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 ‘제국의 꽃’ [181] 금독 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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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소중한 금송아지로다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9-22 06:30:20

“폐하께서는 인재 등용을 확대하시어 소신과 같이 미천한 지방(함경도) 출신도 거두어 주셨습니다.”

이용익의 음성이 떨려왔다.

“임오군란이 있고 1년 후에 경은 함경남도 단천부사가 되었지. 그렇지 않은가?”

“예, 폐하의 성덕을 입었습니다.”

“그 지역에 사금업과 동광업을 발전시킨 것은 경이 아닌가! 경은 사금 채취업을 장려하고 백성에게 금 채취업에 종사할 것을 권장하여 사금업이 빛을 보기 시작하였다. 뿐인가? 금 채취에 부과한 세금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거두어 왕실의 재정을 윤택하게 하지 않았는가!”

“폐하, 황공하오나 소신은 어릴 적부터 금광업에 대해 잘 알고 있었나이다.”

“아니다, 그것만이 아니지. 그대가 징수한 세금을 고스란히 짐에게 바친 것은 그대의 능력만의 문제가 아니야. 전임자가 바친 것의 무려 90배에 달하는 액수가 아니었는가? 그것은 그대가 하늘을 닮아가는 성실한 인품의 소유자인 걸 알려주네. 무성이면 무물이라(無誠無物:진실됨이 없으면 이루어짐이 없다) 하지 않는가? 경의 성실함과 정직함이 짐에게 큰 힘이 되었음이야.”

광무황제의 얼굴에 만족한 빛이 드러났다. 저런 인재가 단순히 함경 지역 출신이라고 하여 세상에 나오지 못했더라면 어찌할 뻔했겠는가.

“그대는 또한 개성을 중심으로 하여 전국의 삼정(인삼과 홍삼 관리)을 관장하고 감독하며 나라의 부를 위하여 애쓰지 않았는가. 일본인들이 호시탐탐 인삼과 수삼을 노리고 도적질할 때도 경이 나서서 지켰음을 짐이 알고 있다. 이제 짐은 그대에게 한 가지 일을 부탁하려 한다.”

이용익에게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폐하, 어명을 받들겠나이다.”

“짐은 백동화를 주조하고 유통하려 한다. 경은 어찌 생각하는가?”

“폐하, 백동은 가격이 싸기 때문에 동화로 주조하면 주조 이익이 많이 생길 것입니다.”

“그렇지! 경제에 관한 경의 탁월함은 짐을 기쁘게 한다. 아니 그런가, 금독?”

황제의 표정에 장난기가 어렸다.

“폐하, 부끄럽사옵니다. ‘금독’이란 말씀은 거두어 주옵소서.”

이용익이 멋쩍어했다. 오래전, 이용익이 민영익을 통하여 고종을 알현했을 때 그는 금광에서 캔 비둘기 모양의 금덩어리를 올린 적이 있다. 고종이 신기해하며 다른 모양의 금덩이도 있느냐고 하문하자, 이용익은 송아지를 닮은 금(금독)도 바칠 수 있다고 답하였다. 그 바람에 고종은 그를 ‘금독’이라 했고 궁궐 안 사람들 모두 그를 ‘금독대감’이라 불렀다.

“그대야말로 짐의 소중한 금송아지로다. 앞으로 경과 함께 잘사는 대한제국을 만들 생각을 하면 짐은 기쁘기 그지없다. 그런데 금독, 동화 주조에 필요한 백동은 어디서 구해야 하겠는가?”

“폐하, 좀 더 조사해야 하겠지만 신의 작은 생각으로는 영국에서 수입하면 어떨까 하옵니다.”

“영국 공사와도 잘 상의해 보도록 하라.”

“왜인들이 우리 제국의 인삼과 수삼을 하도 탈취하는지라, 백동화가 만들어지면 거기에도 탐심을 품을까 염려되옵니다.”

“아마 그들은 백동화를 위조하려 들지도 모른다. 그래도 제국의 재정을 든든히 하기 위해서는 백동화가 필요하다. 일단 주조하도록 하라.”

“폐하, 소신, 대한제국의 기반을 굳건히 하는데 몸을 바치겠나이다.”

“짐은 경을 믿는다.”

철제은입사촛대의 초가 활활 타올랐다.

[글 최문형 그림 박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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