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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의 법으로 세상읽기] 이태원참사 특별법 과연 필요한가
검찰 수사권 박탈한 민주당, 부실 수사 지적할 명분 있나
세월호 사건처럼 특별법 시행해도 의혹만 부추길까 우려
이동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9-06 06:31:10
 
▲ 이동호 변호사
더불어민주당 등 183명의 야당 의원들이 발의한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지난달 31일 여당 의원들이 퇴장한 상태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올해 6월에 야당 주도로 이른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었다. 그래서 야당이 다수를 점한 국회에서 정해진 수순에 따라 본회의 통과가 확실한데 양곡법과 간호법처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남은 절차가 최장 150일(법제사법위원회 90일+본회의 60일)이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과 야당이 이 법안을 두고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 사고는 세월호 사건 이후 최대 규모의 참사였다. 사망자 대부분이 20대 청년들이기 때문에 안타까움이 큰 사고다.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뿐 아니라 유족에 대한 지원, 사고 원인 규명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를 지원하자는 법안을 여당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여당에 비판이 가해질 수 있다. 이미 국회 행안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여당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고 유족 대표들도 국회 법사위 표결에는 여당이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명분이 부족하다.
 
이 법의 정식 명칭은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인데, 법안 제안 이유가 ‘10.29 이태원참사의 발생 원인·수습 과정·후속조치 등 참사 전반에 걸친 사실 관계와 책임 소재를 명명백백히 밝히고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들의 명예회복과 지속적 추모를 위한 추모 사업, 피해자들의 회복을 위한 간병비 및 심리 지원 등 각종 지원을 실시하여 피해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자 함’으로 되어 있다. 즉, 무엇보다 참사의 원인을 다시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밝히자는 것이다. 그래서 법안 발의 의원들이 제출한 청원서는 ‘경찰 특수본의 수사는 꼬리자르기 수사로 사실상 마무리되었고, 국회 국정조사에서 국가의 책임이 일정 부분 확인되었지만 기간도 짧았고 행정부의 비협조로 반쪽짜리로 마무리되었음’이라고 기존 수사∙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특별법을 제정해 다시 조사해야 할 만큼 기존 조사가 부실했는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야당은 경찰 수사가 꼬리자르기라고 비난하지만 경찰청은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서 용산구청장·서울경찰청장 등 2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이 중 용산구청장 등 6명을 구속했다. 검찰도 용산경찰서·용산구청·서울경찰청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업무상 과실치사상·증거인멸·건축법 등 위반 혐의로 18명을 기소했다.
 
국회도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해 2022년 11월24일부터 55일 동안이나 국정조사를 실시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에 대해서는 이태원참사 관련 예방·대응 시스템 부재, 참사 이후 임무수행 미흡 및 조사 과정에서의 발언 및 진술 등과 관련해 헌법 등을 위반했다며 탄핵 소추하기까지 했다. 올해 4분기에 감사원 감사도 예정되어 있다. 그래서 현행법 하에서 할 수 있는 수사∙조사 및 견제 권한은 전부 동원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특히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기존 수사 성과를 미흡하다고 할 명분이 있는지 의문이다. 경찰 수사가 부실하다면 그 이유는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수완박’으로 검찰이 대규모 재난 사건을 직접 수사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 아닌가. 특히 경찰의 부실 대응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를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데 그 수사권을 박탈한 장본인도 바로 민주당이다. 만약 검찰이 수사권을 가졌다면 초기부터 검찰 인력을 대거 투입해 경찰과 함께 합동수사본부를 꾸렸을 것이다. 그랬다면 보다 신속하게 유족들의 의혹을 해소해 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경찰도 처음엔 서울경찰청에 수사본부를 꾸렸다가 곧바로 경찰청 산하에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최대한 노력했다고 볼 수 있다.
 
다수당인 민주당이 주도했던 국회 국정조사 결과는 사실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민주당은 행정부의 비협조로 반쪽짜리로 마무리되었다면서 행정부를 탓하지만 오히려 민주당 신현영 의원의 닥터카 탑승 사실이 드러나 신 의원이 조사위원에서 사퇴하는 촌극이 벌어졌을 따름이다. 국정조사는 해당 사안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의원들이 고성만 지르는 정쟁의 장이 된지 오래다. 자료 제출과 증인∙참고인 출석 등으로 관계 기관을 괴롭혀서 사태 수습에 방해만 된다는 지적도 있다.
 
행안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도 헌법학계에서는 처음부터 무리한 시도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7월25일 헌법재판관 전원 일치로 기각되어 버리고 말았다. 탄핵소추로 행안부 장관 직무가 정지된 동안에 하필이면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발생했다. 재난 방지 최고책임자의 부재가 또 다른 참사를 낳은 것이 아닌지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오히려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적인 조사기구가 필요하다며 이태원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사고 원인은 이미 다 드러나지 않았는가. 주최자 없는 행사에 대한 안전 관리 대책 부재, 경찰의 부실 대응, 그리고 사고 현장의 불법 구조물 설치를 허용한 용산구청의 과실 등이 복합된 것이었다. 그런데 또 다시 진상규명 특별법을 제정하려는 것에서 세월호 사건이 떠오른다. 두 차례 조사위원회와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까지 총 세 차례나 조사위원회가 활동했고 특별검사의 수사도 했지만 운동 단체들은 아직도 진상 규명이 덜 되었다는 입장이다. 이 법도 결국 의혹을 해소하기 보다는 의혹을 계속 부추기고 남아 있게 하는 구실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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