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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옥의 열사일침(烈士一鍼)] 나이가 어리다고? 질풍노도의 촉법소년
정창옥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1-20 06:31:10
 
▲ 정창옥 길위의학교 긍정의힘 단장
방금 사람을 죽였다. 정말 즐겁고 멋진 일이었어. 얼른 교회에 가 봐야지 ㅎㅎㅎ.”
 
2009년 미국, 15세 소녀 부스타만테는 9세 소녀 엘리자베스를 숲속으로 유인해 목을 조르고 목과 손목을 칼로 그은 다음 땅 속에 매장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남기고 교회에 갔다. 그 소녀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201912, 경기도 구리시에서 흉기에 수차례 찔린 초등생이 발견되어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졌다. 범인은 같은 또래 초등생이었으나 간단한 조사만 받고 가족에게 인계됐다촉법소년으로 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바로 엊그제인 17일 대낮.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 10층에서 떨어진 돌에 맞아 70대 어르신이 사망했다. 범인은 초등생이었다. 경찰은 10세 미만으로 촉법소년(10~14)에도 해당되지 않는 아동이라 처벌할 수 없다고 한다.
 
저희는 촉법이라 형사처벌 안 받고 보호처분만 받아요. ㅎㅎㅎ.”
 
지난 4, 인천의 한 골목길에서 초등학교 5학년생과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이 집단구타를 당하던 현장에서 붙잡힌 6명 중 3명의 촉법소년이 피해 여학생 부모에게 한 말이다. 그들은 사과도 없었다.
 
촉법소년은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 미성년자다.
 
1993년 영국, 10세 소년 존 베나블과 로버트 톰슨은 쇼핑몰에서 두 살짜리 어린아이를 유괴했다. 이들은 아이를 기차 선로로 데려가 눈에 페인트를 뿌리며 구타하고 10짜리 강철판으로 내려치는 등 잔혹한 폭행을 저질렀다. 아이는 온몸에 42군데 상처를 입고 피투성이가 된 채 선로 위에 버려져 기차에 치여 사망했다. 베나블과 톰슨은 15년형을 선고받고 투옥됐다.
 
1998년 미국, 14살 조슈아 필립스는 자신의 집에서 8살 소녀의 목을 전화기 줄로 감고 칼로 11차례나 찔러 잔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침대 밑에 유기했다. 조슈아는 1급 살인죄로 체포되어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미국은 미성년자에게도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JLWOP)’을 선고하는 유일한 나라다. 현재 JLWOP 선고를 받고 복역 중인 미성년자는 미국 전역에서 2600명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년사범 형사사건은 201784000·202072300·202156000건으로 감소 중이다. 반면에 촉법소년 사건은 20177665건이던 것이 202216435건으로 급증했다.
 
촉법소년 기준연령은 한국 14, 미국·프랑스 13, 캐나다 12, 영국·호주 10세 미만이다.
 
청소년(15~19)과 촉법소년(10~14)의 범죄 일람표는 거의 판박이다.
 
가난과 부모 이혼·각종 폭력·왕따·가출 등에 노출된 아이들이 거리로 나와 범죄를 저지르는 악순환의 굴레에 갇힌다. 나이가 들수록 범죄의 잔인성은 더 커진다.
 
촉법소년 중 학생 비율은 90%에 육박한다. 2022년 촉법소년 1020명 중 학생이 907명으로 88.9%였다.
 
이 말은 만 14세 이상보다 재범률도 낮고 나이가 어린 만큼 회복 탄력성도 크다는 말이다. 대부분 학교에 다니고 있어 초기단계에서 비행을 중단하고 가정과 학교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국회는 만 14세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골자로 한 법안을 8건 발의했으나 모두 계류 중이다.
 
법안 찬성 쪽의 의견은 신체·정신·사회적 성숙도가 높아 소년이라 할 수 없을 만큼 범행이 흉악해지고 잔인해졌다는 것이다.
 
반대 의견은 국제인권 기준이 요구하는 범죄 소년의 사회 복귀에 반한다는 것이다. 찬반 의견의 대립이 첨예하지만 전문가들은 위의 법안을 흉악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만 적용하자고 한다.
촉법소년 연령 기준은 1958년 소년법 제정 이후로 바뀐 적이 없다.
 
집단폭행·성폭력·절도·살인 등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죄와 벌의 시계는 멈춰 버렸다.
 
연필로 허벅지를 찔렀으나 견딜 만했다. 온몸을 찌르거나 때리는 것보단 덜 아팠다. 아빠와 새 엄마는 병신이라고 호통치며 매일 아침 의자에 묶어 놓고 밥도 주지 않았다. 시우는 결국 2월 하늘나라로 갔다. 11살 시우의 몸무게는 29kg에 불과했다.
 
1119일은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다. 2007년에 제정되었지만 아동학대 사건은 202228000여 건이 발생했고 피해 아동 50명이 숨졌다. 가해자의 83%(23119)는 부모였다.
 
20204, 중학생 2명이 키가 꽂혀 있는 차를 훔쳐 난폭운전을 하다가 대학생을 치어 사망케 했다. 그 대학생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가해자들을 처벌할 수는 없었다. 나이가 13세 9개월인 촉법소년들이었기 때문이다.
 
소년들은 자신들의 SNS에 반성 없는 대화로 문자를 주고받았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라는 내용의 청원 글을 올렸고 90만 명 이상이 이에 서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촉법소년 연령을 두 살 내리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학대받는 아동과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는 촉법소년의 시계는 완전 다르다. 누가 이 잔인한 촉법소년에 대한 죄와 벌의 시계를 65년 전에 멈춰 세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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