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칼럼] ‘정규필 간첩 조작사건’ 대통령이 다시 들여다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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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사 궤멸 노린 문재인 정권 에이스 정보요원에 누명
그를 법정에 세운 자부터 법정에 세우는 게 진짜 정의

조우석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0-10 06:31:10

보름 전 문화체육관광부 한민호 전 국장 얘기를 전했다. 불의한 문재인 정권에 맞섰던 그가 영웅적 행동에 대한 평가를 받기는커녕 지금도 힘겹게 재판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정권 바뀐 게 맞나?’를 묻지 않을 수 없지만, 닮은꼴 사례가 또 있다. 정보기관의 한 축인 국군정보사의 무력화를 노리고 문 정권이 한 유능한 정보요원을 간첩으로 내몰았던 충격적인, 아니 더러운 사건이다.

정규필(59) 전 정보사 대령이 피해자다. 그는 서훈·박지원 시절의 국정원에 의해 간첩 누명을 썼고, 2019년 이래 지금껏 재판에 불려 다니고 있다. 대중국·대북 첩보활동의 선봉에서 37년간 헌신해 온 이에게 문 정권이 했던 패악질이 이토록 잔인하다. 문제는 정권이 바뀐 뒤에도 변한 게 없다는 대목이다. 개인의 억울함도 문제이지만 그게 국정원 무력화·기무사(현 방첩사) 해체에 이은 정보사 궤멸의 노림수였다는 점에서 정말 큰일이다.

사실 문재인의 음모는 거의 성공했다. 첫 타깃이었던 국정원과 기무사는 껍데기만 남은 상황에서 정보사도 이내 작살났다. 정 전 대령이 2019년 퇴역한 직후 그를 기밀누설죄 혐의로 조사하고, 그걸로 기소하는 게 힘들게 되자 검찰을 통해 수집탐지 혐의로 별건 기소했던 것이다. 어수선했던 이 과정에서 그가 속했던 정보사도 함께 망가졌다.

끝내 사령부 내 대북공작부대를 포함해 군 내부의 모든 휴민트(인적정보)가 초토화됐고, 대북공작라인은 붕괴됐다. 상징적 인물 한 명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대북특수공작 전체를 파괴한 게 바로 문 정권의 범죄다. 그럼 저들의 타깃 정규필은 누구인가? “한마디로 대북 공작의 전설”이라고 경쟁 조직인 국정원의 전직 간부가 말했다. 정규필은 육사 42기. 정보사 창설 이래 중국어를 가장 잘 구사하고, 실제로 중국에 가장 오래 머문 무관이기도 했다.

중국 가기 전엔 속칭 돼지부대로 유명한 HID(육군첩보부대) 특수팀장 출신에 대북 군사정보를 수집하는 정보사 공작 장교와 해외과장·국방부 정보본부 정보기획과장 등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런 그가 지금도 악몽처럼 기억하는 건 2019년 전역한 직후 기다렸다는 듯 서울 양재동 그의 집을 덮친 21명의 국정원 수사요원의 압수수색이었다.

그런 우여곡절을 거쳐 벌어진 재판 1심에서 그는 실형을 언도받았고, 당연히 항소했다. 11일 중앙지법 항소부에서 또 한 번 재판을 받는 진풍경이 펼쳐지겠지만 정말 답답한 건 윤석열정부다. 왜 그들은 이 사건을 멀뚱멀뚱 쳐다만 보는가. 실은 월간조선이 정 대령 사건의 전모를 파헤친 기사를 지난해 9월 보도한 바도 있다. 직후 그 사건은 국회로 비화됐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대정부질의에서 그 사건을 한덕수 총리에게 질의했던 것이다. 한 총리는 “파악하고 있다.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언급하는 게 적절치 않다. 결국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얼버무리는 걸로 그쳤다. 대통령실도 마찬가지다. 국회 발언을 전후해 정 전 대령은 강성규 시민사회수석을 찾아가 정식으로 국민제안(옛 청와대 국민청원)을 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 사안의 실체적 진실 규명엔 관심 없고, 소관부처인 대검찰청에 서류를 넘긴 게 취한 조치의 전부다. 우린 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과연 이게 어렵게 ‘자유를 되찾은’ 윤 정부 아래서 1년 반 동안 벌어진 현실인가? 이 시점에서 가장 이상적 해결 방식은 뭘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나서는 것이다. 엄정한 자체 조사를 거쳐 간첩 조작 의혹이 맞다면 검찰은 공소 취하를 하는 게 우선이다.

당연히 정 전 대령에 대한 공소 유지 자체가 잘못임을 국가권력이 인정하고, 그를 법정에 세운 자들을 거꾸로 법정에 세우는 정의로운 절차도 뒤따라야 정상이다. 당장 한 총리와 한 법무장관은 월간조선 홈페이지에 떠 있는 정 전 대령 관련기사의 댓글을 읽어 보길 바란다. 윤 정부가 그를 뽑아 준 국민에게 진정 사랑받으려면, 국가를 정상화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독자 한 명이 이렇게 적고 있다.

“영웅을 영웅답게 대우해 주라. 훈장도 주고 2계급 특진과 명예회복을 시켜라. 바로 이런 일을 하라고 우리가 당신을 뽑아 준 것이다. 세련되게, 비밀리에 대통령이 직접 정 대령과 가족을 초청해서 그동안 국가를 위해 헌신한 것에 대한 노고부터 치하하는 게 순서다(문장 일부 압축).”

말도 아닌 간첩 조작 사건에 시달리느라 몸무게가 20kg이나 빠진 정 전 대령은 이렇게 담담하게 말했다. “눈앞의 적이 쏜 총알은 피할 수 있었지만 아군이 뒤에서 내 등에 찍은 비수는 미처 피하지 못했다.” 윤 정부의 정의로움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정 전 대령의 눈물을 누가 닦아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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