짜 이유
황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7-04 06:32:10
 
▲ 황근 선문대 교수·언론학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KBS 수신료 분리 징수가 시행되면 결국 많은 국민이 수신료를 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1994년 전기료와 통합해서 징수하기 전에 KBS 시청료 징수율이 절반을 겨우 넘었던 것을 감안해 본다면 분리 징수 이후에는 이보다 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렇게 비관적인 예측이 지배적인 이유는 볼 수 있는 방송 채널들이 많이 늘어나 KBS의 시장지배력이나 영향력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락 원인을 외적 미디어 환경변화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KBS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하락 같은 내부 요인들이 더 큰 원인일 수도 있다.
 
시청률이 30~40%를 식은 죽 먹듯 넘겼던 1990년대는 말할 것도 없고 불과 10년 전과 비교해도 하락폭을 확연하게 볼 수 있다. 물론 일부 가장 영향력이 크다는 조사 결과들도 있지만 언론 전반에 걸친 영향력 평가지수가 낮아진 점을 고려하면 그런 결과들에 크게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다. 더구나 자기 생각과 일치하는 정도에 따라 매체 신뢰도를 평가하는 ‘적대적 매체 지각(Hostile Media Perception)’ 현상이 아주 강한 한국 사회 현실을 감안한다면 조사 결과들을 액면 그대로 믿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2000년대 들어 몇 차례 있었던 KBS 수신료 인상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가장 큰 이유는 결국 보도공정성 문제였다. 정치 권력과 유착한 편파적인 불공정 보도가 여러 정권을 거치면서 고착화되었고, 거기에 반비례해 KBS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특히 언론개혁이란 미명 아래 공영방송을 정권 호위무사로 만든 지난 정권은 그 결정타를 날렸다고 할 수 있다.
 
언론노조를 앞장세워 정권과 코드가 맞지 않는 인사들을 적폐로 몰아 추방하고, 맹목적 정권 홍보에 열을 올렸다. 반대로 야당을 비롯해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하고 도리어 비난에 앞장섰다. 정권 내내 이어진 권력형 비리 의혹들을 비호하기에 바빴고, 선거 때는 온갖 가짜뉴스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어 놓기도 했다.
 
결국 KBS를 비롯한 자칭 공영방송들의 편파보도는 극렬 지지자들을 더욱 자극했고 극단적인 팬덤정치를 조장하는 데 일등공신이 되었다. 심지어 친정권 유튜브 매체들보다 더 심하게 가짜뉴스 생산과 유포에 앞장서기도 했다. 정권이 교체된 지 1년이 지났지만 대통령과 새 정권을 비난하는 편파보도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도 그런 관성 때문일 수도 있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보도는 보편적 다수의 대중을 위한 매체를 지향하는 공영방송 이념과 완전히 배치된다. 한쪽으로 치우친 보도는 정상분포 중간에 위치한 다수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편파보도에 열광하는 극렬 지지집단의 환호에 묻혀 있는 동안 KBS는 대다수 국민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졌다. 불과 10년 전에 20%를 넘었던 9시 종합뉴스 시청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이 이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인터넷 여론조사라고 하지만 무려 97%의 응답자가 수신료 분리 징수에 찬성한 것은 이런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극단적 정치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KBS의 몇몇 시사 프로그램들은 청담동 술자리 허위 폭로로 떼돈을 번 ‘더 탐사’나 개설하자마자 슈퍼챗 세계 1위를 기록한 김어준 유튜브와 거의 차이가 없다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일부에서는 수신료 분리 징수를 공영방송 수신료 징수의 정당성이 약화되는 세계적 추세와 연관지어 설명하기도 한다.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은 아니다. 공영방송 수신료 제도의 효시를 만들었다 할 수 있는 BBC조차 수신료 폐지 위기에 봉착해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수신료 분리 징수 여론은 전체 국민을 외면하고 자신들과 생각이 같은 일부 집단만 대상으로 했던 KBS의 반공영적 보도에 근본 원인이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실패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상황적 귀인(situational attribution)에 경도된 사람이나 집단은 개선이나 발전 가능성이 거의 없다. 반대로 실패 원인을 자신의 판단 실수나 노력 부족에서 찾는 자기 귀인(self-attribution)은 자기반성을 통해 발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지금 KBS 구성원들이 취해야 할 것은 수신료 분리 징수 여론을 통해 드러난 국민의 비판적 시각을 겸허히 받아들여 진정한 자기반성과 뼈를 깎는 개혁의 계기로 삼는 자기 귀인의 태도다. 어쩌면 상황을 이렇게 만든 것에 대한 반성은 고사하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KBS 지금 모습이 국민의 외면을 받는 근본 원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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