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8º
습도 60%
수원 18º
습도 60%
강릉 16º
습도 70%
)
보구여관 뜰에 보민의 우렁찬 음성이 가득했다. 황후의 국장이 치러지던 날, 보민의 양엄마인 로제타 선생이 드디어 조선으로 돌아왔다. 로제타가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 마침 마당에 있던 보민이 제일 먼저 그녀를 반겼다.
“우리 보민, 잘 지냈어?”
로제타 선생은 보민을 한 손으로 안았다. 그녀의 다른 손에는 두 살이 좀 지난 어린 딸 이디스의 손이 쥐여 있었다. 곁에는 훌쩍 자란 아들 셔우드도 함께였다.
“보고 싶었어요, 엄마!”
“엄마도 보민이 너무 그리웠단다.”
“어머, 로제타 선생님! 드디어 오셨군요.”
웅성거리는 소리를 듣고 해주댁이 부엌에서 뛰어나왔다.
“학교가 왜 이렇게 조용해요?”
로제타 선생의 물음에 해주댁은 그녀의 손을 잡고 응접실로 인도했다.
“오늘이 황후마마의 국장일이랍니다. 모두들 청량리에 가셨어요.”
“제물포에 내릴 때부터 분위기가 이상했어요. 아, 마마를 먼 곳으로 보내드리는 날이군요.”
로제타 선생은 대답과 함께 간단한 기도를 올렸다.
“귀여운 공주님이네요. 편지로 알았지만 이렇게 사랑스런 천사인 줄은 몰랐어요. 이디스 공주님, 반가워요! 셔우드 왕자님도 잘 지냈어요?”
해주댁의 인사에 아이들은 미소로 답했다.
“여동생이 생겨서 넘 좋아요, 엄마!”
보민은 인형같이 예쁜 이디스에게 눈이 팔려있었다.
“보민이 좋아해 주니 엄마도 참 좋은걸?”
로제타 선생은 전보다 더 밝아진 보민을 보고 마음이 흐뭇했다.
“보민이를 잘 돌봐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무슨 말씀을요. 교장선생님과 선생님들은 내일 아침이면 돌아오실 거예요. 오늘은 국장일로 임시휴업일이랍니다.”
저녁을 먹은 후 셔우드와 이디스는 옆방에서 잠이 들었다. 로제타 선생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금색 포장지에 싸인 물건이었다.
“이거 보민이 거란다.”
“엄마, 제 선물이에요?”
보민의 입이 좋아서 쫙 벌어졌다. 바삭거리는 포장을 벗기고 나니 황금색 머리띠가 나왔다. 라인을 따라 작은 보석이 촘촘히 박혀 불빛을 받고 반짝였다. 보민은 얼른 머리띠를 하고 거울을 보았다.
“공주님같애! 내일 친구들한테 자랑할 거예요.”
“엄마의 미국 나들이가 너무 오래 걸려서 미안하구나, 보민아.”
해주댁 선물은 머플러였다. 하얀 바탕에 작고 앙증맞은 푸른 꽃과 붉은 꽃이 수놓아져 있었다.
“제 선물까지 챙겨주시다니…”
해주댁이 감동했다.
“제게 가장 소중한 보민이를 돌봐 주셨잖아요. 건강하고 밝은 모습을 보니 기쁘고 감사해요.”
“무슨 말씀을요, 선생님. 보민이는 남같지 않은걸요. 선생님 안 계시는 동안 학교에 많은 일이 있었답니다. 학생이 늘어나서 건물을 새로 짓는 중이에요.”
“엄마, 에스더 언니는요? 언니는 잘 지내요?”
보민이 불쑥 물었다. 로제타는 대답 대신 가방에서 작은 사진을 하나 꺼냈다.
“아, 에스더 언니네요. 이 옷은 교복? 멋지다~ 언니가 인제 미국 의사가 되는 거예요?”
로제타 선생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에스더 언니가 의사가 되려면 많이 공부해야 한단다, 언니는 조선에 돌아와 여성 환자들을 치료해 주겠다는 마음으로 밤을 새우며 공부한단다.”
[글 최문형 그림 박서현]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연재기획 ‘반대세의 비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