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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는 물리학에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인간은 태양으로부터 열에너지와 빛에너지를 얻고 2차적으로 전기에너지를 얻는다. 이런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에너지는 세상을 환하게 하고 뜨겁게 하고 그리고 움직이게 만든다.
그런데 ‘소리에너지’라는 말을 들으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과연 소리를 에너지라고 할 수 있을까? 소리로써 세상을 환하게 하거나 뜨겁게 하거나 움직이는 일이 가능할까?
픽사 애니메이션 ‘몬스터 주식회사’의 괴물 나라에서는 아이들의 비명을 에너지원으로 삼는다. 몬스터 주식회사는 무서운 괴물들을 고용해 아이들의 방으로 들여보내고 이때 채취한 비명으로 전력을 공급한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소리는 에너지가 아니라 에너지를 사용한 결과에 가깝다. 장작을 때면 빛과 열이 나오고, 타닥타닥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 소리는 공간을 환하게 만들지도 따뜻하게 만들지도 못하는 무용한 소음, 즉 에너지의 찌꺼기에 불과하다.
‘위치에너지’의 느낌도 비슷하다. 만물은 다 자기 자리가 있다. 고산식물이라서 에너지가 많고 늪 바닥에 사는 수초라서 에너지가 적다고 할 수 있나?
그런데 물리학으로 들어가면 그게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다. 댐에서 물을 방류하면 낙차로 발전기 터빈이 돌아간다. 윗물과 아랫물은 잠재된 에너지가 다른 것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 삶에도 위치에너지는 존재한다. 고층아파트나 호텔 꼭대기 층의 고급스러운 공간을 펜트하우스라고 한다. 하얏트 체인 ‘안다즈 강남’에서 가장 비싼 룸인 ‘강남 펜트하우스’는 1박에 800만 원이나 한다. 탁 트인 통창 너머 널따랗게 펼쳐진 도시 뷰를 바라보노라면 위치는 곧 에너지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회사 내에서도 직위에 따라 위치에너지가 달라진다. 부장은 과장보다 더 많은 위치에너지를 갖고 있고, 사장은 부장보다 더 많은 위치에너지를 갖고 있다. 회장이 사용할 수 있는 위치에너지는 거의 무한대 급으로 태양에너지나 원자력에너지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그러고 보면 소리에너지라고 해서 무시할 게 못 된다. 장작을 땔 때 들리는 타닥타닥하는 소리는 공간을 환하게도 따뜻하게도 만들지 못하지만 사람을 기분 좋게 해준다.
쌀쌀한 가을날 야외에서 담요를 두르고 앉아 장작 타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온몸이 나른해지면서 스트레스가 풀린다. 이때는 소리에너지가 빛에너지나 열에너지보다 힘이 더 세게 느껴진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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